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인물탐구] 임원에 입바른 소리하던 '겁 없는 신입' 문과출신으로 유화업계 CEO 되다

입력 2013-01-29 17:27   수정 2013-01-30 09:54

직원들과 통하라
한달에 두 번 직원들과 대화…회사 경영상황 알려줘

새 돌파구 찾아라
출근하면 제품 국제가격 확인…이름만 대면 가격이 술술~ 




경기고 학생 방한홍은 쉬는 시간 틈틈이 운동장으로 향했다. 공부는 아주 잘 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철봉과 평행봉 실력에선 전교 1~2등을 다퉜다. 중학생 때 쌀 한 가마니를 둘러메고 계단을 오르내릴 정도로 힘이 셌다.

“제가 어릴 때부터 체력은 또래들보다 좋았죠.” 인사할 때 맞잡은 손이 씨름선수처럼 두툼한 게 다 이유가 있었다. 어쩌면 가문의 오랜 내력인지도 모르겠다. 그의 성은 개성 방(龐)씨다. 고려 공민왕과 혼인한 노국공주를 따라 개성으로 건너 온 원나라 관리 방두현이 시조다. “삼국지에 나오는 지략가 방통과 무인 방덕, 당나라 장수로 고구려군과 전투를 벌였던 방효태 모두 조상님들이죠.” 개성 방씨는 한국엔 1000명 정도밖에 없는 희귀성이다.

○석유화학은 나의 운명

충북 보은에서 태어난 그는 국책은행에 다녔던 아버지를 따라 대구에서 초등학교 2학년까지 지내다 서울로 왔다. “3남2녀 중에 딱 가운데였어요. 공부든 운동이든 형제들끼리 서로 경쟁이 대단했죠.” 놀기 좋아했던 소년은 엄하게 다그치며 공부를 시킨 어머니 덕택에 경기중에 입학했다.

대학에선 행정학을 공부했다. 캠퍼스 생활엔 별로 재미를 붙이지 못했다. “행정고시도 봤는데 열심히 준비하지 않은 탓에 1차에서 떨어졌죠. 미련없이 취직을 생각했습니다. 주변 어른들이 저보고 제조업 중에서 화학 관련 기업이 적성에 맞을 것 같다고 하셨어요.”

내 석유화학 업계에서 드문 문과 출신의 최고경영자(CEO)인 방한홍 한화케미칼 사장은 이렇게 좀 싱거운 사연으로 사회에 첫발을 들여놨다. 경쟁사 CEO 대부분이 화공학을 전공한 것과 대조적이다. 1981년 한화그룹 모기업인 한국화약에 입사한 그는 3년 후 한화가 인수한 한양화학으로 자리를 옮겼다. 한양화학은 한화종합화학(1994년), 한화석유화학(1999년)에 이어 2010년부터 지금의 사명으로 바뀌었다.

신입사원 시절 그는 성실하고 무난하게 회사 생활을 했지만 가끔 입바른 소리로 선배들을 긴장시키곤 했다. 한 번은 담당 임원에게 대들었다가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직원들 야유회 때 술 마신 김에 임원에게 덤볐죠. 모시던 부장을 우습게 보는 것 같아서 듣기 싫은 소리를 겁 없이 했다가 혼났습니다. 다음날 찾아가서 사과하고 다행히 별일 없이 넘어갔죠, 허허.”

단조롭던 직장 생활은 1988년 독일 지사로 발령이 나면서 전기를 맞았다. “과장으로 가서 4년 동안 있었어요. 선진국이란 이런 것이구나 하고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건물을 짓는 것만 봐도 기초를 다질 때 오랫동안 공을 들이더군요. 하지만 바닥이 완성되면 그 이후에는 신속하게 작업이 진행돼요. 교통질서는 물론이고 원칙이 철저하게 지켜지는 사회라는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그 무렵 한국보다 한참 앞서 있던 선진국의 석유화학 기술 외에도 독일 지사 근무는 그에게 많은 경험을 남겼다. 프랑스 이탈리아 등으로 여행을 다니며 디자인 문화 예술 등 소프트파워의 중요성을 미리 깨달은 것도 그가 젊은 시절 얻은 중요한 배움의 하나였다.

○직원과 소통 즐기는 ‘내유외강형’ CEO

그는 본사로 돌아온 뒤 폴리에틸렌(PE) 사업부장(상무)과 유화사업 총괄임원 등을 거쳐 지난해 1월 사장에 올랐다. CEO가 된 뒤에는 직원들과의 소통을 1순위로 삼았다. 한 달에 두 번씩 직원들과 만나 대화하는 ‘굿모닝 CEO’ 제도를 신설한 것도 이 때문이다. 여수 울산 등 공장 직원들과는 매월 한 차례 식사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보안이 필요한 일부 정보를 제외하고는 회사의 경영 상황을 전 직원에게 알려주는 경영 설명회도 정례화했다.

올해부터는 격주로 토요일에 직원들과 등산을 시작했다. 지난 5일엔 임원들과 청계산에 올라 새해 결의를 다졌고, 19일엔 팀장들과 관악산을 다녀왔다. 2~3월에도 수락산 인왕산 북한산 등 일정이 줄줄이 잡혀 있다.

내 인터넷 게시판에 익명으로 건의사항을 올리는 시스템을 만든 것도 직원들 사이에서는 화제다. “젖먹이 아이를 키운다는 한 여직원이 사내에 유축(乳蓄) 시설이 없어서 불편하다고 글을 올렸더군요. 곧바로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했죠. 안경 쓰는 직원은 공장에서 산소호흡기를 쓸 때 안경을 벗어야 해서 고충이 많다고 하더군요. 원하는 사람은 안경이 달린 제품을 따로 사주기로 했습니다.”

방 사장은 후배들에게 덕(德)과 체(體)를 강조한다. “지·덕·체가 중요하다고 대개 말하죠. 지(智)는 인터넷의 발달 덕분에 아는 것 자체보다는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더 중요해졌습니다. 특히 덕과 체는 점점 더 필수적인 자질이 되고 있어요. 덕은 소통 능력이라고 할 수 있겠죠. 회사에서 아무리 중요한 역할을 맡겨도 체력이 못 따라가면 해낼 수가 없습니다. 젊은 직원들에게도 늘 체력을 키워두라고 강조합니다.”

그에겐 자신만의 체력 관리 비법이 있다. 중국 무술의 하나인 태극권을 20년 이상 연마하고 있는 것. 국내에서 태극권 최고수 중 한 명으로 꼽히던 분이 마침 고등학교 선배로 인연이 닿아 친구들과 모임을 만들어 배우기 시작했다. 요즘도 새벽에 한 시간 가까이 집에서 태극권으로 몸을 풀고 회사로 나온다. “태극권을 오래 해보니까 모든 무술은 기본으로 돌아온다는 걸 깨달았어요. 경지에 오를수록 기본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경영자로서의 철학과 자세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경쟁 뚫는다

올해 방 사장은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지난해 해외 수요 감소로 어려움을 겪었던 국내 유화업계는 올해도 만만치 않은 경영환경을 헤쳐나가야 한다. “에탄 기반의 중동지역 경쟁사들이 지난해 저가 공세를 펼친 것이 1차 장벽이었다면 올해는 미국산 셰일가스가 새로운 장애물로 떠오를 겁니다.”

국내 유화 업체들의 주력 생산품 폴리에틸렌의 원료인 에틸렌은 원유에서 나오는 나프타와 천연가스에 포함된 에탄에서 주로 얻는다. 한화케미칼 등 대부분의 국내 기업들은 나프타로 에틸렌을 만들고 있다. 에탄으로 에틸렌을 만드는 중동의 유화 기업들은 셰일가스 개발로 에탄 값이 싸지면서 가격 경쟁력이 높아졌다. 미국산 셰일가스 생산이 더 늘어나면 한국 유화 업체들의 입지도 한층 좁아질 것이란 얘기다. “특화된 제품으로 차별화 전략을 써야 살아남을 수 있어요. 우리도 제품 구성을 다양화할 생각입니다.”

사원 시절 출근과 동시에 원재료와 주요 제품의 국제가격을 확인하던 습관은 CEO인 지금도 여전하다. 제품 이름만 대면 가격이 곧바로 나온다. 요즘엔 EVA(에틸렌 비닐 아세테이트) 자료를 가장 먼저 챙긴다. 쌀알 모양의 투명한 알갱이인 EVA는 코팅필름, 태양전지용 시트, 접착제 등에 쓰인다. 부가가치가 높은 고가의 제품이어서 주목받고 있다. 한화케미칼은 1985년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 EVA 생산을 시작했다.

순도가 높은 고함량 EVA를 만드는 업체는 한화케미칼을 비롯해 미국의 듀폰과 일본의 도소 등 손에 꼽을 정도다. “지난달 t당 평균 1525달러였던 EVA 가격이 1월 들어와서 1650달러까지 올라왔습니다. 1800달러 수준까지 상승하면 올해 회사 이익에 상당한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현지 기업과 합작해 EVA 공장 설립을 추진 중인데 미국 등 다른 지역에서도 기회를 찾고 있습니다. 새로운 도전을 지켜봐주세요.”

박해영/윤정현 기자 bon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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