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3억 들인 서울 자전거도로엔 자전거 못 달린다

입력 2013-03-12 17:08   수정 2013-03-12 22:49

현장리포트 - 거대 주차장 돼버린 '무늬만 자전거 도로'

택시승강장·오토바이 도로 변질…자출족 곡예하듯 운전해야
반발 심해 단속도 효과 못내…朴시장 "개선책 곧 내놓을 것"




지난 11일 오후 7시30분 서울 여의도동 여의도환승센터. 빨간 우레탄이 깔린 폭 1.5m의 자전거도로에 택시 수십대가 불법으로 늘어서 있었다. 자전거를 탄 회사원 한 명은 자전거도로를 포기하고 택시를 피해 차도에서 곡예를 하듯 달렸다. 또 다른 자전거 이용자는 아예 자전거를 끌고 보도 위로 올라가 걷기를 택했다. 회사원 고효상 씨(31)는 “여의도 일대 자전거도로 대부분은 인근 주민들의 주차장, 일부는 택시 승강장으로 이용된다”고 푸념했다.

한 시간 반쯤 지난 오후 9시께 서울 창신동 청계천로. 8억6000만원을 들여 만든 2.5㎞의 자전거도로는 동대문시장에서 짐을 가득 싣고 나온 오토바이들이 장악하고 있었다. 자전거 이용자들은 뒤에서 빠른 속도로 추월하는 오토바이에 흠칫 놀라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자전거출근족(자출족)인 오병진 씨(30)는“자전거도로를 달리는 오토바이에 대한 단속도 없어 이곳은 오토바이 전용도로가 된 지 오래”라고 지적했다.

서울시가 2008년부터 자전거 활성화 대책을 추진하면서 곳곳에 생긴 자전거도로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제대로된 관리·감독이 이뤄지지 않아서다. 시는 지난 5년 동안 283억원을 투입, 자전거길 90.84㎞를 만들었다. 그러나 현장 확인 결과 서울 여의도동 미성아파트 앞 자전거도로는 인근 주민들의 주차장으로, 여의도역 인근은 택시 승강장으로 사용되는 등 서울 주요 자전거도로가 차량이나 오토바이에 점령당한 상태였다. 지하철 5호선 여의도역에선 뮤지컬 홍보를 위한 45인승 대형버스가 하루종일 자전거도로를 막고 있었다. 서울 삼청동 경복궁 인근 자전거도로 역시 관광버스가 주차장으로 이용하고 있었지만 이를 제재하는 단속요원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자전거도로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이 늘어나자 급기야 트위터를 통해 “단속을 하겠다. 자전거 관련 정책도 곧 발표할 것”이라는 의견을 12일 올렸다. 자전거도로를 늘려도 시민들이 불편해 사용하지 않다보니 서울 자전거 수송 분담률은 2.58%(2010년 기준)에 머물렀다. 당초 목표치는 4.4%였다.

관할 각 구청과 경찰의 부실한 관리·감독도 자전거 이용자들의 불만을 키우고 있다. 영등포구청 관계자는 “자전거도로 위에 차량이 5분 이상 정차해 있으면 불법이지만 택시 등은 조금씩 움직이기 때문에 단속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시 관계자는 “(미성아파트 인근의 경우) 원래 주민들의 주차공간을 자전거도로로 급하게 바꾼 측면이 있다”며 “단속을 하면 주민들의 반발이 심해 이도 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빗나간 수요 예측으로 자전거도로에서 차도로 다시 바뀌는 과정에서 혈세가 낭비되는 사례도 많다. 2011년엔 지하철 7호선 군자역에서 어린이대공원역 방향 900m의 자전거도로가 차도로 원상 복구되기도 했다. 1개 차선을 자전거도로로 바꿔 교통 정체가 심해졌는데 정작 자전거 이용자는 별로 없다는 민원 때문이었다. 이 과정에서 자전거도로 건설 비용 3억원과 복구 비용 9000만원이 들었다. 노원구 상계초등학교 입구사거리 자전거도로도 일반도로로 바뀌었다.

신희철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은 “(자전거도로를 많이 만들겠다는) 단기적 성과에 급급하기보다는 자전거도로에 대한 홍보, 시민의식 교육 등부터 차근차근 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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