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승원 외줄 투혼…꼭두쇠 연기에 환호

입력 2013-01-31 17:01   수정 2013-01-31 23:49

Review - 한·일합작 연극 '나에게 불의 전차를'


무대 한복판에 높이 2.5m, 길이 10m가량의 줄타기 시설이 설치된다. 남사당패의 흥겨운 놀이마당이 시작될 참이다. 꼭두쇠 이순우(차승원 분)가 외줄타기에 처음으로 도전한다. 연습은 꾸준히 해왔지만 겁이 나서 높은 줄에는 오르지 못했던 그였다. 좌중의 시선이 집중되는 가운데 이순우는 구수한 입담까지 곁들이며 외줄타기를 멋지게 해낸다.

차승원이 한 달여간 “잠잘 때도 줄 타는 꿈을 꿨다”고 할 정도로 불면증과 공포에 시달리며 연습한 결과다. 한·일합작 연극 ‘나에게 불의 전차를’이 시작된 지 세 시간쯤 흘러 정점을 지나는 순간이다.

이만하면 환호와 갈채가 터져나올 법도 하지만 객석은 숙연했다. 여기저기서 흐느끼거나 눈물을 훔치는 모습이 보였다. 이순우의 외줄타기에서 극중 남사당패의 애절한 삶과 다양한 인물의 굴곡된 인생이 응축돼 보였기 때문일까. 관객들은 참고 참다가 한꺼번에 터진 눈물샘을 수습하느라 박수마저 잊은 듯했다.

이순우는 남사당패의 계율을 어기고 쫓겨나 결국 불행한 죽음을 맞이한 줄꾼 수련생 남생을 추모하며 외줄을 탄다. 깊은 우정을 쌓은 일본 엘리트 교사 야나기하라 나오키(구사나기 쓰요시 분)의 만류를 뿌리치며 그는 말한다. “멸시받고 천대받는 우리도 피와 눈물을 흘리는 인간임을 증명하기 위해 줄을 타야 한다.”

재일교포 연출가 정의신이 극본을 쓰고 연출한 이 연극은 1920년대 일제 강점기 경성(서울) 인근 도시를 배경으로 한다. 중심축은 이순우와 야나기하라 나오키의 우정이다. 여기에 얽히고설킨 관계의 인간군상이 대립과 갈등을 거쳐 찡하게 화해하는 과정을 그린다.

주요 인물들이 막다른 곳에 몰려 택하는 결말의 공통점은 희망이다. 가혹한 현실에서 도망치지 않고 미래로 향하는 의지를 보여준다. 이는 극중에서 몇 번 인용되는 영국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 구절로 대변된다. “나에게 불의 전차를 다오. 마음의 투쟁으로부터 나는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차승원은 배우 생활 15년 만의 첫 연극 무대에서 놀랄만한 투혼을 보여줬다. 꼭두쇠로서 상모돌리기와 줄타기 등의 기예도 직접 해냈다. 특히 외줄타기 연기는 두고두고 기억될 명장면이다. 무대에서 강렬한 에너지를 발산하는 것은 주로 일본 배우들의 몫이다. 일본의 대표적인 연기파 배우 가가와 데루유키, 영화 ‘비밀’의 여주인공 히로스에 료코 등이 강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지적할 대목도 있다. 몇몇 배우들의 목소리와 발음이 대형 극장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구석구석을 채우지 못했다. 대사 절반을 한국말로 하는 구사나기 쓰요시는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한다’는 소문과 달리 발음이 명확하지 않아 대사를 알아듣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가장 아쉬운 점은 짧은 국내 공연 일정이다. 일본에서는 지난해 11월부터 도쿄와 오사카에서 한 달여간 40여회 공연하며 ‘전 회 매진, 기립 박수’란 기록을 세웠다. 국내에서는 지난 30일 시작해 오는 3일까지 5일간 6회만 공연한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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