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모든것의 시작은 민생…백성을 생각하던 네남자

입력 2013-02-14 16:52   수정 2013-02-14 23:35

이이·이원익·조익·김육…경세가의 일대기 그려
현실 정치에 대입한 조선시대 이야기 눈길

언제나 민생을 염려하노니
이정철 지음 / 역사비평사 / 324쪽 / 1만7000원



“사람들은 삶을 즐거워하는 마음이 있은 후에야 윗사람을 친애하고 목숨이라도 버리는 법입니다. 사대부들은 백성의 생활이 곤궁하고 어렵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지만 사실은 대수롭지 않게 여깁니다. 백성을 편안하게 하는 것 외의 일들은 부수적인 일입니다. 백성에게 항산(恒産)이 없다면 항심(恒心)이 없고 명령을 해도 따르지 않으며 모두 떠나버릴 계획만 가질 것입니다.”

조선 광해군·선조 때 재상을 지낸 이원익이 선조에게 올린 상소다. 백성들이 일할 수 있는 생업을 보장해주고 경제적 기반을 닦은 후에야 예(禮)를 따르고 도(道)를 따르는 항심이 생겨 유교적 이상사회를 실현할 수 있다는 얘기다. 백성을 교육하는 향약제도 실시에 대해 율곡 이이가 “굶주림과 추위에 허덕이는 백성에게 억지로 예를 행하게 할 수 있겠느냐”며 반대한 것도 이런 관점에서였다.

《언제나 민생을 염려하노니》는 진정으로 백성을 염려했던 조선의 경세가(經世家) 4명의 일대기를 그린 평전이다. 율곡 이이, 오리 이원익, 포저 조익, 잠곡 김육이 주인공이다. 이들은 선조와 광해군, 인조 때 조정에서 중요한 신하로 인정받으며 백성을 위한 실질적인 제도를 만들고 시행하고 또 좌절했다. 이들로부터 시작된 제도들은 실학자를 거쳐 현실에 큰 영향을 미쳤다.

“정사(政事)는 시의(時宜)를 아는 것이 귀하고, 일은 실공(實功)에 힘쓰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성군과 어진 신하가 서로 만난다 하더라도 치적이 이뤄지지 않을 것입니다.”

이이가 선조에게 올린 ‘만언봉사(萬言封事)’의 첫 부분이다. 이이가 이렇게 주장하기 전 사대부들은 옳은 정치를 펴기 위해서는 왕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적절한 사람을 선택하기만 하면 된다고 여겼다. 이이는 이런 순진한 사고에서 한 걸음 나아가 시대에 맞게 법제를 개혁하고 제도적인 민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것이 바로 ‘시의’며 이를 실천하는 것은 ‘실공’이다.

이이가 이런 생각을 갖게 된 것은 옳은 정치를 구현할 것으로 여겼던 사림이 조정에서 권력을 획득했는데도 개혁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 사림은 정치세력을 선악의 구도로 이해했고 스스로 동인과 서인으로 나뉘어 싸웠다.

이이가 제도적 개혁의 토대를 제공했다면 이원익과 조익은 이를 실천한 인물들이다. 정확한 군량 수송 등으로 임진왜란에서 큰 공을 세운 이원익은 대동법의 시초인 선혜법을 시행했다. 특산물로 세금을 바치는 공물 대신 쌀로 낼 수 있게 해 백성들의 고통을 덜었다. 이원익은 또 조익을 발탁해 대동법을 충청·전라·강원 3도에서 시행할 수 있도록 했다. 조익은 백성이 항산을 갖게 하는 제도가 중국 고대의 정전법과 십일세(十一稅·수확의 10분의 1만 세금으로 걷는 것)를 계승한 대동법이라는 점을 논증했다.

갖고 있는 땅에 따라 세금을 내는 누진세인 대동법에 대한 부호들의 저항이 심했지만 조익은 개혁을 실행해 나갔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 갈등을 계층 갈등으로 환원하지 않고 대동법이 양반층의 이익, 나아가 국가의 이익에 반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저자는 “마치 오늘날 고소득층에 대한 세금 인상이 자본주의와 모순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며 조익이 구체적 현실에 밀착해 있었다고 평가한다.

이이부터 시작된 조선 경세가의 전통은 이원익, 조익, 김육을 거쳐 유형원, 정약용 등으로 이어진다. 국가는 백성에게 너그러운 정치를 펼쳐야 한다는 ‘인정(仁政)’의 중요성 위에 제도를 강조하는 전통이다. 조선시대 정치사상과 현실에 대한 저자의 설명이 친절하다. 종종 현재 한국의 정치를 오가는 설명도 적절하다. 다만 조선시대의 제도 자체에 대한 주석이 부족한 점은 아쉽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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