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위험한 도박 '공포의 균형'…핵은 주권보다 책임이 우선

입력 2013-02-22 13:57  


‘청정에너지’와 ‘가공할 무기’는 핵의 두 얼굴이다. 핵의 원료가 되는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핵의 용도가 달라진다. 고효율 청정에너지로 불리는 원자력으로 에너지 부족 불안에서 벗어날 수도 있지만 핵무기로 둔갑하면 지구촌의 공포 수위가 높아진다. 핵무기로 전쟁을 억제하려는 ‘공포의 균형’(balance of terror) 발상은 위험한 생각이다. 공포의 균형은 공포나 두려움을 가중시켜 상대방의 행위를 제어하는 상호억제체제지만 한순간의 판단 착오로 인류를 파멸로 몰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핵을 인류 번영을 위한 선한 목적에 사용하도록 지혜를 모으는 것은 지구촌 공동의 과제다.

#핵무기 초강국은 러시아·미국

세계적으로 핵 초강대국은 러시아와 미국이다. 러시아 핵탄두는 1만1000여개에 달하고 미국은 8500개 정도다. 군사대국을 꿈꾸며 꾸준히 군비 지출을 늘리고 있는 중국의 핵탄두는 240개 정도로 추정된다. 글로벌 영향력에 비해 핵탄두 수는 러시아와 미국에 훨씬 못 미친다. 프랑스와 영국은 핵탄두 수가 중국과 엇비슷하다는 것이 일반적 분석이다. 국경을 맞대고 말 그대로 ‘공포의 균형’을 유지하는 인도와 파키스탄은 각각 100개 안팎으로 추정된다. 이스라엘은 핵무기 보유 여부를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지 않지만 80개 정도의 핵탄두가 있을 것이란 게 정설이다. 하지만 이들 국가는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과 고농축 우라늄을 2000t 정도 갖고 있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수백개의 핵탄두는 손쉽게 만들 수 있다.

핵을 보유하려는 욕구는 한마디로 효율성과 파괴력 때문이다. 엄청난 돈을 들여 지속적으로 재래식 무기를 업그레이드하는 대신 핵무기를 보유하면 초기 개발비용은 더 들더라도 궁극적으로 국방비를 줄이고 군사대국으로 인정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적대국가의 공격에 미리 ‘단단한 방어막’을 치는 장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또 하나는 핵무기를 상품화하려는 유혹이다. 핵무기를 기술력이 부족한 국가나 특정 단체에 팔아 넘겨 돈을 챙기려는 상술적 속셈도 핵무기 개발을 부추긴다.

#깨지면 재앙인'공포의 균형'

군사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국가, 핵보유국에 적대감이 강한 나라, 국제적 테러단체 등은 핵무기를 보유해 기존의 핵국가들에 맞서고자 하는 욕구를 느낀다. 핵무기는 공격무기이면서도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방어효과를 내는 무기라는 인식 또한 강하다. “네가 쏘면 나도 쏜다”는 이른바 ‘공포의 균형’으로 전쟁을 억제하고 나라의 주권을 지키겠다는 것은 핵을 만들려는 나라들이 내거는 거의 공통된 명분이다. 하지만 핵무기가 중심이 되는 공포의 균형은 일반적인 ‘힘의 균형’(balance of power)과는 성격이 다르다.

힘의 균형은 말 그대로 경제력이나 (재래식) 군사력 측면에서 비슷한 힘을 갖추는 것을 의미하지만 공포의 균형은 핵탄두 보유 수가 균형을 이루지 않아도 성립된다. 핵탄두 200개를 가진 나라가 100개를 가진 나라보다 2배 위협적이라는 논리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북한이 수십개의 핵탄두만으로 8000여개의 핵탄두를 보유한 미국과 ‘공포의 균형’을 이룰 수 있다는 뜻이다. 그만큼 핵의 위력이 공포스럽기 때문이다. 테러단체들이 핵무기를 보유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도 바로 이런 불균형의 유혹이 강하기 때문이다. 

 #빠지기 쉬운'구성의 오류'

경제학에 ‘구성의 오류’(The fallacy of composition)라는 게 있다. 부분적으로 성립하는 원리를 전체적으로 확대할 때 발생하는 오류를 말한다. 절약의 역설, 가수요가 이에 해당한다. 예를 들어 어느 한 제품의 가격을 올리면 그 제품을 만드는 기업은 이익을 얻는다. 이에 따라 모든 제품의 가격이 오르면 모든 기업이 이익을 얻는다고 추론하게 된다. 그러나 모든 제품의 가격을 올리면 물가가 상승해 오히려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핵도 비슷한 원리가 적용된다. 어떤 나라가 핵주권을 주장하는 것은 나름 일리가 있다. 하지만 모든 국가들이 핵주권을 외치며 핵무기를 개발한다면 세상은 어찌 될까. 아마 더 평화로워지지 않을 확률이 훨씬 높아질 것이다. 주권론의 함정은 책임론이다. 평화로운 국제질서에 대한 책임의식 없이 핵무기만 고집하는 나라들이 늘어난다면 세상은 더 혼란스러워질 것이다. 북한의 핵으로 한반도 정세가 그만큼 불안해진 것이 이를 반증한다.

핵은 어떤 경우에도 평화를 위협하는 무기로 쓰여서는 안 된다. 핵무기의 비확산, 핵의 평화적 이용은 평화롭고 영속적인 지구촌을 위해 모두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할 인류 공통의 숙제다.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 

<논술 포인트 >

청정에너지와 무기라는 핵의 양면성을 과학적으로 설명해 보자. 지구촌이 핵의 공포에서 벗어나려면 어떤 노력들이 필요한지 토론해 보자. 공포의 균형, 구성의 오류를 논리적으로 설명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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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폭탄  탄생시킨 '맨해튼 프로젝트'

‘맨해튼 프로젝트’는 원자폭탄을 만드는 암호명이다. 미국 과학자들과 서슬퍼런 나치를 피해 미국에 와 있던 유럽의 과학자, 영국 캐나다를 대표하는 과학자들이 이 프로젝트에 참가했다. 비밀을 유지하기 위해 뉴멕시코주 생그레 드 크리스토 산중에 위치한 로스앨러모스에 연구소를 세웠다. 이 급조된 건물에는 앤더슨, 위그너, 폰 노이만 등 이미 노벨상을 받았거나 후에 받은 시대의 물리학자 수학자들이 상당수 결집했다.

맨해튼 프로젝트의 연구책임자는 로버트 오펜하이머였다. 그는 하버드대에서 화학과 물리학을 전공한 관련 분야의 전문가였다. 과학연구개발부 소관으로 맨해튼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의 연구비는 고작 6000달러였다. 하지만 1941년 12월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자 미군의 레슬리 그로브 준장이 총 책임을 맡고, 맨해튼 프로젝트는 최우선 프로젝트가 됐다. 연구비는 20억달러로 늘어났고 한때 고용인원은 13만명이나 됐다.

폭탄 제조는 미국 곳곳에 흩어져 있는 다른 시설에서 은밀히 이뤄졌다. 테네시의 오크리지에는 천연 우라늄으로부터 원자폭탄의 원료로 사용되는 우라늄 235를 분리해내는 시설이 만들어졌다. 맨해튼 프로젝트는 우라늄235를 이용한 폭탄과 플루토늄을 이용한 폭탄을 동시에 만들어갔다. 드디어 1945년 7월16일 로스앨러모스에서 남쪽으로 340㎞ 떨어진 알라모고도에서 원자폭탄 실험이 실시됐다. 과학자들은 5000t의 TNT와 맞먹는 폭발력을 기대했지만 실제 폭발 위력은 2만t의 TNT에 달했다. 2주일후 원자폭탄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됐다. 상당수 과학자들은 핵무기의 살상력에 그들이 한 일을 후회도 했지만 원자폭탄이 만들어지는 순간 가공할 무기는 그들의 통제력을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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