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이 미래다.’(두산) ‘사람을 키우는 것은 나무를 키우는 것과 같다.’(SK) ‘1조원 이익보다 1만명 고용이 더 중요하다.’(STX)
국내 주요 기업들의 인재관을 담은 말들이다. 좋은 인재를 확보하려는 기업들의 경쟁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사람을 키우는 것, 특히 핵심 인재를 뽑고 길러내는 일은 업무 성과를 넘어 기업의 명운까지 가르는 중요한 일이다.
연초부터 기업들의 인재확보 전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무한경쟁이 불가피한 경영 환경과 글로벌 경기침체를 헤쳐 갈 우수 인력의 필요성이 더욱 높아졌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이 좀처럼 경기부진의 터널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은 오히려 한국 기업들이 해외에서 공부 중이거나 글로벌 경쟁사에서 일하고 있는 양질의 인력을 데려올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그룹 총수가 직접 뛴다
주요 기업들은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분야별로 ‘맞춤형’ 전략을 짜서 뛰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현대글로벌톱탤런트포럼’과 LG그룹의 ‘LG테크노콘퍼런스’는 글로벌 무대를 염두에 둔 인력을 선점하기 위한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2011년부터 시작한 현대차의 글로벌톱탤런트포럼은 해외 석·박사 출신과 글로벌 경쟁업체들에서 일하고 있는 경력직들까지 겨냥한 행사다. 선발된 박사급 우수 인력에게는 학위 취득 때까지 장학금을 지원해준다. 인재를 직접 키우기 위해 UC버클리, UC데이비스와 ‘현대 공동연구센터’도 세웠다.
구본무 회장이 직접 참여하는 테크노콘퍼런스는 LG의 대형 채용행사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4월 미국에서 첫 행사를 연 데 이어 올 1월엔 서울에서 이공계 석·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500여명을 초청했다. LG전자 등 8개 계열사 주요 임원 70여명이 출동, 미래 인재들을 대면하고 LG의 기술력과 연구·개발(R&D) 현황을 소개했다.
좋은 인력을 찾기 위해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뛰는 것은 필수다. 대부분의 CEO들은 절반 이상의 시간을 사람에 투자한다.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는 첨단기술 분야는 더욱 경쟁이 치열하다. 삼성 계열사 CEO들의 평가 항목엔 핵심인재 확보 능력과 그들을 어떻게 키워냈는지가 중요한 지표로 포함돼 있을 정도다.
채용 형식도 기존의 틀을 깨는 신선한 발상이 많다. SK그룹은 지난해 열정과 끼로 도전을 즐기는 ‘바이킹형 인재’를 찾기 위해 서울 홍익대 앞에서 ‘SK 잡 페스티벌’을 열었다. 프레젠테이션으로 자신의 경쟁력을 보여준 참가자들은 신입 공채 때 서류전형 면제 등 혜택을 받았다.
◆채용 후 교육도 대폭 강화
기업들은 채용뿐 아니라 사내교육을 통한 지속적인 인재양성에도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정 부문에 강점을 가진 인력에게 각 기업의 고유문화와 노하우를 전수, 조직 전체에 기여하는 인물로 키워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취지다.
여러 영역을 아우르는 인재를 양성하는 포스코의 ‘통섭형’ 육성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창의력과 통찰력을 갖춘 인력을 키우기 위해 2010년 사내에 전략 대학제도를 마련했다. 채용 교육 승진 보직 등 인사관리 전반도 통섭형 인력 양성에 초점을 맞춰 손질했다. GS칼텍스는 전 임직원에게 1인당 연간 85시간의 교육시간을 배정해놓고 있다. 효성은 상시학습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5~50명 단위로 임직원들이 모여 제품과 산업 등 실무와 관련된 공부를 연중 계속하는 제도다. 영업과 생산 직원들만 대상으로 하던 것을 반응이 좋아 전 직원으로 확대했다.
생산현장 인력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도 요즘 기업들의 추세다. 현대차는 10년간 마이스터고 출신 우수 인재 1000명을 뽑는 ‘HMC 영 마이스터’ 프로그램을 지난해 시작했다. 학업 보조금과 같은 금전적 지원은 물론이고 방학 중 집중교육, 졸업 후 현장실습 교육 등을 통해 기술 전문가로 키워낼 계획이다. 현대중공업은 다음달 2년제 사내대학인 현대중공업공과대를 개교한다.
코오롱그룹의 ‘코오롱주니어’ 프로그램도 마이스터고 학생들에게 특화된 채용 방식이다. 코오롱은 특히 여성 인재를 위한 다양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대졸 신입사원의 30% 이상을 여성으로 의무 선발하는 여성인력 할당제를 시행하고 있다. 과장급 이상 여성 관리자가 여직원들의 고민과 업무에 대해 조언하는 여성 멘토링 제도도 눈에 띈다.
박해영 기자 bono @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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