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활 적응 도와준 학교…평생 친구도 만들었죠"

입력 2013-02-04 16:56   수정 2013-02-05 05:52

"한국생활 적응 도와준 학교 … 평생 친구도 만들었죠"

성동공고 한켠 빌려 개교…기술·한국어 공부하며 꿈 키워
중도입국 청소년 매년 급증…교과부, 내달 인천에 추가 개교




“일반고에 계속 다녔으면 졸업도 못했을 거에요. 평생 갈 친구들을 사귀었습니다.”(서울다솜학교 3학년 이형준 군)

중도입국 다문화가정 청소년을 위한 공립 대안학교인 서울다솜학교가 4일 첫 졸업식을 열었다. 서울다솜학교는 외국에서 태어나 성장하다가 부모의 재혼·취업 등으로 부모를 따라 입국한 국제결혼 가정이나 이주노동자 가정 자녀들을 위해 지난해 3월 개교했다. 서울 흥인동 성동공고 건물 6층을 빌려 쓰고 있다.

전교생이 44명인 서울다솜학교는 이번 졸업생도 단 세 명뿐이었다. 아버지가 일본인인 이형준 군, 한국 국적을 취득한 중국인 어머니를 둔 장초 군, 홍콩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유가흔 양 등이다.

졸업식은 교사, 재학생, 학부모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치러졌다. 1부는 여느 학교처럼 졸업장 수여, 감사패 전달, 교가 제창이 이어졌다. 이군은 졸업생 대표로 한 고별사에서 “수업시간에 제대로 못 알아듣고 고개 숙이고 있을 때 따뜻하게 보듬어주신 선생님들께 감사한다. 동기와 후배들은 하루의 대부분을 함께 보내는 가족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초등학교 1학년 때 한국에 왔지만 한국말을 잘 못하는 데다 일본인이라고 놀리는 주위 아이들 때문에 정규학교 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하다 이 학교가 개교하면서 전학했다. 그는 전문대 호텔경영학과에 진학할 예정이다.

2부는 졸업생들의 학교 생활을 담은 동영상 상영, 재학생 밴드의 공연, 선생님들의 합창으로 구성된 작은 축제였다. 학생과 교사, 학부모들이 서로 포옹하고 격려하며 환하게 웃는 가운데 눈물을 흘리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이들은 “학교를 다니면서 한국 생활에 적응한 것만 해도 감사하다”고 입을 모았다.

중국 헤이룽장성에서 태어난 장군은 어머니와 함께 살기 위해 2011년 6월 입국했지만 한국어를 전혀 못해 처음 9개월간은 주로 집에서만 보냈다. 그는 서툰 한국말로 “학교 끝나고 친구들과 떡볶이 사먹은 일, 노래방 간 일들이 정말 재밌었다. 칵테일 관련 자격증을 따서 바텐더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장군의 어머니 박희자 씨는 “일반 학교를 보내야 하나 고민도 많이 했지만 다솜학교에 와서 아이가 잘 적응해 다행”이라며 눈물을 훔쳤다.

은행가가 꿈이라는 유양은 아버지를 따라 호주와 홍콩을 오가며 자라다 2011년 12월 입국했고 호주 대학에 진학할 예정이다. 그는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 여러 친구들을 사귈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중도입국 청소년들은 국내에서 태어난 이들과 달리 한국말을 잘 못해 학교 생활과 한국 문화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사회 통합을 위해 꼭 끌어안아야 할 대상으로 꼽힌다.

공식적으로 집계된 중도입국 청소년은 지난해 7월 기준 4288명이다. 이처럼 공식 집계만 해도 국내의 전체 다문화 학생 수(4만6954명)에 이르지만 실제는 이보다 훨씬 많다. 중도입국 청소년들의 60%가량만 정규 교육을 받아 통계에서 빠지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이들을 위해 지난해 직업교육을 중점으로 하는 다솜학교를 서울과 충북 제천(한국폴리텍다솜학교) 등 두 곳에 열었고 오는 3월 인천에도 추가로 열 계획이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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