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종석 "'학교'PD, 장혁 느낌 바랐지만 외적으로 안돼"

입력 2013-03-01 08:00  


[최송희 기자 / 사진 장문선 기자] 보기만 해도 나른해진다. 말간 얼굴과 느긋한 말투는 상대로 하여금 ‘봉인해제’되는 묘한 마력이 있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 이종석의 입에서 발음되는 것들은 오랜 시간 입속에 머금고 있던 것처럼 아늑하고 따뜻했다.

“제가 찍은 작품을 끝가지 보고 싶어요. 모니터를 하다보면 단점들이 보이고, 마음에 안드는 부분이 생기면 못 보겠더라고요.”

2월25일 한경닷컴 w스타와의 인터뷰에서 이종석은 MBC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촬영 당시 감정이 북받치는 장면에서 목소리가 마음에 안 들었다고 설명했다.

“목이 안 트여서 그랬을 수도 있고, 발성이 안 돼서 그럴 수도 있지만 그게 되게 보기 싫었어요. 머리로는 감정이 이해가 가는데 충분히 표현을 못하겠더라고요. 그나마 ‘학교2013’에서 단점들을 고쳐낸 것 같아서 성취감이나 뿌듯함은 있어요. 잘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고요.”

다소 나른하고, 무기력해 보이는 인상 안에는 단단하고 영리한 배우의 모습이 숨어있었다. 공부 못하는 복학생 ‘하이킥’ 안종석부터, 깊은 사연을 숨긴 ‘학교2013’의 고남순까지. 작품 속에 시나브로 스며든 이종석은 작품을 거듭할수록 단단한 배우가 돼있었다.

 
◆ 선명해지는 시간

예상하지 못했다. SBS ‘시크릿 가든’의 썬일 때도, ‘하이킥’ 안종석일 때도 이토록 강렬한 인상을 가지고 있었을 줄은. 마치 얼음이 녹아내리듯 소리 없이 지나간 이종석의 시간은 ‘학교2013’으로 선명히 떠올랐다.

이종석은 처음 ‘학교2013’에 캐스팅됐을 때, 지금 같은 인기를 누릴 수 있을 거라곤 생각지 않았다고 밝혔다.

“처음부터 ‘학교2013’이 이렇게 잘 될 거라는 생각이 없었어요. 타 방송사에 쟁쟁하신 분들이 많았잖아요. 감독님도 시청률보다 좋은 작품을 만들자고 하셨죠.”

조인성 장혁 공유 등을 배출한 ‘학교’시리즈가 다시 부활한다는 소식에 네티즌들의 관심이 모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동시간대 맞붙은 작품들이 워낙 대작이어 이렇게 인기를 끌 수 있을지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

그는 “하이킥도 마찬가지였지만 시리즈물이다 보니 1, 2 캐릭터들과 비교가 많이 됐어요. 학교 역시 장혁 선배나 조인성 선배와 비교될까봐 걱정이었죠. 캐릭터 자체가 비교가 되면 연기할 때 제한적인 것이 많이 생기니까. 어떻게든 다르게 풀어보려고 했어요”라고 캐릭터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다.

‘학교’ 촬영 당시, 감독은 이종석에게 ‘장혁’ 같은 느낌을 연출하기 바랐지만 그는 “외적으로 장혁 같은 느낌을 낼 수 없을 것 같다”는 이유로 감독과 반대로 풀어가기 시작했다고 고백했다.

“정말 잘하고 싶었어요. 정극에 대한 갈증이 있었거든요. 나는 연기하는 배우라는 걸 알려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더 부담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학교’ 촬영 전 이민홍 감독님께 특별 코치를 받았죠. 일단 감독님은 대학 교수이셔서 말이 되게 거칠어요.(웃음) 그래서 더 많이 배울 수 있었던 것 같고요.”

단순히 ‘말 없는 아이’에 그칠 수 있던 것을, 깊은 ‘사연’이 숨어있는 고남순으로 바꿀 수 있던 것은 이종석의 섬세한 표정과 대사였다. 그는 이민홍 감독에게 ‘지문을 표현하는 능력’을 배웠다고 말했다.

“남순이 같은 경우 대사보다 표정으로 하는 게 많아서 다르게 표현하려니 힘들었어요. 경력도 적고, 내공도 부족하다보니까요. 감독님이 가지 수를 줄이면서 표현하는 방법을 알려주셨어요. 상황과 감정을 따라 표현하는 방법을 배운 것 같아요. 자질구레하거나 산만한 것을 줄일 수 있었죠.”


◆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너도 그렇다

배우가 되기까지, 이종석은 수없이 많은 길을 돌아가야 했다. 그는 “회사를 잘못 들어간” 이유로 아이돌부터 모델, VJ까지 그야말로 ‘온갖’ 분야를 경험했다. 그는 가장 힘들었던 분야로 ‘아이돌’을 꼽으며 멋쩍게 웃었다.

“지금도 시키는 건 거의 다 하는 편이거든요. 되게 부끄러워하고 창피해하면서도 시키면 일단 다 해요.(웃음) 그때도 그랬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왜 아이돌 준비를 했을까’ 싶어요. 결국엔 못 참고 뛰쳐나왔지만, 그건 확실해요. 가수는 정말 아니라는 거.(웃음)”

뭐든 ‘시키면 다 하는’ 이종석이었지만 영혼없다는 소리를 들었던 음악방송 MC만큼은 힘든 일이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달가운 일은 아니었지만 내가 정말 영혼이 없어 보였나 싶었다”며 머리를 긁적였다.

“놀라시겠지만 그것도 이틀 전에 대본을 받아서 연습을 한 상태였어요. 다른 분들은 당일에도 대본을 받아 보는데 전 그게 잘 안 돼요. 제 딴엔 티를 안 냈는데 그게 정말 영혼이 없어보였나봐요.(웃음) 방송 특성상 밝고 오글거리는 걸 잘해야 하는데 전 그걸 잘 못하거든요. 그래서 연기대상 MC를 볼 땐 혼신의 힘을 다했어요.(웃음) 연기대상 보면 귀도 빨갛고 그냥 내내 빨개요. 선배님들도 계시고 하도 욕을 많이 먹어서 그땐 정말 정신줄 붙들고 했어요.”

남들 앞에 서기까지 수십, 수백 번의 연습이 필요한 이종석은 유난히 자신에게 엄격한 태도를 취했다.

그는 “엄격한 것이 아닌 보이는 그대로를 보는 것”이라며 “드라마 보는 것이 취미라서 내가 하는 연기까지 객관적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본인에게 떳떳해야 다른 곳에서도 보여줄 수 있어요. 아직 내 이름 앞에 ‘배우’라는 두 글자 붙이는 것도 부끄럽고 창피해요. 제겐 매우 큰 단어거든요. 아직도 어디에서 ‘배우 이종석’이라고 소개하지 않아요. 내 작품을 보면서 ‘이 정도는 뭐’하는 때가 오면(웃음) 떳떳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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