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갤럭시 날개 달고 전세계 모바일 음악서비스 꿈

입력 2013-01-27 17:06   수정 2013-01-28 04:19

실리콘밸리의 혁신 비밀 - (1) 한국기업, 실리콘밸리 상륙작전

세계 첫 클라우드 뮤직서비스 ‘엠스팟’ 창업자 대런 추이

자유로운 분위기 선호해 회사서 개 키울 수 있게 해
의사결정 빠른 삼성에 놀라…혁신 포용하려는 삼성, 성공할 것



미국 캘리포니아주 팰러앨토시. 애플 창업자인 고(故) 스티브 잡스의 자택이 있고, 작년 초까지 페이스북 본사가 있던 실리콘밸리의 중심도시다. 포티지가 455에 자리잡은 스타트업(start-up·신생기업) 엠스팟(Mspot)의 문을 열었더니 개 몇 마리가 먼저 달려온다. 사무실 벽은 온통 사진과 스티커, 그래피티 등으로 장식돼 있고 바닥은 시멘트 그대로다.

대런 추이 최고경영자(CEO·사진)는 “창의성이 발현될 수 있는 자유로운 분위기를 좋아한다. 개를 좋아하는 직원들이 많아 회사에 데려올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세계 최초로 음악 등 각종 모바일 콘텐츠를 클라우드(인터넷으로 연결된 가상의 서버에 데이터를 저장해놓고 어디서든 접근해 쓸 수 있도록 하는 기술) 방식으로 서비스해온 엠스팟은 지난해 5월 삼성전자에 인수됐다. 2004년 동업자 에드 호와 함께 회사를 세운 추이 CEO는 지분을 팔아 큰돈을 벌었을 법한데도 헐렁한 셔츠와 청바지를 입은 채 인터뷰에 응했다.

‘어떻게 구글 애플 아마존 등에 앞서 클라우드 기반의 음악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었느냐’고 묻자 그는 “주렁주렁 달린 케이블 없이 음악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하는 생각에서 ‘뮤직허브’란 새 사업을 만들었다”고 답했다. 엠스팟은 관련 특허도 대거 보유하고 있다.

미국에서 활동하던 엠스팟에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은 또 다른 성장 기회다. 엠스팟은 스마트폰이 폭발적으로 성장하자 스마트폰에 클라우드 뮤직 서비스를 제공할 기회를 찾았다. 그러던 중 2011년 좋은 콘텐츠를 찾던 삼성전자와 접촉할 수 있었다.

추이 CEO는 “삼성은 스마트폰을 통한 글로벌 채널뿐 아니라 TV PC 태블릿 등 다양한 디바이스를 전 세계에서 팔고 있다”며 “특히 당시 갤럭시 판매량은 급격히 늘고 있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2012년 스마트폰 판매량에서 애플을 제쳤다. 두 회사 간의 협력이 진전됐고, 삼성은 인수를 제안했다. 추이 CEO의 생각은 이랬다. “삼성과의 결합은 완벽할 것이다. 우리가 서비스를 빨리 시작하고 이익을 내왔지만 미국에만 한정돼 있다. 글로벌 시장을 가진 삼성을 통해 서비스하면 매출은 크게 늘 것이다.”

이는 적중했다. 엠스팟은 안드로이드용 뮤직허브 앱을 만들어 미국에서 서비스해왔다. 삼성에 인수된 뒤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 5개 유럽 국가에 서비스를 시작하자 가입자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좋아하는 음악을 골라 클라우드에 저장해놓고 언제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이 앱은 삼성 갤럭시 기기에서 가장 잘 돌아간다.

삼성의 지원 아래 엠스팟은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추이 CEO는 “우리는 삼성이 갤럭시 기기를 파는 모든 나라에 진출하려 한다”며 “직원을 두 배 이상으로 키우기 위해 대규모 채용을 하고 있다”고 했다.

추이 CEO는 엠스팟이 세 번째로 세운 스타트업일 정도로 기업가 정신이 왕성한 실리콘밸리형 기업가다. 1989년 시애틀의 워싱턴대(산업공학 전공)를 졸업한 뒤 보잉에 입사했다가 6개월 만에 사표를 썼다. 이에 대해 그는 “모두가 화장실에 처박혀 있는 것처럼 변화가 없고 답답했다”고 말했다.

컴퓨터 관련 스타트업에 다니던 그는 1994년 판테온(Pantheon)이란 스타트업을 처음 차리고 신문을 웹에서 볼 수 있도록 해주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1997년 이 회사를 검색엔진 회사인 알타비스타에 팔고, 2년간 그곳에서 일했다. 대기업은 자신의 체질이 아니란 걸 깨닫고 1998년 스카이고(SkyGo)란 스타트업을 만들었다. 세계 최초의 모바일 광고 회사다. 스카이고는 2003년 노키아에 팔았으나 돈은 벌지 못했다. 그는 “아이디어는 좋았지만 통신망이 느린 상황에서 사업 타이밍이 너무 빨랐다”고 설명했다.

2004년 엠스팟을 세웠다. 추이 CEO는 “당시 노키아와 일하면서 이동통신사들과 네트워크를 쌓았는데, 미국 3위 이통사 스프린트가 모바일 콘텐츠를 제공하면 채널을 주겠다는 제안을 해왔다”고 말했다. 당시 1.5세대 통신망에서 그는 비디오 콘텐츠보다 오디오에 주목했고 음악과 뉴스, 날씨, 코미디, 스포츠 등의 콘텐츠를 스프린트망을 통해 서비스했다. 설립 3년차이던 2006년부터 이익을 냈다. AT&T, US셀룰라 등으로 서비스를 확대했고, 2009년엔 온라인 매체 INC가 선정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회사 42위’에 뽑히기도 했다.

2006년 통신망이 2G로 바뀌면서 데이터 속도가 빨라지자 디즈니와 손잡고 비디오도 추가했다. 2009년엔 클라우드를 이용한 뮤직 서비스를 시작했다. 끊임없는 도전이었다.

추이 CEO는 대기업을 두 번이나 박차고 나온 사람이다. 글로벌 대기업인 삼성에 대해 “내가 다녔던 다른 두 대기업과 달리 매우 효율적이고 의사결정이 빠르다. 어떤 결정은 우리보다도 더 빠를 때가 있어 놀란다”고 했다.

그는 삼성전자의 실리콘밸리 진출 확대는 옳은 결정이라며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추이 CEO는 “삼성은 하드웨어에서 경쟁자들이 쫓아오고 있어 소프트웨어로 차별화해야 한다는 것을 안다”며 “이 때문에 이곳 실리콘밸리의 혁신적 문화를 포용해 회사가 바뀌기를 원하고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글로벌 인재와 돈이 몰려드는 실리콘밸리는 세계에서 가장 먼저 혁신적 기술과 아이디어가 잉태되고 사업화되는 곳이어서다.

엠스팟은 삼성으로 넘어간 뒤에도 인사, 회계 등은 독자적으로 운영한다. 삼성전자가 스타트업의 창의성과 혁신성을 살리기 위해 내린 결정이다. 삼성이 내년 말 새너제이 북부에 대규모 사옥을 완공해도 엠스팟은 현 위치에 남는다. 추이 CEO는 “우리는 그동안 관료주의 없이 일을 잘 해왔다. 삼성이 우리를 인수한 이유는 그것 때문”이라고 했다.

팰러앨토=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실리콘밸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만 서남부를 둘러싸고 있는 지역에 형성된 첨단 기술의 중심지다. 샌프란시스코와 새너제이는 77㎞가량 떨어져 있는데, 이 사이를 잇는 서부 101번 고속도로 주변에 있는 샌머테이오 레드우드시티와 마운틴뷰, 멘로파크, 팰러앨토, 쿠퍼티노, 서니베일, 샌타클래라, 새너제이 등 10여개 도시가 합쳐져 실리콘밸리를 형성한다.

팰러앨토에 있는 스탠퍼드대를 졸업한 빌 휴렛과 데이비드 팩커드가 1939년 인근 헛간에서 휴렛팩커드(HP)를 설립한 게 시초다. 이후 반도체 관련 기업이 집결하면서 클러스터가 형성돼 1970년대부터 실리콘밸리라고 불리기 시작했다. HP 인텔 시스코 오라클 등 전통적인 정보기술(IT) 기업이 이곳을 기반으로 자랐다. 이어 구글 애플 페이스북 이베이 징가 트위터 드롭박스 등 신생 기업들까지 탄생하면서 현재 150여개 글로벌 기업의 본사와 6000여개 스타트업이 함께 자리하고 있다. 구글은 마운틴뷰, 애플은 쿠퍼티노, 페이스북은 멘로파크, 인텔은 샌타클래라, 이베이는 새너제이에 본사를 두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소니 도시바 히타치 화웨이 등 세계 IT 기업들도 새너제이를 중심으로 전초기지를 두고 있다.

2000년대 중반 인터넷 버블이 붕괴하면서 침체에 빠졌던 이 지역은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 태양광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 바이오산업 등의 등장으로 다시 부상하고 있다. 새너제이 머큐리뉴스에 따르면 이곳에 자리잡은 150개 대기업의 매출은 2010년 기준 5480억달러로 전년 대비 20.3% 늘었다. 순이익도 850억달러로 78.6% 증가했다.

2012년 기준 실리콘밸리의 IT 직종 평균 연봉은 10만1278달러로 미국에서 가장 높다. 전 세계에서 스타트업을 창업하려는 인재들이 몰리면서 중국인 인도인 등 아시아계가 인구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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