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악귀보다 무서운 스모그"

입력 2013-02-12 16:58   수정 2013-02-12 23:33

김태완 베이징 특파원 twkim@hankyung.com


요즘 베이징은 밤만 되면 ‘전쟁터’로 변한다. 곳곳에서 콩볶는 듯한 따발총 소리와 펑펑 터지는 대포소리가 들린다. 화려한 불꽃만 보이지 않는다면 전쟁터에 있다는 착각에 빠질 정도다.

중국의 설 연휴인 춘제(春節)는 폭죽으로 시작해 폭죽으로 끝난다. ‘샤오녠(小年)’으로 불리는 음력 12월23일부터 다음해 정월대보름까지 20여일간 중국 전역은 폭죽소리로 떠들썩하다. 보통 10개의 폭죽이 들어있는 한 통의 가격은 40~50위안(약 7000~8800원). 한 통에 1000위안(약 17만5000원)이 넘는 폭죽도 많다. ㅍㅈㅍ

피해도 적지 않다. 매년 수만건의 폭죽 사고가 발생하고, 수십명이 사망한다. 2009년에는 베이징에서 폭죽으로 관영 CCTV의 부속 건물 44층 빌딩이 모두 불타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래도 중국 당국은 폭죽놀이를 막지 못한다. 워낙 오래된 전통놀이인 데다, 억눌린 사회 분위기에서 스트레스 분출구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폭죽놀이의 열기가 올해엔 다소 시들해졌다. 올해 춘제 연휴기간 베이징시의 폭죽 사용량은 지난해에 비해 37%가량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가장 큰 원인은 지난 1월 베이징의 하늘을 뒤덮었던 스모그 때문이다.

폭죽놀이는 멀쩡한 공기를 스모그 수준으로 악화시킨다. 그래서 베이징시는 춘제를 앞두고 대기오염을 막기 위해 폭죽놀이를 자제해달라는 문자메시지를 시민들에게 보냈다. 일부 공산당원들은 폭죽놀이를 하지 말자는 전단을 만들어 돌리기도 했다. 인터넷에선 마스크를 쓰고 폭죽을 터뜨리는 사람에 대해 “자기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사람들이 환경오염 원인”이라며 비난을 쏟아냈다.

스모그가 한창일 때 베이징시는 PM2.5(지름 2.5㎛ 이하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평균 500~600㎍/㎥를 기록했다.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치 25㎍/㎥의 20배가 넘는 수치다. 베이징시는 지난 10일 새벽 한때 폭죽놀이로 PM2.5 농도가 최고 1000㎍/㎥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지난해의 1500㎍/㎥에 비해서는 약한 편이었고 평균 500㎍/㎥의 오염도를 보였다.

본래 폭죽을 터뜨리는 관습은 악귀를 물리치고 천수를 누리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요즘 중국에서는 스모그가 악귀보다 더 무서운 존재가 됐다.

김태완 베이징 특파원 tw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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