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운? 대세? 당신은 하정우 만큼 필사적일 수 있는가

입력 2013-02-14 03:04  


[이정현 기자/ 사진 장문선 기자] “대세라뇨… 이건 위험한 단어입니다”

먹방의신, 4885, 하배우 등등등 하정우를 표현하는 별명은 많다. 가장 와닿는 것은 ‘하대세’. 지난해 ‘범죄와의 전쟁’으로 흥행 신호탄을 쏘아 올린 그는 ‘러브픽션’ ‘577프로젝트’ 등을 연달아 공개하며 충무로 대표 배우로 자리매김 했다. 신작 ‘베를린’에서는 북한 최고의 비밀요원 표종성을 연기, 화려한 필모그래피를 쌓아 올리는 중이다.

지난 2월7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하정우는 들떠있었다. ‘베를린’의 흥행스코어 때문만은 아니다. 극중 류승범이 연기한 동명수와 짧게 나눈 표종성의 눈빛을 관객은 캐치하며 반응했다. 격투를 벌이는 와중에도 살기 위해 퇴로를 살피는 시선도 잡아냈다. 작은 순간순간에도 디테일을 담아냈던 배우 입장에서는 그것을 이해해주는 관객에 짜릿함을 느낄 수 밖에 없다.

“한국 관객의 높은 수준에 깜짝 놀랐습니다. 이렇게 디테일한 것까지 보실 줄은 예상 못했습니다. 뭔가 기대이상의 반응을 해주시는 것 같달까. 굉장히 짧은 순간에 지나가는 장면도 일일이 지적해주고 칭찬해주실 줄은 몰랐죠”

하정우가 연기한 표종성은 북 최고의 요원이지만 함께 사는 부인(전지현)조차 쉽게 신뢰하지 못하는 메마른 인물이다. 유일하게 지키고 있었던 조국(북한)에 대한 신념조차 동명수가 등장하며 흔들리고 위기에 몰리게 된다. 그는 이런 표종성을 연기하기 위해 영화 ‘피아니스트’와 ‘타인의 삶’ 속 캐릭터들을 바탕으로 깔았다.

“‘피아니스트’ 속 애드리언 브로디의 모습에서 베를린을 배경으로 한 표종성의 한 단면을 찾았어요. 영화 속에서는 날씨 때문에 겹겹이 의상을 입었는데 그것과 배경 도시의 이미지에서 고독감을 느꼈죠. ‘피아니스트’ 속 애드리언 브로디의 무거운 침묵의 느낌이 표종성과 유사하다고 봤어요. ‘타인의 삶’ 같은 경우에는 다른 사람을 도청하고 관찰하는 것에서 접점을 찾았달까. 드라마 자체는 다르지만 이미지적으로 표종성을 연구하는데 도움이 됐죠”

표종성을 준비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쉽게 접할 수 없는 북한의 비밀요원을 연기하는 것은 부담이었다. 고난도 액션은 류승완 감독과 무술감독 정두홍을 믿고 따랐다. 그리고 하정우는 표종성의 내면으로 파고 들어갔다.

“표종성은 뭔가 생각이 고정화되있지 않고 생각이 넓지 않은 인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고독하다지만 ‘고독함’ 단어 자체는 표종성에게 힘든 단어죠. 실제 북한 간부급 공작원 출신 분을 인터뷰 했던게 도움이 됐습니다. 인위적인 무언가를 넣지 않고 오히려 단순해 지려고 했어요. 군인처럼 지내다보면 제 생각도 심플해 질 것 같아 생활부터 바꿨습니다. 촬영 내내 규칙적인 생활을 하려고 노력했어요. 류승완 감독님에게도 촬영 시간이 규칙적이었으면 한다고 부탁했죠. 다행히 받아 들여 주셨어요(웃음)”


‘용서받지 못한자’부터 시작해 ‘추격자’ ‘비스티보이즈’ ‘황해’ ‘범죄와의 전쟁’ 등 그의 작품세계는 남자냄새로 가득하다. 너무 강인한 이미지로 다작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에 그는 “아직 해답을 못 찾은 부분”이라고 답했다. “내 지금 이 순간을 담아내는 것이 아껴두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소모되는 것인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는 그는 “배우의 태도에 답이 있다”고 전했다.

“전작에서 어떤 캐릭터가 아무리 성공했다고 해도 다음 작품에서 고민하지 않고 그대로 가져다 쓴다면 관객은 환영하지 않을 겁니다. 그렇다고 완성된 캐릭터를 쌓아놓고 한알한알 빼먹는건 제가 살아가는 방식에 맞지 않죠. 다작하고 있다지만 멈춰져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아요. 저의 현재를 영화에 담아내는 것이 아껴서 되는 부분일까요. 저는 다른 개념이라고 생각해요”

‘하대세’라고 불리지만 광고 출연 폭이 상대적으로 좁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재 하정우가 출연 중인 광고는 햄과 맥주, 아웃도어 브랜드 등이다. 은행과 보험 등 소위 잘나간다는 스타들만 한다는 금융권CF에서 그의 모습은 찾아 볼 수가 없다. 충무로에서 그의 위치를 생각한다면 의아한 부분. “맥주와 햄 같은 경우에는 제가 무척이나 좋아하는 것들이기 때문에 자신이 있었어요. 아웃도어도 마찬가지죠. 하지만 은행 광고 같은 경우에는 좀 달랐죠. 출연 제의는 있었지만 현재 제가 거기에 맞는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어요. 오히려 절제해야 할 것은 자신 없는 부분이었죠”

‘하대세’라는 별명에 대해 묻자 하정우는 잠시 쑥쓰러워했다. “좋은 선배 배우와 감독을 만나왔다. 운이 좋았다”며 입을 연 그는 한편으로 배우로서 자신감을 밝혔다. 단순히 운이 좋았다고 설명하긴 모자라다. 하정우는 필사적이었다.

“말씀 드릴 수 있는 것은 정말 열심히 일한다는 것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 잡듯이 탐구하고 시나리오를 해석하고 분석 한 뒤 어떻게 연기할 것인가에 대해 연습하고 고민, 탐구합니다. 적어도 제 일에 대한 자부심과 임할 때의 태도는 남다르다고 생각해요. ‘과연 나보다 더 열심히 연습 할 수 있을까?’라고 자문하곤 합니다. 거기서 오는 자신감과 피 끓는 순수함을 관객 분들이 알아주시고 좋게 평가해 주시는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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