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설날] 많이 기다리셨죠! '안방의 아이돌' 손주들이 갑니다

입력 2013-02-07 15:35  

한경 신춘문예 게임스토리 당선자 송하나의 설날 인사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담백한 한마디로 마음 전하는 날…행복한 '설날 스토리' 만드세요



설날이다. 2년 전만 해도 고향 전주에 있던 나는 텔레비전으로 귀성길 중계방송을 보며 신기해했었다. 그러다 서울로 진학하면서 나도 귀성길의 한몫을 담당하게 됐다. 명절이라고 하면 꽉 막힌 고속도로가 생각나 어떻게 가면 덜 고생할지부터 고민한다.

그러나 내 동생들은 아직도 태평하다. 동생들에게 설날하면 뭐가 떠오르는지 물어보니 명절음식과 세뱃돈이란다. 평범하고 솔직하다. 올해 서울에 있는 대학에 입학하는 둘째에게 말해준다. 너도 이제 겪어보면 좀 달라질 걸? 하지만 그러는 나도 아직 설날 하면 소복소복 쌓인 눈과 언덕에서 구르는 눈썰매가 생각난다.

유치원에 다닐 무렵, 나는 동네 언니 오빠들을 따라 난생 처음 비료포대를 들고 평소에는 차가 다니는 언덕까지 올라갔다. 엉성하게 엉덩이로 주저앉아 발길질을 하며 미끄러져 결국 눈이 쌓인 논밭까지 굴러 떨어지곤 했다. 쌀 포대를 타기도 했고, 아빠가 뚝딱 만들어준 나무썰매를 타기도 했던 것 같다. 눈이 펑펑 내리고, 얼굴과 손은 빨갛게 얼어 통통거리며 외할머니 댁으로 돌아가면 마주앉아 이야기를 나누던 친척어른들이 언 손을 이불 밑에 넣어 주고 엄마는 귤을 까서 입에 넣어주었다. 눈이 그렇게 많이 내리는 걸 처음 봤던 그 날이 내가 기억하는 가장 오래된 설날의 풍경이다.

가장 신나는 눈썰매를 탔던 날도 설날이었다. 그 해 부안 친할머니 댁에는 유난히 눈이 많이 와서 아빠들이 나서서 뚝방 언덕에 쌓인 눈을 삽으로 다져 긴 미끄럼틀을 만들어 주었다. 그때 나는 어린 사촌동생들에게 비료포대 썰매 타는 법을 가르치고 미끄러져 우는 애들을 달래기도 하고, 낯선 그 동네 다른 꼬마들에게도 ‘우리 미끄럼틀’을 허용할 줄 아는 ‘언니’가 되어 있었다.

그렇게 도시와 시골을 오가며 자랐고, 이제는 눈썰매를 추억하며 눈이 오면 걱정부터 하는 어른이 되어간다. 어른이 되면 감성은 모두 메말라버리는 걸까?

어른들의 감수성이 터지는 시간이 설날인 것 같다. 액션이나 추리영화의 반전 없이도 우리를 웃고 울리며 때론 잔잔한 감동까지 주는 로맨틱코미디처럼 어른들의 감수성을 자극하는 주인공들은 다름 아닌 우리 자신이다. 자식과 손주들의 방문을 기대하며 설레고 눈길에 마중을 나와 발자국을 만들게 하고, 걸음마도 못하는 어린 꼬마가 안방의 아이돌이 되는 시간.

올해까지 나는 신춘문예 당선을 비롯해 부모님과 할아버지, 할머니께 한편의 블록버스터 영화 같은 치명적인 반전(!)을 보여드렸다. 아직 대학생에 불과한 딸이자 손녀가 설날에 드릴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었다.

눈썰매처럼 쏜살같이 지나가버린 1월이 벌써 아득하지만 당장 설날부터 가족끼리 생생한 추억을 만들어 가시길 빈다. 개인적으로 올해보다 더 성장하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을 담아 한껏 설날 인사말을 짜내본다.

“하시는 일 모두 잘 되시고 늘 건강하게 행복한 2013년 만들어 가시길 바랍니다!”

1월1일인 할아버지의 생신을 특별히 더 축하드린다. 온갖 미사여구보다 진심이 담긴 담백한 한 마디에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설날이다. 설날을 가족과 함께 보낼 분들도, 혹시 가족들과 모두 함께 지내지 못하는 분들도 서로를 위하는 마음만은 꼭 전하며 행복한 설날이라는 각자의 아름다운 영화를 만들어 나가면 좋겠다.

송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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