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도 찍어내는 3차원 제조기술…글로벌 산업판도 흔든다

입력 2013-02-15 16:55   수정 2013-02-15 21:35

글로벌 이슈 따라잡기 - 오바마 美대통령이 국정연설서 강조한 '3D 프린터'는

美 제조업 부흥 기술로 선정…15개 R&D 허브 건립하기로
중국·EU 앞다퉈 기술 개발…2016년 시장규모 31억달러로
세계경제포럼 '미래 10대기술'에 포함…英이코노미스트 "3차 산업혁명 이끌 것"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12일 집권 2기 첫 국정연설에서 “3D 프린터 산업은 앞으로 모든 제조업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다음 제조업 혁명은 미국에서 일어나도록 하기 위해 미 전역에 15개 3D 프린터 연구·개발(R&D) 허브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3차원(3D) 프린터 산업 육성을 통해 미국 제조업을 다시 부흥시키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은 14일 미래 10대 기술을 발표하면서 3D 프린터를 두 번째로 포함시켰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3D 프린터가 내연기관과 컴퓨터에 이어 3차 산업혁명을 이끌 것이라고 내다봤다.

3D 프린터가 세계 제조업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EU) 등 주요 국가들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섰다. 기업들은 인수·합병(M&A)을 추진하고 관련 인재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3D 프린터 기술 발전에 따라 국가별·기업별 제조업 경쟁력의 판도가 뒤바뀔 수 있다는 인식에서다. 지난해 세계 3D 프린터 생산 규모는 전년 대비 29.4% 늘어난 16억8000만달러(약 1조8125억원)를 기록했다. 2016년에는 31억달러(약 3조3446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3D 프린터의 영토 확장

3D 프린터는 입체의 모양을 그대로 찍어내는 기계다. 잉크 대신 고분자 물질이나 플라스틱, 금속을 뿜어내 미리 입력한 설계도에 따라 만질 수 있는 형상으로 물체를 만들어낸다. 실제 물체가 없더라도 해당 데이터만 있으면 문서를 프린터로 출력하듯 물건을 뽑아낼 수 있다. 3D 프린터는 1990년대부터 신제품 제작 과정에 이용돼왔다. 삼성전자가 노트북 신모델을 개발하면서 배터리 크기에 따라 바뀔 수 있는 여러 가지 디자인을 하나씩 3D 프린터로 뽑아서 실제로 어떤 제품이 만들어지는지 검토하는 식이다.

그동안 ‘샘플’ 제작에 한정됐던 3D 프린터는 최근 2~3년간 산업 현장에 급속도로 진입했다. 소재기술의 발달 덕분이다. 개발 초기에는 플라스틱에 국한됐던 3D 프린터의 소재가 나일론, 금속으로까지 확장되면서 3D 프린터로 제작할 수 있는 제품이 늘었다. 2011년 7월 영국 사우샘프턴대에서 만든 무인비행기 SULCA가 단적인 예다. 알루미늄 소재를 이용해 3D 프린터로 뽑아낸 이 비행기는 배터리와 엔진을 장착한 뒤 시속 160㎞로 날았다. 같은 해 에어버스의 모회사인 방산업체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EADS)도 나일론을 이용해 자전거를 만들었다. 페달과 핸들, 바퀴까지 한번에 찍어낸 뒤 체인과 타이어만 부착하면 바로 굴러간다. EADS는 3D 프린터로 여객기를 생산하는 기술까지 연구하고 있다. 소재기술의 발전에 따라 3D 프린터의 제조 영역은 계속 넓어질 전망이다. 콘크리트를 소재로 이용할 수 있게 되면 집을, 단백질 이용이 가능하면 인공장기까지 맞춤 제작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보급형 제품도 나와

미국의 3D 프린터 제조업체 메이커봇은 작년 초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2199달러(약 239만원)의 3D 프린터 ‘리플리케이터2’를 내놨다. 20분이면 플라스틱 제품 하나를 뚝딱 만들어낼 수 있는 기계다. 5월 3D시스템즈도 1299달러의 3D 프린터 ‘큐브’를 출시하며 가격 인하 경쟁에 불을 붙였다. 수천만원을 호가해 기업에서나 쓸 수 있었던 3D 프린터 값이 집안에 비치해놓고 쓸 수 있는 수준까지 떨어진 것이다.

사용자들은 자신이 디자인하거나 다른 사람의 디자인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장난감이나 장식품, 액세서리 등을 제작할 수 있다. 미국의 3D 모형 제조회사 세이프웨이스가 연 3D 디자인 공유 인터넷 사이트에는 25만명의 이용자가 디자인을 주고받으며 자신의 3D 프린터로 각종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미국 최대 사무용품 유통회사 스태이플스도 올해 초부터 네덜란드 등을 시작으로 3D 프린터를 매장에서 판매하기로 하는 등 3D 프린터는 갈수록 일반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3D 프린터 기술의 진보와 제품 보급은 공장에서 상점, 가정으로 이어지는 제품 순환구조 자체를 바꿀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간단한 집기와 물건의 설계도를 컴퓨터로 내려받으면 바로 집에서 만들 수 있어서다. 네리 옥스먼 미국 메사추세츠공대(MIT) 미디어랩 교수는 “인쇄술이 서적 출판을 통한 광범위한 정보 보급을 가져온 것처럼 3D 프린터는 누구나 생산할 수 있는 시대를 열 것”이라고 말했다.


○각국 시장 선점 경쟁

미국은 지난해 8월 3000만달러를 들여 오하이오주 영스타운에 3D 프린팅 전용 연구소 국립제조업혁신제단(NAMII)을 세웠다. 제조업 쇠퇴로 ‘녹슨 지대(rust belt)’로 추락한 미국 중서부를 3D 프린터를 통해 부흥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중국은 한국이나 일본 등에 비해 정밀하지 못한 부품 제조나 완제품 마감 능력을 3D 프린터를 활용해 같은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중국 정보산업화부는 조만간 3D 프린터 육성과 관련된 로드맵을 내놓고 관련 산업 지원 등의 구체적인 정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EU는 2010년 영국 노팅엄대와 셰필드대 등에 3D 프린터 연구센터를 만들어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독일의 프라운호퍼 레이저연구소는 이미 20여대의 전용 3D 프린터를 설치, 각종 금속을 소재로 한 기술 연구를 진행 중이다.

기업들도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작년 12월 세계 3D 프린터 시장 점유율 1위 스트라타시스와 2위 오브제가 합병을 했다. 스트라타시스가 실을 돌려 쌓는 방식으로 복제를 하는 반면 오브제는 소재를 분사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좀 더 단단한 복제품을 만들 수 있는 스트라타시스와 디테일이 강점인 오브제가 연합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것이다. 세이프웨이스는 작년 10월 뉴욕에 3D 프린터 전용으로는 최대 규모인 연면적 2만5000㎡의 공장 착공에 들어갔다.

중국 기업들의 도전도 만만치 않다. 1992년부터 칭화대 교수로 3D 프린터를 연구해온 옌융녠은 지난해 74세의 나이로 관련 회사를 창업했다. 회사 문을 연 쿤산시에는 이미 20여개의 3D 프린터 개발사들이 활동하는 등 최근 중국에는 3D 프린터 개발사들이 급증하는 추세다. 옌용넨과 같은 칭화대 연구진들이 만든 베이징타이얼은 2011년에만 3000여대의 3D 프린터를 판매해 세계 시장의 4%를 점유했다.


◆국내 산업 현주소는…정부 산업육성 무관심…관련정책 논의조차 없어

주요 국가들이 3차원(3D) 프린터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한국은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다. 그나마 국내에서 자체 개발한 3D 프린터를 생산하고 있는 기업은 캐리마 정도가 꼽힌다. 자산 100억원 미만의 작은 회사에서 10명 정도의 연구원이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최근 3년간 누적 판매량은 50대에 불과했다. 중국 최대 3D 프린터 제조업체 베이징타이얼이 2011년에만 3000여대를 판매한 것과 대비된다.

이 외에 몇몇 중소기업이 3D 프린터를 개발하고 있지만 양산 단계에는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원우 캐리마 팀장은 “오랜 기간 연구가 축적돼 있어야 만들 수 있는 제품이라 후발주자가 따라잡기는 어렵다”며 “1983년 광학기기 회사로 출발해 쌓은 관련 연구가 있었기에 이만큼이나마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부도 구체적인 정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정부에서 3D 프린터와 관련된 별도의 대책을 준비하고 있는 것은 없다”며 “관련 산업 육성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산하에 3D산업협회가 있지만 컴퓨터 그래픽이나 3D 영화 등에 대한 업무를 주로 담당할 뿐 3D 프린터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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