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짱 토론] 자율형 사립고 계속 추진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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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3-08 17:37   수정 2013-03-09 08:59

지난 정부가 의욕적으로 도입한 자율형 사립고(이하 자사고)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박근혜 정부의 교육정책을 이끌어갈 서남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자사고가 입시 위주로 가 고교 서열화를 조장하고 학생을 경제적으로 차별화하는 문제가 있다”며 부정적 의견을 밝히면서 촉발됐다. 서 후보자는 그러나 “제도를 변경할 때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므로 문제점을 최소화하고 장점을 살리는 방향으로 고민할 것”이라고 말해 당장 자사고를 폐지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자사고는 이명박 정부의 ‘고교 다양화’ 정책에 따라 2009년 도입됐다. 국가의 보조를 받지 않는 대신 학교가 교육과정을 자율로 운영하며, 신입생 선발은 일반고에 앞서 시·도별로 중학교 내신 상위 30~50% 지원자 가운데 추첨으로 뽑는다.

자사고에 대해 교육계는 둘로 양분됐다. 폐지론자는 자사고가 지난 정부에서 실패한 실험이므로 지금이라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입시 위주의 교육으로 고교 서열화를 조장하고 등록금이 일반고에 비해 최대 3배 비싸 학생들 사이의 경제적 불평등을 심화하고 있다는 논리다.

반면 존속론자들은 학생들의 다양한 학교 선택권을 보장하고 학교의 자율 운영 능력을 높이기 위해 자사고를 더욱 확대 발전시켜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자사고들이 건학이념에 따른 차별화된 교육을 제공함으로써 교육발전을 한층 더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번주 맞짱토론은 ‘자율형 사립고 존폐 논란’에 대해 김용만 전 한대부고 교장과 강승규 우석대 명예교수가 맞붙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

찬성 - 학생의 학교 선택권 보장해야 하향식 평준화 벗어날 수 있어

자율형 사립고(이하 자사고)는 1974년 고교 평준화 이후 획일화 기조를 유지해 오면서 야기된 교육의 정체성과 비수월성, 학교 선택권 제한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됐다. 사립학교의 자율성 확대를 통해 학생과 학부모의 다양한 교육수요를 충족시키고, 사교육비 유발과 같은 문제점을 최소화하자는 취지였다.

이렇게 출범한 자사고는 이제 겨우 3년을 지내면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자율형’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지만 관계 당국의 규제와 제약은 일반고 못지않아 자율성이 존중되는 학교 운영이라는 명분을 살리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비우호적 여건 속에서도 스스로 자율의 길을 찾아 나름대로 노력해 온 결과 이제는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면서 학교별로 건학정신과 연계한 다양한 계획을 세워 운영한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전국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자사고는 다른 유형의 고교에 비해 성적 향상도 최고를 나타내는 등 뚜렷한 성과를 내고 있고, 다양한 교육 수요 충족을 통한 만족스러운 학교생활 등으로 학생과 학부모의 만족도도 크게 올라 있다. 그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자사고가 학교 자체의 수준별 수업과 방과후학교, 밤늦게까지 운영하는 자율학습, 학교교육 계획에 따른 다양한 비교과 활동과 짜임새 있는 토요학교 운영 등으로 사교육 유발 요인을 학교로 끌어들여 공교육 정상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사회적 배려 대상자 지원 교육도 프로그램의 다양화, 개별 면담을 통한 진로지도, 수학비용의 집중 지원 등으로 사회적 불평등 요인을 없애며 조금도 불편없이 교육받도록 지원하고 있다.

사교육 수요 끌어들여 공교육 정상화에 기여

자사고 입장에서 보는 자사고 존치의 근거는 자율적 운영을 통해 민족교육에 기여하겠다는 사학의 본질과 맞는다는 것이다. 우리의 사학은 설립 초기부터 민족사학으로서의 건학정신에 의한 자율적 운영이라는 성격을 갖고 있었지만, 그동안 평준화 정책으로 사학의 자율성이 크게 위축됨으로써 그 본질을 살릴 수 없었다. 자사고 정책이 비록 일부이긴 하지만 사학이 사학으로서 본질을 찾는 돌파구가 되도록 했던 것이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사학은 정부나 관계 당국으로부터 간섭받지 않는 자율권을 갖고 있지만, 우리의 사학은 평준화 시책의 볼모가 돼 있었다. 학생과 학부모에게도 다양한 교육 수요를 평준화 시책 때문에 충족시킬 수 없었는데 자사고가 그 돌파구를 열어줬다.

이런 사학의 자율성을 바탕으로 자사고는 건학정신과 연계된 다양한 교육 계획을 세우고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 수월성을 추구하는 교육을 함으로써 평준화의 틀 속에 감춰져 있던 학생들의 무한한 가능성과 능력을 개발시킬 수 있을 것이다. 또 자사고는 다양한 교육 수요 충족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지 않으면 학생을 끌어들일 수 없기에, 더 좋은 교육 계획과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만 한다.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자사고는 다양하고 특색 있는 교육을 통해 모든 사교육 요인을 학교로 흡수시켜 사교육 의존도를 낮춰 주고 있다. 이는 선의의 경쟁풍토를 확산하고 활력을 불어넣어 결과적으로 고교 전체의 역량이 강화되는 결실을 맺게 할 수 있다.

최근 자사고에 대해 제기되는 비판 가운데 우선 일부 학교의 정원 미달은 수요와 공급이 최적점에서 만나기까지 발생할 수밖에 없는 현상이다. 교육 수요자적 관점에서 볼 때 미달이 반드시 나쁜 것만도 아니다. 자사고 운영이 어려운 곳은 지정을 취소하는 상시 전환체제를 구축해 자사고의 정예화를 촉진해야지 일부 미달사태로 건실하게 운영 중인 자사고까지 도매금으로 비난하거나 학생학부모의 교육 기회까지 앗아가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일반계 고교 성적 하위 학생의 비중이 높아 수업과 학생지도가 어려웠다는 주장은 원인 제공자가 자사고만이 아니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고교에 올라오기 전 초·중학교 단계에서 학력미달 학생이 많아져 상급학교에 올라올수록 수가 확대된 때문이다. 자사고가 생기는 바람에 일반고의 수업 분위기가 흐트러진 것이 아니라 일반고의 흐트러진 수업 분위기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학생들이 자사고를 선호하는 것이다. ‘교실붕괴’라는 단어가 언론에 오르내리기 시작한 것은 자사고가 생기기 훨씬 이전의 일이다.

올해 자사고의 대입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입시업체인 하늘교육 분석에는 서울지역 자사고 상위 4곳의 데이터가 빠졌고 비교 대상인 외국어고 그룹과 일반계고 그룹 실적의 신뢰성도 떨어진다. 근본적인 질문으로 들어가면 고교 교육에 대한 평가를 ‘SKY대(서울·연세·고려대) 진학실적’을 잣대로 한다는 것 자체가 매우 비교육적이고 불합리하다. 자사고 교육이 오로지 ‘SKY대 진학’에만 초점을 두고 있다면 오히려 이점이 비판의 대상이 돼야 할 것이다. 이는 모든 자사고가 기존의 다양성 있는 교육계획의 바탕 위에서 공격적인 투자를 해 본격적인 성과를 나타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2014년 입시 결과를 기다려봐야 할 문제다.

운영 어려운 자사고는 취소…건실한 학교로 정예화해야

귀족학교 논란과 관련해 현재 자사고 학생 중에도 정원의 20%가 사회적 배려 대상자이며 이들에게는 국가와 자치단체가 교육 경비를 지원하고 있다. 학교도 이들에게 세심한 배려를 기조로 하는 별도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해 사회적 신분상승의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다. 이런 교육 상황을 보더라도 자사고가 귀족학교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자사고는 일반고 수업료의 3배 정도를 받지만, 수업료가 비싸다고 해서 일반고에 비해 학교 재정이 넉넉한 것은 아니다. 대신 정부에서 주던 인건비와 경상비 지원이 없고, 환경개선비와 목적성 경비까지 일반고에 밀려 지원받지 못하고 있다. 비싼 수업료가 장벽으로 작용하는 것이 문제라면 교육부 장관의 결정으로 수업료를 낮추고 교육당국의 재정지원을 회복하면 될 것이다.

지금 자사고가 모든 교육수요를 학교로 끌어들여 공교육의 새로운 모델을 구축하고, 사회적 배려 대상자에 대한 나눔과 배려의 선순환 교육으로 우리 사회의 구조를 건전화하려고 하는 변화를 멈추게 해서는 안 된다. 앞으로 자사고는 자율적 운영에 대한 규제가 더 걷히기를 바라면서 건학이념 구현과 교육과정의 특성화, 다양화, 개인별 맞춤식 진로지도, 교원의 전문성 확보 등 노력을 계속해 자사고의 설립 취지를 살리고 우리 교육 발전에 기여하는 한 축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김용만 < 前 한대부고 교장 >

반대 - 3배 등록금에 서열화 조장…과도한 경쟁, 창의교육 못해

서울 지역 26개 자율형 사립고(이하 자사고) 중에서 동양고는 2012년에, 용문고는 신입생을 충원하지 못해 2013학년도부터 일반고로 전환했다. 2012학년도 신입생 모집에서 동양고는 지원자가 단 한 명도 없었고 용문고는 신입생 충원율이 24%(455명 정원에 109명 지원)에 그쳤다. 자사고 100개교를 지정하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간 셈이다.

이미 입시 명문고가 된 외국어고, 과학고, 국제고, 개방형 자율학교, 그리고 시범 운영했던 6개의 옛 자립형 사립고(현 전국단위 자율형 사립고)까지 합하면 전국 60여개 학교에 4만여명에 가까운 학생들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여기에 자사고가 합세하게 된 셈이다.

자율형 사립고 지정·운영 계획에 따르면 납입금은 학교장이 자율로 결정하도록 했다. 3배만 받는다 하더라도 납입금에 각종 특별 수업료, 기숙사비 등을 합하면 연간 1000만원을 쉽게 넘어 학부모 부담이 크다. 2009년 자사고를 신청한 33곳 가운데 25곳은 전년도까지 재단전입금 비율이 5%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한 그중 12곳은 최소한의 법정 재단전입금조차 내지 않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고교 다양화 프로젝트’에 따라 지정·설립된 기숙형 고교·자율형 고교·마이스터고 등에 기초·광역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이 편중 지원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양한 교육을 통해 공교육 만족도를 높이겠다는 명분으로 도입됐지만, 마이스터고를 제외하면 입시 위주의 교육과정이 운영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 학교에 예산이 편중 지원됨에 따라 일반고 차별은 물론 고교 서열화를 조장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자체의 자사고 지원금액…일반고보다 되레 2배 많아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유은혜 의원(민주통합당)이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제출받은 ‘2011년 전국 고등학교 결산 자료’를 보면, 지난해 전국 광역·기초 지자체가 ‘고교 다양화’ 학교에 지원한 재정지원액이 일반고에 견줘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예산 쏠림 현상은 자율형 사립고·기숙형 사립고·마이스터고·기숙형 공립고·자율형 공립고의 차례로 심했다.

지난해 지자체들이 자사고에 지원한 금액은 전체 고교에 지원한 금액보다 학교당 평균 1억8601만원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지역의 경우 가장 많은 지원을 받은 자사고는 한양대사범대부속고(4억6047만원)였다. 서울지역 기초·광역 지자체가 일반고에 지원한 금액은 평균 2억1076만원에 그친 점을 감안하면 한대부고가 서울지역 평균보다 2억4971만원이나 많은 돈을 지원받은 것이다. 하나고도 지난해 4억1717만원을 지원받아 서울 평균보다 2억641만원 많았다. 자사고는 교과과정 운영 등에 자율성을 주되, 국가에서 교직원 인건비와 학교 운영비를 지원받지 않고 법인 전입금과 학생들의 수업료 등으로 운영하게 돼 있다. 그런데 지자체들이 지역 명문고 육성 등을 이유로 이미 비싼 수업료를 받는 자사고에 교육경비를 보조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일반고는 차별 지원을 받고 있으며 일반고 학생과 교사들은 재정적·심리적으로 피해를 보게 된 셈이다.

‘서울지역 자사고·일반고 신입생의 중학교 내신성적’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올해 자사고 신입생 가운데 중학교 내신성적이 상위 20%인 학생은 전체의 49.7%로 나타났다. 하위 50%인 학생은 5.1%이며 아마도 사회적 배려 대상자일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일반고의 경우 중학교 내신성적이 상위 20%인 학생은 18.1%로 자사고의 절반에도 못 미쳤고, 하위 50%인 학생은 50.7%에 달해 중하위권 학생의 일반고 쏠림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사고와 일반고의 격차가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다.

자사고가 도입되기 전인 2009년 서울지역 일반고 신입생 가운데 중학교 내신성적 상위 20% 학생 비율은 21.9%에 달했지만, 자사고가 도입된 2010년에는 20.2%, 2011년 17.9%, 2012년에는 18.1%로 낮아졌다. 전여옥 전 의원이 자신의 지역구 자사고에 자녀를 사회적 배려 대상자로 입학시킨 점은 자사고의 저소득층 배려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케 한다.

자사고가 2곳(하나고·대성고)인 서울 은평구 고교 신입생 성적 현황을 보면, 일반고 학력저하 현상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은평구의 일반고 가운데 가장 선호도가 높은 S고의 경우 신입생 가운데 중학교 내신성적이 상위 20%인 학생 비율이 2010년 17.3%에서 2012년 14.4%로 줄었다. 최상위권 학생은 특목고로, 상위권은 자사고로 빠져나가면서 일반고에는 중하위권 학생이 다수를 차지하게 된 결과다.

또다른 특목고 만드는 꼴…일반고 중심 협동교육 키워야

그러나 최근 입시업체 하늘교육의 조사에 따르면 자사고 졸업생의 SKY대(서울·연세·고려대) 진학률은 졸업생 대비 최고 26.1%에서 최저 4.1%로 평균 10%에 불과하다. 자사고 입학 때는 모두 상위권이었으나 졸업 후 대학진학률은 기대에 훨씬 못 미치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일부 학생들은 “너무나 입시위주 교육을 하고 있고 공부가 인생의 전부인양 생활하는 자사고가 너무 싫다”고 말할 정도로 자사고가 폐지되면 좋겠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2011년 자사고 50곳의 신입생 전출 및 중도이탈률은 8.4%로 1만7433명 가운데 1470명이 중도에 자사고를 그만뒀다. 실력과 전인교육 측면에서도 자사고에 대한 전면적인 검토가 요청되는 부분이다.

경쟁교육은 ‘나’ 아닌 다른 사람, 내 친구가 낙오되거나 좌절되기를 바라는 교육인 반면에 협동교육은 가능하면 어느 누구도, 어느 친구도 낙오되거나 좌절되지 않기를 바라는 교육이다. 이제 우리는 경쟁기조로 이끌고 있는 학교교육정책을 재고해야 할 때가 됐다. 학교 수업에서 만들어진 학생들의 행동은 한편에서는 불안과 초조, 두려움에 이끌려 주의력 산만, 난독증, 실패감, 열등감, 상실감 등에 시달리고 있다. 다른 한편의 학생들은 우월감과 자만심을 키워 사람 경시 의식과 호전적인 심리, 공격적인 마인드를 키우고 있다. 불안과 두려움에 이끌리는 교육은 결국 학생을 어두운 곳으로 안내하고 만다. 교육에서 경쟁이 해롭다는 것은 이미 교육선진국에서 체험한 결과다. 우리의 교육은 경쟁에 의한 피해가 도를 넘는다.

이제 과도한 경쟁 교육에서 벗어나야 한다. 교과성적을 실력으로 보는 것에 대한 새로운 사고 전환이 요청된다. 교과성적이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진짜 실력도 못된다. 진짜 실력에 대한 새로운 형태의 내용을 찾고 학교의 교육내용과 방법을 뜯어 고쳐야 한다.

강승규 < 우석대 명예교수 >

읽을 만한 자료

△인재대국(이주호 외, 한국경제신문 2012)
△학교가 희망이다(좋은 학교 발굴 프로젝트, 천재교육 2012)
△학생의 삶을 존중하는 교사(강승규, 동문사 2008)
△교육문제연구 제44집(고려대 교육문제연구소 2012)
△Learning Futures; Education, technology and social change (Keri Facer, Routledge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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