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눈치 무서워"…DELL 창업자의 반란

입력 2013-02-06 16:57   수정 2013-02-07 02:32

인사이드 Story - 26조원에 팔린 세계 3위 PC업체…상장폐지 추진 왜?

PC시대 몰락?
스마트폰·태블릿에 고전…시총 230억달러로 추락

덩치커져 혁신 부담
사모펀드와 공동 인수…주주 설득 등 숙제 많아



“회사의 턴어라운드(회생)를 위해 더 많은 시간과 투자, 그리고 참을성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세계 3위 PC 제조업체인 미국의 델이 비상장사로 전환된다. 델은 창업자인 마이클 델 회장이 사모펀드 실버레이크와 함께 일반 주주들로부터 주식을 매입한 뒤 상장을 폐지하기로 했다고 6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델 회장은 비상장사 전환의 배경을 설명하면서 ‘턴어라운드’와 ‘참을성’이라는 단어를 강조했다. 델은 PC 제조업체에서 기업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회사로 탈바꿈한다는 전략을 4년 전부터 실행해왔다. 하지만 매분기 실적을 신경써야 하고, 주주들에게 사사건건 경영전략을 설명해야 하는 상장사의 의무가 성공적인 턴어라운드에 방해가 된다고 판단했다는 얘기다.

○PC시대의 종언인가

델 회장이 자본금 1000달러를 가지고 미국 텍사스대 오스틴캠퍼스 기숙사에서 회사를 창업한 건 1984년. 델은 유통마진을 획기적으로 줄인 직접판매 방식으로 IBM과 HP를 제치고 1999년 세계 1위 PC 제조업체로 부상했다.

그러나 2007년부터 경쟁력을 잃고 HP와 레노버에 1, 2위 자리를 각각 내줬다. 게다가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부상으로 PC 판매가 둔화되면서 2008년부터는 매출 성장이 정체돼 버렸다. 한때 1200억달러를 넘었던 시가총액도 230억달러(5일 현재)로 쪼그라들었다.

이에 델은 IBM과 같이 기업을 상대로 한 서비스업체로 변신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하지만 이미 대형 상장사로 덩치가 커버린 델은 효율적인 턴어라운드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비상장사로 전환한다는 델 회장의 이번 결정이 PC시대의 종언을 상징한다고 분석했다.

○사모펀드를 끌어들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델이 변신을 추진하기 시작한 건 2008년이다. 델 회장이 상장폐지 아이디어를 떠올린 건 불과 1년 전이다. 정보기술(IT) 업체를 사고 판 경험이 많은 사모펀드 실버레이크의 이곤 더반 회장을 만나고 나서다. 실버레이크는 과거 인터넷전화 업체 스카이프를 사들인 뒤 마이크로소프트에 되판 것으로 유명하다. 델 회장은 실버레이크를 끌어들인다는 계획을 작년 8월 처음 이사회에 알렸다.

5개월여의 협의 끝에 델 회장과 실버레이크는 결국 딜을 만들어냈다. 양측이 함께 일반 주주들의 주식을 총 244억달러(주당 13.65달러)에 사들이기로 한 것. 계획이 공개되기 전인 지난 1월11일 종가 10.88달러에 25%의 프리미엄을 얹어 책정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20억달러를 대출하는 방식으로 참여키로 했다.

현재 델 회장의 회사 지분은 14%다. 실버레이크가 들어오면 1대 주주 자리는 지키지 못하지만 실버레이크가 우호지분이기 때문에 사실상 경영권을 유지한다.

○델의 도박 성공할까

델 회장의 새로운 도박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주주 설득이라는 1차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WSJ는 델 회장과 실버레이크가 제안한 주당 매입액 13.65달러에 대해 일부 주주들이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비상장사로 전환에 성공한 후에도 풀어야 할 숙제는 많다. 관건은 실버레이크와의 관계다. 현재는 회사의 비전에 대해 뜻을 같이 한다고 하지만 단기에 투자차익을 거둬들여야 하는 실버레이크가 얼마나 참을성 있게 델의 변신과정을 지켜봐줄지 미지수다.

고객들의 이탈도 우려된다. 사모펀드가 투자한 이후에는 인력 구조조정이 뒤따르게 마련이다. 영업 담당 직원들이 회사를 그만두면 고객들도 함께 델을 떠날 수 있다는 뜻이다. 경쟁사인 HP는 이날 “델의 고객들이 대안을 찾아나설 것으로 믿는다”며 “HP는 그 기회를 백분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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