뮤지컬 '레베카', 대중적 멜로디에 화려한 군무…바닷가 대저택 영상미도 탁월

입력 2013-01-24 16:58   수정 2013-01-24 21:45

Review - 뮤지컬 '레베카'



스릴러 영화의 거장 앨프레드 히치콕 감독은 그에게 유일한 아카데미 작품상을 안겨준 ‘레베카’(1940년작)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원작 소설을 “정말로 감상적인 데다 이야기가 진부하다”고 혹평했고 제작자와 갈등도 많았다. 나중에 “이 영화는 내 영화가 아니다”고 말할 정도였다.

하지만 영화는 ‘히치콕 스타일’이다. 시종일관 흐르는 스산한 음악과 극중 인물들에 대한 냉정한 시선, 절제된 감정 처리는 극중 몰입을 방해한다. 영화를 관찰자의 입장에서 보게 만드는 이 작품은 얼핏 관객을 불편하게 한다.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한국 초연 중인 뮤지컬 ‘레베카’는 히치콕 영화와 닮은 듯하면서도 딴판이다. ‘모차르트’ ‘엘리자벳’ 등을 만든 미하엘 쿤체(대본)와 실베스터 르베이(작곡)는 영화에서 기본 줄거리와 캐릭터를 따왔지만 대중적이고 상업적이라는 뮤지컬 장르에 맞게 매혹적인 공연 상품으로 재탄생시켰다.

뮤지컬은 무엇보다 ‘관객 친화적’이다. 감성적이고 호소력 있는 음악과 대중적인 멜로디, 화려하고 웅장한 세트와 조명, 정교한 무대 전환 등으로 관객을 극에 몰입시킨다. ‘유럽식 미스터리 스릴러’라는 문구만 보고 기존 뮤지컬과 다르고 낯설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친숙한 표현 방식과 구성으로 관객을 무대에 빠져들게 한다.

극은 여주인공 ‘나’가 1년 전 부인과 사별한 부유한 중년 남자 막심과 만나 사랑에 빠져 결혼하고, 대저택 맨덜리의 새 안주인으로 들어가 죽은 부인 레베카의 환영과 레베카를 숭배하는 집사 댄버스 부인에 맞서 사랑을 지키는 내용이다. 뮤지컬은 ‘나’와 막심, 특히 댄버스 부인을 매력적인 캐릭터로 재창조했다. 조연들의 익살과 볼거리를 주는 삼각 대형의 군무 등도 적재적소에 배치했다.

한마디로 한국의 뮤지컬 제작 능력이 세계적인 수준에 올랐다는 것을 재차 확인시켜준다. 이번 무대는 음악과 대본은 그대로 살리되 세트와 의상, 안무, 조명 등은 재창작하는 ‘논-레플리카(non-replica)’ 방식으로 제작됐다. 바닷가가 보이는 대저택을 영상과 실루엣으로 재현한 무대 세트도 경탄을 자아내게 한다.

뮤지컬 작사·작곡가인 박천휘가 옮긴 한국어 대사와 가사는 유준상(막심) 임혜영(나) 신영숙(댄버스) 등 정상급 배우들의 명확한 발음과 감성적인 가창에 실려 귀에 쏙쏙 들어온다.

다만 공연 포스터에 붙어 있는 ‘뮤지컬 사상 최고의 숨막히는 반전’ 등의 문구 때문에 뭔가 특별한 것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1막이 끝나기도 전에 레베카의 정체를 알게 하고, 후반부에 레베카의 숨겨진 진실을 드러내는 장면도 싱겁게 처리했다. 스릴러라기보다 로맨스 성장 드라마에 가깝고, 관객을 감동시키는 노하우와 장점은 잘 살렸지만 독창성은 다소 아쉽다. 오는 3월31일까지. 5만~13만원.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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