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직 말단 사원서 230년 장수기업 CEO로…'M&A 승부수' 띄워 글로벌 제약판도 바꾸다

입력 2013-02-21 15:30  

글로벌CEO - 하세가와 야스치카 <다케다약품 회장>

글로벌화만이 살 길
창업주 가문 아닌 첫 외부인 CEO
무차입 경영원칙 포기하고 밀레니엄 등 다국적 제약사 인수…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도 흑자

"우리만이 최고다" 정신 버리다
"신흥국 포기는 패배선언과 마찬가지"…"무제한 금융완화는 시장불신 초래"
日 정·재계에 연일 쓴소리




다케다약품공업(武田藥品工業). 국내 소비자들에겐 낯선 이름의 일본 제약회사다. 하지만 국내 제약시장에 오래 전부터 깊숙이 들어와 있다. 1980~90년대 국내 종합감기약 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던 ‘화이투벤’이 이 회사의 대표적인 제품이다. 한일약품(2004년 CJ제일제당이 인수)과 기술 합작을 통해 1983년 출시됐다. 당뇨병 치료제 ‘액토스’와 골다공증 치료제 ‘에비스타’도 이 회사 약품이다.

다케다약품은 1781년 일본 오사카의 작은 약재상에서 출발했다. 지금은 아시아 최대이자 세계 12위 다국적 제약기업으로 성장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이후 지속된 엔고(高)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줄곧 흑자를 유지했다. 다발골수종 치료제 ‘벨케이드’로 유명한 미국 신약 개발회사 밀레니엄과 러시아 중남미 동남아시아 등 신흥국 제네릭(복제약) 시장의 강자로 꼽히는 스위스 제약회사 나이코메드도 인수했다.

이 같은 성장 뒤엔 7대째 가업을 이어온 창업주 가문 다케다가 있다. 특히 회사의 더 큰 발전을 위해 스스로 모든 직책을 버린 다케다 구니오(武田國男) 전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의 공이 컸다. 다케다 가문으로부터 경영권을 넘겨받아 2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기업의 사령탑으로 맹활약하고 있는 하세가와 야스치카(長谷川閑史·66) 회장 겸 CEO도 빼놓을 수 없다.

○230년 장수 제약기업 CEO로

1970년 일본 명문 와세다대 정치경제학과를 졸업한 하세가와는 그 해 다케다약품에 입사했다. 첫 부서는 본사 사무직이 아니라 약품 생산공장이었다. 양복 대신 작업복을 입고 신입사원 생활을 시작했지만, 실망하는 기색 없이 업무에 최선을 다했다. 사내 스터디그룹을 만들어 영어와 재무회계 공부도 열심히 했다.

1998년 국제본부장을 맡으면서 본격적으로 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미국과 독일 등 해외지사에서 10여년 간 근무하면서 다케다약품의 인지도를 높이고, 현지 제약사들과 활발하게 교류했다.

다케다 가문의 7대 후계자이자 회사의 회장 겸 CEO였던 다케다 구니오는 이런 하세가와를 눈여겨 봤다. 1993년부터 회사 경영을 책임져 왔던 다케다 회장은 일본 제약업계의 성장을 위해선 미국과 유럽의 거대 제약그룹들과 경쟁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있었다. 제약업계 선두권 자리를 유지하려면 서양의 제약벤처들을 겨냥한 공격적인 인수·합병(M&A)과 전략적 기술제휴가 필수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7대째 내려온 가족경영의 견고한 틀 안에서 이런 경영전략을 마음껏 펼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가 선택한 방법은 자신을 포함한 창업주 일가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것이었다. 2003년 하세가와에게 CEO직을, 2009년에는 회장직을 넘겼다. 해외시장 동향에 밝은 하세가와를 회장 겸 CEO로 임명해 세계 시장점유율 확대라는 과제를 맡긴 것이다. 경영권을 위임받은 하세가와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창업주 일가 및 임원 자녀들의 입사를 금지하는 사규를 만들었다. 다케다약품이 가문 출신이 아닌 외부인을 CEO로 영입한 건 창업 후 처음이었다.

○‘무차입 경영’ 포기하고 M&A 대어 낚아

하세가와가 다케다약품의 수장이 된 뒤 가장 공을 들인 분야는 해외기업 M&A였다. 이를 위해 창업주 가문이 지켜왔던 ‘무차입 경영’ 원칙을 깼다. 2008년 밀레니엄 인수에 9000억엔을, 2011년엔 나이코메드 인수에 1조1086억엔이란 거액을 각각 쏟아부었다. 밀레니엄과 나이코메드를 자회사로 편입할 당시 해당 회사 직원들을 정리해고 하지 않고 모두 다시 고용했다. 이 과정에서 외부 자금을 빌렸다.

국제적인 신용평가회사 무디스는 다케다약품이 무차입 경영 원칙을 어겼다는 점을 들어 지난해 신용등급을 Aa1에서 Aa3로 두 단계 강등했다. 다만 M&A의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는 점을 인정해 향후 전망은 ‘안정적’이라고 밝혔다. 흑자 경영을 지속하고 있는 데다 자기자본비율이 54.5%(2012 회계연도 3분기 기준 자기자본 2조613억엔)로 재무상태가 건전하다는 점도 긍정적인 전망 유지에 한몫 했다. 하세가와는 지난 4일 실적발표회에서 2012 회계연도(2012년 4월~2013년 3월) 매출이 전년보다 2.7% 증가한 1조5500억엔, 순이익은 24.8% 늘어난 1550억엔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는 잇따른 초대형 M&A에 대한 부담감이 없느냐는 일본 언론들의 질문에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안주하며 서서히 몰락하는 것보다는 앞으로 나아가면서 겪는 위험부담이 낫다. 100% 안전한 판단이란 것은 시장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밀레니엄 인수는 항암치료 신약 개발 분야를 강화하기 위해서, 나이코메드 인수는 신흥국 시장점유율 확대 차원에서 각각 한 것이었다”며 “두 회사의 M&A 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둘 중 하나를 포기한다는 건 있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NIH 신드롬’ 버려야 산다

하세가와가 가장 역설하는 건 ‘NIH(not-invented-here) 신드롬’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NIH 신드롬이란 남들이 연구하거나 발명한 것을 무시하고 오로지 자신들이 최초, 최고라고 믿는 증후군을 말한다. 주로 선진국 기업에서 많이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본 기업들은 여전히 자국 내수시장과 선진국 시장에 지나치게 기대는 면이 크고, 자사 보유 기술에 대한 오만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며 “현재 신흥국의 제약업계 시장점유율은 약 25%지만, 10년 뒤엔 70%로 오를 것이다. 지금부터 이를 위해 대비해야 한다. 이미 늦은 감도 있다”고 지적했다.

하세가와는 다케다약품이 가진 다국적 기업으로서의 면모를 더욱 부각시키기 위해 여러 개편 작업에 나서고 있다. 2009년부터 본사 이사회에서 영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해외 지사에 본사 파견직원을 줄이고 현지 채용을 늘려가고 있다. 현재 다케다약품 직원 3만여명 중 일본 내 근무자는 9000여명뿐이다. 또 해마다 연 매출의 약 20%인 3000억엔을 연구·개발에 투자해 신약 개발사업 확장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그는 게이단렌(한국의 전경련에 해당), 일본상공회의소와 더불어 일본 재계의 3대 단체로 꼽히는 경제동우회 회장직을 2011년부터 맡고 있다. 이 때문에 작년 12월 취임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추진 중인 이른바 ‘아베노믹스(디플레이션과 엔고 탈출을 위해 동원한 각종 경기부양책)’에 대한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다. 아베 정부의 재정 확대와 엔저(低) 유도 정책에 대해 “무제한적 금융완화 정책은 시장의 불신을 초래한다”며 “올해 추가경정 예산과 내년 예산을 신속히 편성하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 참여를 미루지 않아야 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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