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Issue] 글로벌 환율전쟁 경고음…도화선은 '엔화 약세'

입력 2013-02-01 10:46  

글로벌 환율전쟁에 대한 경고음이 연일 울리고 있다.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가 엔화 약세를 경제 회복 수단으로 내세우면서다. 상대적으로 수출 경쟁력이 떨어진 세계 각국 정상들은 일본의 엔저(低)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이웃나라 거지 만드는 정책(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 총재)”이라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각국이 엔화 약세에 반발, 방어에 나서면 ‘신(新) 환율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메르켈"日 환율조작 인식 확산"

일본의 엔저 정책에 가장 강한 비판을 쏟아낸 곳은 독일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달 23~27일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포럼에서 “G20(주요 20개국) 사이에 일본 정부가 환율을 조작하고 있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고 지적했다. 독일 분데스방크의 옌스 바이트만 총재는 좀 더 날을 세워 “환율의 정치화”라고 꼬집었다.

중국도 비판에 가세했다.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이강(易綱) 부행장 겸 국가외환관리국장은 “선진국들의 (경쟁적인) 양적완화 정책으로 세계 경제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이 때문에 세계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들이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국 외환관리국도 성명에서 “주요국의 양적완화 및 저금리 정책으로 글로벌 유동성이 늘어나 시장의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영국 중앙은행의 머번 킹 총재도 “통화가치를 인위적으로 낮춰 경기를 부양할 수 있다고 보는 국가가 있다”고 일본을 겨냥했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은행의 정책은 몇 가지 문제를 낳을 수 있다”며 “급격한 환율 변화 속도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자국 경제가 제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일 뿐”이라며 외부의 비판을 일축했다. 아마리 아키라(甘利明) 일본 경제상은 “일본 정부가 예외적인 정책을 실시한 것은 디플레이션 사이클을 깨뜨리기 위한 것”이라며 “유로존 내 고정환율로 수출 이익을 본 독일 등은 일본을 비판할 자격이 없다”고 반박했다.

#주요국, 엔저로 경제 충격 우려

세계 각국의 격한 비판은 엔저 정책이 미칠 경제적 충격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엔화 약세가 자국 화폐 강세로 이어져 각국의 수출경쟁력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이유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독일 등 유럽에서 반발이 심한 것도 이 때문이다. 독일 자동차 업체인 폭스바겐과 BMW 등은 중국을 비롯한 해외 시장에서 도요타, 닛산, 혼다 등 일본 차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데이비드 아널드 크레디트스위스은행 애널리스트는 “올해 중국과 미국 경기 개선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BMW와 폭스바겐이 예상치 못한 엔저로 강력한 경쟁자(일본 차)와 싸우게 생겼다”고 말했다.

양적완화의 불똥이 유럽중앙은행(ECB)으로 튈 경우 정치적 부담이 커지는 것도 독일이 반발하는 이유다. 지난해 스페인 등 남유럽 재정위기가 확산되면서 ECB 양적완화 요구가 거셌다. ECB 지분이 가장 많은 독일은 정부 재정악화를 염려해 이러한 압박을 끝까지 거절했다. 그러나 엔저로 유로화 강세가 이어지면 그동안 ECB의 양적완화에 반대해온 독일의 입장이 난처해진다. 이제 와서 ECB를 통한 양적완화에 찬성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유로화 강세를 내버려둘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지기 때문이다.

중국 입장에서도 엔저는 외환관리국이 “핫머니(투기성자본) 대량 유입에 따른 외환시장 급변동에 대비하라”고 공개적으로 언급할 정도로 민감한 사안이다. 양적완화로 글로벌 유동성이 확대되면 투기자금은 경제 성장 전망이 밝은 중국으로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 핫머니의 과도한 유입은 금융시장 불안과 자산 거품을 부를 수 있다. 또 위안화가 절상되면 중국 제조업체들의 수출 경쟁력 약화도 불가피하다. 

#글로벌 환율전쟁 문턱에 서다

세계 각국이 엔화 약세에 반발해 방어에 나서기 시작하면 글로벌 환율 전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알렉세이 을유카예프 러시아 중앙은행 수석 부총재는 “우리는 지금 새로운 ‘환율전쟁’의 문턱에 서 있다”며 “엔화 가치를 (일부러) 떨어뜨리는 일본을 다른 나라들도 따라할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유럽도 환율전쟁을 예고하는 포문을 열었다. 장클로드 융커 유로그룹 의장이 “유로화 가치가 위험할 정도로 높다”며 더 유로화 강세를 용인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노르웨이와 스웨덴도 통화강세가 자국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 자국통화 강세가 지속될 경우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고 밝혔다. 텔레그래프는 “유럽도 유로화 환율을 다른 통화에 고정(페그)하거나 환시개입에 나설 수 있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는 “세계 각국이 앞다퉈 환율방어로 수출확대를 노리고 있다”며 “국가 간 상호 보복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환율 마찰 우려가 과장됐다는 주장도 나온다. 올리비에 블랑샤르 국제통화기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각국이 경제 회복 정책을 펼치는 와중에도 신흥시장 자본흐름엔 큰 변화가 없다”며 “현재로선 (주요국의 통화 정책이) 적정한 수준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은이 한국경제신문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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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제조업체들 '컴백 홈'…법인세 인하도 한몫

엔고현상 때 중국과 동남아로 떠났던 일본 제조업체들이 최근 엔저바람이 불면서 일본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달 28일 “일본 제조업계에서 일본 내에 공장을 새로 짓는 리쇼어링(reshoring) 바람이 불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자기기 제조업체 NEC는 올해 야마가타현 요네자와시 공장에서 총 160만대의 노트북을 생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요네자와 생산량을 줄이고 중국과 대만 공장의 생산량을 늘려왔지만 올해부터는 다시 일본 생산 비중을 늘리기로 했다.

후지제록스, FDK 같은 전자기기 제조업체와 닛산 등 주요 자동차 제조업체들도 중국 생산량을 줄이고 일본 생산량을 늘릴 예정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일본 정부 산하 일본무역진흥회(JETRO)에 따르면 향후 1~2년 안에 중국 내 사업 비중 확장 계획을 가진 기업은 전체의 52%로 전년(67%)보다 15%포인트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과 동남아의 임금은 올라가고 있는 반면, 최근 엔화 약세로 일본 내 생산 여건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시가 도시유키(坂根正弘) 닛산 자동차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달러화 대비 엔화 환율이 100엔까지 오를 경우 일본 국내 공장에서 제품 생산이 더 활발해질 것”이라며 “일본 내에 새 공장을 건설하는 기업도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일본 정부가 제조업 경기를 띄우기 위해 세금 혜택을 늘리고 있는 것도 일본 기업의 유턴을 부추기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법인세를 40.69%에서 38.01%로 인하했고, 2015년에는 35.64%까지 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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