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피터슨 美텍사스주립대 연구부총장 "고객의 사랑은 광고보다 강력"

입력 2013-02-14 15:30   수정 2013-02-14 19:06

[경영 구루에게 듣는다]

"사랑 얻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



“아무리 성공한 기업이라고 해도 시장의 경쟁 구도, 정부 정책 등 여러 원인 때문에 언젠가는 문제 상황에 직면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럴 때 고객으로부터 사랑받는 기업은 살아남지만, 그렇지 않은 기업은 고객을 그대로 잃게 됩니다.”

한국을 1년에 2~3차례 찾는 ‘지한파(知韓派) 마케팅 전문가’인 로버트 피터슨 미국 텍사스주립대 연구부총장은 최근 서울대 SPC농업생명과학연구동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미래관계 마케팅’이란 주제로 특강을 했다. 피터슨 부총장은 강의를 마친 뒤 한국경제신문 Biz Insight와의 인터뷰에서 “기업이 성공하기 위한 핵심 비결은 ‘고객의 사랑’(consumer love)”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애정 있는 고객은 주위 사람들에게 해당 기업과 브랜드가 얼마나 좋은지를 전파한다”며 “고객의 사랑은 어떤 광고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보다 강력한 마케팅 수단”이라고 말했다.

피터슨 부총장은 구글, 아마존, 포드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과 SK텔레콤, 한국전력, LS산전 등 한국 기업의 경영자문에 참여했다. 경기도와 공동으로 국내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는 지원 프로젝트도 벌이고 있다. 2006년 국제마케팅협회(IMA) 최고교수상을 받았고 미국마케팅협회(AMA) 부회장, 마케팅과학아카데미(AMS) 회장을 지냈다.

○위기 때 빛을 발하는 ‘고객 사랑’

‘고객에게 사랑받는 기업’. 이미 수많은 회사가 모토로 내걸었고, 어찌 보면 뻔한 소리인 이 얘기를 그가 특별히 강조하는 이유는 뭘까. 피터슨 부총장은 “위기의 순간에 기업을 지켜주는 건 결국 고객”이라며 미국의 슈퍼마켓 체인 홀푸드마켓의 사례를 들었다.

“홀푸드마켓이 지금처럼 성장하기 전이었던 1981년, 1호점이 홍수 피해를 입어 모든 제품과 장비가 망가지고 물이 들어찼습니다. 이 회사는 당시 보험도 들지 않아서 피해를 복구할 방법이 막막했어요. 하지만 홀푸드마켓을 사랑해 온 소비자들이 ‘가게를 재건해야 한다’며 찾아오기 시작했습니다. 판매가 가능한 제품을 고객들이 가려내고 페인트칠도 해 줬죠. 나중에는 제품 공급업자와 투자자, 채권자들도 복구 작업을 도왔습니다. 덕분에 한 달도 채 안 돼 매장 문을 다시 열었죠. 이후 홀푸드마켓은 매장을 확장하면서 전세계 400개 매장을 운영하는 회사로 성장했습니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자진해서 회사를 도와준 고객들이 없었다면 오늘의 홀푸드마켓이 존재할 수 있었을까요?”

피터슨 부총장은 기업이 고객의 사랑을 받기 위한 조건으로 품질·서비스·사회공헌 등 세 가지를 꼽았다. 그는 “가격은 기업의 경영전략에 중요한 요소이긴 하지만 핵심은 아니다”며 “가격이 비싼데도 애플 신제품을 사기 위해 며칠밤 줄을 서는 소비자들은 결국 애플을 사랑해서 그러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오너와 CEO, 대화 장벽 허물어야”

그는 기업이 고객과 신뢰관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내부 커뮤니케이션 체계를 투명하게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모든 고위 경영진이 1주일에 한 번씩 오너와 직접 대화할 수 있어야 합니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재빨리 잡아내고 이를 마케팅에 반영하려면 최고 의사결정권을 쥔 오너도 신속히 알아야 해요.”

피터슨 부총장은 “얼마 전 포드자동차를 컨설팅하면서 고위 경영진에게 이 내용을 말했지만 ‘너무 바빠서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포드의 매출이 곧바로 떨어졌는데, 이는 고객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고객의 사랑을 받는 기업의 대표적 예로 홀푸드마켓 외에도 미국 유기농 슈퍼마켓 트레이더조, 스웨덴 가구업체 이케아(IKEA), 미국 생활용품업체 프록터앤드갬블(P&G), 국내 베이커리 기업 SPC그룹 등을 꼽았다. 이들 기업의 소비자는 웬만해선 경쟁사 매장을 찾지 않을 정도로 충성도가 높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P&G는 세계인이 가장 사랑하는 회사 중 하나지만 정작 사람들은 자신이 P&G를 사랑하고 있는지 잘 모릅니다. P&G가 보유한 27개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매우 높은 거죠. 정확히 말하면 사람들은 P&G를 ‘간접적으로’ 사랑하고 있는 겁니다.”

피터슨 부총장은 “텍사스주립대의 한국 학생들을 통해 알게 된 SPC그룹은 사업모델이 매우 독특하고 매력적”이라며 “P&G와 닮은 구석이 많다”고 설명했다. “SPC그룹도 회사 이름만 얘기하면 잘 모르는 사람이 많아요. 하지만 파리바게뜨, 샤니, 배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 이런 SPC그룹 브랜드는 많은 고객이 좋아하고 있지요.”

○“파리바게뜨는 세계적 모델”

피터슨 부총장은 “파리바게뜨는 매일 4800㎏의 생지(케이크의 기본이 되는 빵)를 만드는 생산공장에서 엑스(X)레이까지 활용하는 철저한 품질관리를 거쳐 제품을 만들고, 이를 전국 가맹점에 동일하게 보급하는 단순하고 직관적인 사업모델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베이커리와 달리 하루 한 개꼴로 신제품을 내놓으며 혁신적으로 움직이는 게 파리바게뜨의 독창적인 특징”이라는 분석도 덧붙였다.

그는 이어 “최고경영자(CEO)가 큰 틀의 경영전략 외에 품질, 기술, 경영, 재무까지 현업의 모든 분야를 이해하고 있는 것도 파리바게뜨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피터슨 부총장은 강의 전날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자기와 저녁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스마트폰을 통해 중국, 싱가포르 등 해외 매장에서의 판매·재고 현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전했다.

피터슨 부총장은 SPC그룹의 마케팅 사례를 자신의 경영학 교재 ‘전략적 마케팅 문제’(Strategic Marketing Problems)의 다음 개정판에 실을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이 책은 세계 100여개 대학에서 마케팅 교재로 쓰고 있다.


피터슨 부총장은 이날 강연에서 동반성장위원회의 중소기업적합업종 선정으로 파리바게뜨의 사업 확장이 어려워진 데 대해서는 “사회적 후생을 떨어뜨리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은 편의성인데 원하는 식빵을 사기 위해 몇 ㎞씩 걸어가도록 만든다면 다른 업체의 ‘지리적 독점’(geographical monopoly)을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경쟁이 없어지면 ‘높은 가격, 낮은 서비스, 낮은 품질’로 사회적 이익만 줄어들 뿐”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기업의 강점과 약점을 묻는 질문에는 “일반적으로 자기 분야에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많이 갖고 있지만 미국 기업에 비해 리스크와 실패를 좀 더 두려워한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답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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