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창근 칼럼] 非核化, 처음부터 속임수였다

입력 2013-01-30 16:49   수정 2013-01-31 00:25

핵개발 시간만 벌어준 6자회담…협상으로 얻어낼 수 있는 것 없고
북핵 무력화 해법없는 최악 위기


추창근 기획심의실장·논설위원 kunny@hankyung.com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 국제사회의 제재, 그리고 다시 협박과 도발의 악순환이다. 1991년 미국이 주한 미군에 배치했던 전술핵 200여기를 철수하고 남과 북이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에 합의한 이후 20여년 동안 되풀이되면서 위기의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면서 북은 끝내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고 있다.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한 유엔의 제재 결의에 북은 즉각 핵 공갈로 반응했다. 비핵화 선언의 폐기와 함께, 유엔 제재에 한국이 직접 가담할 경우 강력한 물리적 대응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나아가 그들이 진행할 높은 수준의 핵실험이 미국을 겨냥할 것이라면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중대조치’를 결심했다고도 한다. 3차 핵실험이다.

남북관계의 돌파구 찾기는 더 힘들어지게 됐다. 박근혜 차기 정부가 대북정책으로 제시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또한 첫발도 내딛기 전 헝클어졌다. 남북간 신뢰를 쌓고 북한의 비핵화가 진전되면 대규모 경제협력 프로젝트를 추진함으로써 남북관계를 대화와 협력의 선순환 구조로 바꾸겠다는 구상을 받쳐줄 디딤돌이 없다. 비핵화라는 원칙부터 이미 성립될 수 없는 전제이고, 북을 상대로 신뢰를 구하는 것은 더욱 무망(無望)하다.

북은 지금까지 국제사회와의 어떤 약속이나 합의도 제대로 지킨 적이 없다. 그동안 끊임없이 핵개발 중단조건을 내걸고 국제사회와 남한으로부터 에너지와 식량, 돈을 대가로 얻어갔지만 핵무기와 그것을 실어나를 미사일 개발을 한순간도 멈추지 않았다. 비핵화 선언 이후 1993년의 노동 1호부터 대포동 1·2호, 백두산 1호, 그리고 최근의 은하 2·3호에 이르기까지 대륙간 탄도탄급으로 미사일 사거리를 늘려왔다.

북핵 폐기를 위한 6자회담은 북이 기만(欺瞞)전술로 미국과 중국·러시아·일본, 그리고 남한을 농락한 거창한 사기극이다. 6자회담은 지난 2003년 첫 회의를 시작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아무것도 이뤄내지 못하고 북에 핵능력을 키우는 시간만 벌어다 주었을 뿐이다. 그동안 북의 핵무기 포기와 핵확산금지조약(NPT) 복귀, 한반도 평화협정 등 6자회담의 수많은 합의는 모두 공수표였다. 돌아온 것은 2005년 북의 핵무기 보유선언, 2006년과 2009년의 1·2차 핵실험이었고 이제 3차 핵실험이 코앞에 다가왔다.

결국 한반도 비핵화는 처음부터 북의 속임수였다. 그리고 6자회담이 추구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폐기’는 애초 실현될 수 없는 허상(虛像)이었다. 북한 스스로 ‘핵보유국’임을 헌법에 명기하고 ‘핵보유국 지위 획득’이 김정일의 유훈(遺訓)으로 드러난 것이 그것을 입증한다.

무엇보다 북의 핵은 이제 막을 수 없는 기정사실이다. 핵을 이미 보유한 나라가 스스로 그것을 폐기한 전례는 없다. 북으로서는 핵이야말로 체제 유지의 생명줄이자 유일한 협상무기이며 남한을 겨냥한 가장 강력한 위협수단이다. 모든 재래식 무기의 열세를 극복할 수 있는 비대칭 전력의 핵심인 핵을 포기한다는 것은 무장해제를 의미한다. 전혀 기대할 수 없는 일이고, 만약 북이 핵포기를 말하다면 그건 원하는 것을 챙기고 다시 협박의 강도를 높여 다른 무엇을 끊임없이 내놓으라고 요구하기 위한 술책일 뿐이다.

지금까지 그 어떤 외교적 노력이나 협상으로도 북의 핵개발과 미사일 도발을 막지 못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남한과 국제사회가 대화를 통해 북의 비핵화를 이끌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북의 핵무기를 머리 위에 이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얘기할 수 있는가. 핵을 가진 북과 대등한 협상이 성립될 수 있는가. 대화를 통해 북으로부터 과연 무엇을 얻어낼 수 있는가.

어떻게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을까. 신뢰라곤 기대할 수 없는, 협상이 무의미한 상황에서 새로운 대안적 전략을 말하는 사람은 많지만 우리 힘으로 핵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 없는 것이 문제다. 정밀타격으로 북한 핵을 제거하거나, 북핵을 상쇄하기 위한 남한 핵보유, 핵에 기댄 북의 김정은 통치체제 붕괴 그 어느 것도 현실성있는 선택지가 아니다. 불행하게도 북한 핵을 무력화할 수 있는 해법이 없는 것, 한반도 위기의 본질이다.

추창근 기획심의실장·논설위원 kunn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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