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주의 입고 명품사냥…60여 브랜드 '욕망의 제국' 일궜다

입력 2013-03-07 15:31  

Best Practice - 프랑스 루이비통모에헤네시 그룹

주류회사 모에헤네시와 패션기업 루이비통 1987년 결합
미국식 대기업 경영기법 도입…유럽 명품시장에서 '파란'
각 브랜드별로 독립성 부여…LVMH 존재는 철저히 숨겨
작년 영업이익 8조3600억원…에르메스 지분도 22% 확보…티파니앤코·버버리도 '눈독'




‘3초백(거리에서 3초마다 볼 수 있는 핸드백)’으로 불릴 정도로 인기 높은 루이비통. 황금빛 항아리 모양의 향수 자도르로 유명한 디올. 오드리 헵번이 입은 블랙 드레스로 대표되는 지방시. 최고급 다이아몬드 반지로 상징되는 불가리…. 세계시장을 평정한 명품 브랜드들이다. 이들 브랜드가 모두 한 지붕, 한 가족이란 사실을 아는 소비자는 많지 않다. 개성이 넘치다 못해 한데 모이면 곧바로 기싸움이라도 벌일 것만 같은 이 명품 브랜드들을 이끄는 기업이 프랑스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그룹이다.

○유럽 명품시장에 미국식 경영 시스템 도입

LVMH는 1987년 주류회사 모에헤네시와 패션기업 루이비통의 결합으로 탄생했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만남을 만들어낸 인물은 LVMH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는 베르나르 아르노(64)다.

아르노 회장은 원래 명품업계와 인연이 없었다. 그는 프랑스 이공계 최고 명문대학으로 꼽히는 에콜 폴리테크니크를 졸업한 뒤 아버지의 건설업체를 물려받았다. 1981년 미국 플로리다주로 건너가 콘도미니엄 개발로 돈을 모았다. 미국에서 생활하면서 유럽 명품 브랜드에 대한 미국인들의 관심이 높다는 것을 알게 됐다. 명품 관련 사업의 성장 잠재력을 파악한 뒤 곧바로 부동산 사업을 접었다. 1984년 크리스찬 디올의 향수 부문을 모기업 부삭으로부터 사들였다. 1987년에는 모에헤네시와 루이비통을 인수·합병(M&A)해 LVMH그룹을 세웠다. 목표는 명품 브랜드로 스타 군단을 만들어 ‘최고급 욕망의 제국’을 건설하는 것이었다. 신규 브랜드 개발은 관심사가 아니었다.

198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유럽 주요 명품 브랜드는 대부분 주먹구구식 가족 경영과 소규모 공방의 소량 생산 방식으로 운영됐다. LVMH는 여기에 공격적 M&A, 이사회 구성과 전문경영인 채용, 정리해고 등 미국식 대기업 경영 시스템을 도입해 유럽 명품시장에 파란을 일으켰다. 아르노 회장은 이 과정에서 ‘캐시미어를 입은 늑대’, ‘프랑스의 도널드 트럼프’라는 별명을 달고 다녔다. 그러나 루이비통을 비롯해 LVMH 품에 들어온 브랜드들이 줄줄이 성공가도를 달리며 유럽을 넘어 세계 무대에서 명성을 떨치면서 그에 대한 평가는 호의적으로 바뀌었다.

LVMH는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명품 브랜드들을 인수했다. 직원 10만여명에 60여개의 자회사를 거느리며 명품업계의 ‘빅 브러더’로 성장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19% 증가한 281억유로(약 39조8200억원), 영업이익은 13% 늘어난 59억유로(약 8조3600억원)를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을 제외하곤 2007년부터 2012년까지 꾸준히 수익이 늘어났다. 지역별 매출 비율은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이 36%로 가장 높고 유럽(31%), 미국(23%) 등이 뒤를 이었다.

○“LVMH의 존재를 절대 알리지 마라”

많은 사람들이 LVMH를 처음 알게 됐을 때 가장 자주 꺼내는 질문은 “어떻게 수십 개의 호화 명품 브랜드들을 별 탈 없이 꾸려올 수 있었을까”라는 것이다. 그 답의 힌트는 아르노 회장이 2000년 프랑스 저널리스트 이브 메사로비치와 나눈 대담을 모아 펴낸 자서전 《창조적 열정(한국에선 2001년 ‘나는 내 꿈에 뒤진 적이 없다’로 번역 출판)》에 들어 있다. 아르노 회장은 이 책에서 “각 브랜드의 독립성을 살리고 중앙집권화에서 벗어나는 게 LVMH 경영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LVMH는 소비자들을 상대로 계열 브랜드를 광고할 때 자사의 존재를 철저히 숨긴다. 아르노 회장도 언론과 거의 접촉하지 않으며 ‘신비주의’를 고수한다. 고객들이 각 브랜드가 가진 오랜 역사와 제품 디자인, 기능이 어우러져 뿜어내는 독특한 분위기에만 초점을 맞추도록 유도한다. 명품을 사는 사람들은 그저 물건을 구입하는 게 아니라, 브랜드가 발산하는 꿈과 환상의 ‘아우라’를 사는 것이라는 점을 정확히 꿰뚫어본 것이다. 만일 고객들에게 화려한 브랜드의 무대 뒤에 숨겨진 거미줄처럼 복잡하고 딱딱한 경영의 ‘민얼굴’을 드러내면 명품의 아우라를 잃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계열사를 관리할 때도 최대한 개별적 자율성을 보장하는 유연한 조직체계를 작동한다. “극한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명품시장에서 모기업이 독재적 권력을 휘두르면 장인정신을 잃어버린다”는 이유에서다. 대신 M&A와 유통, 마케팅 등은 모기업에서 일괄적으로 직접 관리한다. 마크 제이컵스를 비롯한 젊은 패션 디자이너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해 브랜드 소비 연령층을 넓히는 데도 힘쓴다. 그렇지만 1995년 아르노 회장이 직접 영입한 디자이너 존 갈리아노가 2011년 3월 유대인 비하 발언 구설에 휘말렸을 때는 가차없이 내쫓는 냉정함도 보였다.


○고급화와 대중화, 두 마리 토끼 잡기

지금까지 LVMH의 수익이 늘어난 요인으로는 명품의 대중화가 꼽혔다. 대량 생산과 유통 경로 확대를 통해 과거 최상류층에만 국한돼 있던 명품 소비계층을 중산층까지 확대한 것이다. ‘감히 범접하기 어려운 명품’과 ‘한 번쯤은 가져볼 만한 제품’이라는 상반된 브랜드 이미지를 동시에 성공적으로 발전시킨 것이 마케팅 포인트였다. 이런 전략은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신흥국에서 톡톡히 효과를 발휘했다.

하지만 최근 명품 대중화 전략에 치중한 것이 오히려 앞으로 LVMH의 발목을 잡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부자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차별화한 초고가 명품을 원하고, 중산층은 지갑을 닫는 양극화 현상이 명품업계에서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달 28일 “LVMH의 성장률은 2015년까지 연 8% 이하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며 “LVMH가 신규 성장동력 마련을 위해 미국 보석 브랜드 티파니앤코와 영국 명품 패션 브랜드 버버리 인수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LVMH가 ‘명품 중의 명품’으로 불리는 초고가 브랜드 에르메스를 인수하기 위해 몇 년째 혈안이 된 이유도 최상류층을 잡겠다는 목표 때문이다. 아르노 회장은 2010년 10월 가족 기업인 에르메스의 지분 17.1%를 확보했다고 전격 발표했고, 지난해 9월엔 지분을 22%까지 늘렸다. 에르메스 측은 “LVMH가 적대적 M&A를 목적으로 내부자 거래와 주가 조작에 가담했다”며 작년 7월 LVMH를 프랑스 검찰청에 제소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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