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호 발사 성공] '공황장애' 조광래 단장 "모든 짐 덜어…이제 다리 뻗고 자야죠"

입력 2013-01-30 17:16  

우주시대 연 주역들…항우연 기술진

원유진 씨, 수년간 전국 떠돌며 부품조립 반복
이재득·김민현·홍일희 씨 "패잔병 벗어나 기쁘다"




‘나로호 발사 성공.’ 이 소원을 이루기 위해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기술진은 지난 11년간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연구에 몰두했다. 30일 나로호 발사가 성공리에 이뤄지자 나로호 개발에 참여한 연구원들은 곳곳에서 눈물을 쏟아냈다. 그들의 말을 빌리면 숱한 날을 고생한 끝에 비로소 일궈낸 ‘고진감래(苦盡甘來)’의 진한 눈물이었다.

누구보다 발사 성공을 반긴 사람은 조광래 항우연 나로호발사추진단장(53)이다. 조 단장은 1989년 연구원 설립 이후 20년 넘게 로켓 개발 외길만 걸어온 전문가다.

1990년대 과학관측로켓 개발을 주도했고, 2000년대 들어 우주발사체 개발을 위해 나로호사업을 직접 기획하고 진두지휘했다. 두 번의 실패를 겪으면서도 발사를 강행하다 보니 중압감도 컸을 터다. 최근에는 공황장애 진단을 받아 매일 신경안정제를 먹기도 했다.

‘지성여신(至誠如神·지극한 정성은 신과 같은 놀라운 힘이 있다).’ 독실한 불교신자인 조 단장이 발사를 앞두고 사무실 화이트보드에 적어놓은 글귀다. 조 단장은 “이번이 마지막이다. 더 이상 뒤로 물러설 곳은 없다. 반드시 국민적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생각에 그동안 살아온 인생 전체를 걸고 준비했다”며 “우리 연구원들을 패잔병으로 만들지 않은 게 무엇보다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나로호사업이 11년째 진행되면서 개인 생활을 포기하고 주어진 역할을 묵묵히 수행한 숱한 사연들도 화제다. 2008년 겨울, 부산의 한 발사대 제작공장에선 연구원 수십명이 단체로 독감에 걸려 밤새 통증을 호소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발사대 성능 시험을 위해 며칠간 겨울비를 맞으면서 실험을 강행한 탓이다. 당시 실험에 참여했던 진승보 항우연 선임연구원은 “모든 스케줄이 빡빡하게 짜여 있어 비가 오든, 눈이 오든 예정된 실험을 미룰 수 없었다”며 “이제 고생한 날을 뒤로하고 동료들과 술 한 잔 기울이고 싶다”고 웃었다.

이재득 나로호체계종합팀 책임연구원은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와 항우연이 있는 대전을 수시로 오가다 덤프트럭과 충돌하는 교통사고를 당했고, 원유진 항우연 체계종합팀 선임연구원은 나로호 상단부 총조립을 위해 전국 각지로 출장을 다니며 수년째 ‘떠돌이’ 생활을 해야 했다.

홍일희 항우연 나로호기술경영팀장에 따르면, 조부 상(喪)을 당했지만 러시아에서 오는 화물을 받기 위해 빈소가 아닌 공항에서 임시 빈소를 차려놓고 울어버린 연구원도 있었다.

또 신장이식을 받고 병원에 입원한 아내를 뒤로하고 파견지로 떠난 연구원의 눈물 젖은 순애보도 적잖은 화제가 됐다. 나로우주센터 건설을 지휘했던 김민현 시설관리팀장은 “나로호의 성공적 발사는 그동안 숱한 고생을 거듭하며 만든 센터 인프라가 이제는 톱니바퀴처럼 동작하는 시스템을 갖추게 됐다는 의미”라며 “아들이 군에 입대하는 날도 가보지 못했는데 가족들에게 미안함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희경/이준혁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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