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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즈 와이즈먼 대표 "한국 기업의 미래창조, 멀티플라이어 리더십에 달렸다"

입력 2013-02-22 17:15   수정 2013-02-24 10:19

글로벌 대담 - '멀티플라이어'저자 리즈 와이즈먼 와이즈먼그룹 대표

멀티플라이어 리더란
토론주최자처럼 조직운영…조직원 믿고 과감히 권한 위임

한국 기업 어떻게 해야
위계질서 문화 바뀌려면 시간 걸려…자꾸 토론·질문…변화 서서히 나타나

새 정부의 필요한 리더십은
오바마, 힐러리 발탁한 것처럼 박 당선인 울타리 밖 인물 끌어안아야




‘조직원의 숨은 재능을 끌어내는 리더.’ 리즈 와이즈먼 와이즈먼그룹 대표가 말하는 ‘리더의 조건’이다. 20여년간 글로벌 리더 150여명을 심층 분석해 얻은 결론이다. 그는 크게 두 부류의 리더가 있다고 했다. 자신이 조직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이어야 직성이 풀리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지적 능력을 축소시켜 버리는 ‘디미니셔(diminisher)’와 다른 사람의 지성과 능력을 증폭시켜주는 ‘멀티플라이어(multiplier)’다. 지난 21일 한국을 찾은 와이즈먼 대표와 한국경제신문 본사에서 대담을 했다.

▷조직원들의 창의성과 적극성을 끌어낼 수 있는 리더가 되려면.

“사람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줘야 한다. 조직원이 스스로 책임감을 갖고 결정하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다. 좋은 리더는 토론 사회자처럼 조직을 운영한다. 나쁜 리더는 결정자처럼 행동한다. 창의성과 적극성은 정답을 제시할 때가 아니라 고민이 필요한 ‘퍼즐’을 제공할 때 나온다. 이때 중요한 건 부하직원을 믿겠다는 마음가짐이다. 그것이 멀티플라이어들이 일하는 방식이다.”

▷그렇게 하면 의사 결정 과정에 걸리는 시간이 늘어날 것 같다. 비효율적이지 않을까.

“아니다. 오히려 효율이 높아진다. 멀티플라이어는 편안한 분위기를 만드는 ‘사람 좋은’ 리더가 아니다. 조직원에게 긍정적인 압박과 스트레스를 가해 일할 마음을 만들어주는 리더를 일컫는다. 디미니셔들은 인사고과의 두려움을 이용해 폭군처럼 조직을 운영한다. 구성원의 사기를 꺾는다. 디미니셔 혼자 결정을 내리니 조직원들은 그 결정이 온당한지를 두고 논쟁하며 우왕좌왕한다. 디미니셔와 일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지만 멀티플라이어와 일하는 사람은 더 똑똑해진다.”

▷누구와 일하는지에 따라 개인의 지능까지 달라지나.

“사람들을 더 똑똑하게 만드는 리더가 분명히 존재한다. 내가 면담한 사람들은 디미니셔 아래서 본인 능력의 20~50%를 썼다고 답했다. 멀티플라이어 리더와 일했을 때는 능력의 70~100%를 활용했다. 종종 100% 이상을 끌어냈다는 답도 나왔다. 멀티플라이어는 조직 구성원의 능력을 잘 활용할 뿐만 아니라 확장시킨다. 그들은 ‘세상엔 똑똑한 사람이 많고, 더 똑똑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조직원들이 책임을 다할 공간을 허락한다. 그러나 디미니셔는 ‘똑똑한 사람은 거의 없고, 내가 몇 안 되는 똑똑한 사람 중 한 명’이라고 여기기 때문에 혼자 모든 것을 결정하려 한다. 디미니셔 밑에서 사람들은 발전할 기회를 잃는다.”

▷대표적인 멀티플라이어는 누구인가.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영화감독인 스티븐 스필버그를 들고 싶다. 쿡은 조직원들에게 뛰어난 질문을 던질 줄 안다. 스필버그는 스태프의 능력을 믿고 위임하는 사람이다. 스필버그와 일한 스태프들은 모두 다시 그와 작업하고 싶어한다. 그는 어린시절 유태인이란 사실 때문에 따돌림을 받았는데 그게 오히려 멀티플라이어로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이 됐다. 과거의 상처 덕에 타인과 공감하는 능력을 얻은 것이다.”

▷조직에 디미니셔가 있으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모든 디미니셔를 해고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만약 중요한 자리에 디미니셔가 있다면 어떻게든 물러나게 만들어야 한다. 그가 다른 사람의 성과를 막기 때문이다. 디미니셔가 설령 아주 똑똑한 인물이라 해도 답은 마찬가지다. 그가 조직에서 사라지면 디미니셔 때문에 역량을 펼치지 못하던 다른 조직원들이 그 이상을 해낼 것이다. 똑똑한 디미니셔를 해고하는 게 고민이 된다면 이렇게 자문하라. ‘조직에서 가장 똑똑하다는 사람 한 명 때문에 조직 전체를 멍청하게 만들고 싶은가.”

▷삼성 현대·기아차 LG CJ의 경영진을 만났다고 들었다. 어떤 조언을 해줬나.

“한국 기업들이 앞으로 어떻게 변신해야 할지에 대해서다. 한국은 상하 위계질서가 뚜렷한 조직문화를 갖고 있다. 이 같은 문화 속에서 리더는 디미니셔가 되기 쉽다. 그러나 한국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 진출하면서 이들도 외국인 인력과 함께 일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멀티플라이어 한 명의 등장으로 변화가 시작될 수 있다. 한 인물이 팀을 효율적으로 작동시키고, 그 팀은 회사에 새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다. 결국엔 국가 전체의 문화를 변화시킬 수 있다. 멀티플라이어가 테두리 밖으로 서서히 퍼져나가는 것이다.”

▷소니 파나소닉 등 일본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멀티플라이어가 있었다면 상황이 달라졌을까.

“그 기업의 리더들을 직접 만나본 건 아니라서 내부 사정까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조직 내부의 디미니셔가 혁신을 막았을 가능성은 있다. 내부에서 아무리 창의적이고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나오더라도 그게 외부로 발현되지 못하면 실패하는 것이다. ‘매뉴얼 사회’라고 불리는 일본 문화가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매뉴얼처럼 의사 결정 구조가 경직돼 있는 사회에선 멀티플라이어란 존재는 의미가 없어진다. 매뉴얼 사회보단 무엇이 더 좋은 결론인지 함께 고민하는 사회가 더 바람직하다.”

▷위계질서가 강한 문화권에선 상명하복에 익숙한 조직원들이 멀티플라이어를 잘 따르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멀티플라이어는 문화권과 상관없이 어디서나 적용되는 이론이다. 멀티플라이어의 효과가 더디게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면 시간을 갖고 기다려야 한다. 멀티플라이어의 조직 운영에 익숙해질 시간을 줘라. 토론하고 자꾸 질문을 던져라. 사람들도 서서히 변해갈 것이다.”

▷오는 25일 출범하는 박근혜 정부에 필요한 리더십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한국 정치에 새로운 의사 결정 방식을 도입할 수 있는 엄청난 기회를 얻었다. 가장 중요한 건 투명성 확보다. 만약 한국 사회에 정치적 불신이 심하다면 그만큼 의사 결정 과정이 닫혀 있다는 뜻이다. 보통 사람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고 국가의 의사 결정 과정을 믿을 수 있으면 국정 운영에 찬성하지 않더라도 정부의 결정을 따를 것이다. 다른 정당에 있는 인물도 끌어안아야 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멀티플라이어라 불리는 이유도 경선 라이벌이던 힐러리 클린턴을 정부 안으로 끌어들여 활용한 능력 덕분이다. 박 당선인은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정치적 유산과 앞으로 열릴 새로운 시대 사이를 연결하는 가교가 돼야 한다.”


리즈 와이즈먼은 오라클서 17년간 인재개발…갭·애플·나이키 컨설팅

미국 소프트웨어업체인 오라클에서 17년 동안 인적자원 개발을 담당했다. 글로벌 인적자원 개발 담당 부사장과 사내 대학인 오라클유니버시티 부총장을 지냈다. 이후 실리콘밸리에서 리더십 컨설팅회사인 와이즈먼그룹을 설립해 애플 갭 나이키 SAP 등 글로벌 기업들에 리더십과 인적 자원 관리에 대한 자문 서비스를 제공했다.

2010년 저서 ‘멀티플라이어’로 월스트리트저널과 CNBC 등 세계 언론의 호평을 받았다. 이 책은 국내에 번역·출판된 지난해 10만부 이상 팔렸다. 다음달 19일엔 멀티플라이어 이론을 학교 교육에 적용한 ‘멀티플라이어 이펙트’가 영문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캐나다 멕시코 영국 프랑스 중국 말레이시아 등 세계 각국을 돌며 강연하고 있다. 한국 방문은 2005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대담 = 최명수 국제부장

정리=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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