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대학총장 인터뷰 (4)] 홍덕률 대구대 총장 "학생이 행복한 학교 만들겠다 … 건강한 재단 정상화 마무리"

입력 2013-03-14 11:47   수정 2013-03-15 07:23


국민행복시대 앞서 '학생행복대학' 주창한 사회학자
'전국 유일 재활과학 단과대' 바탕으로 특성화-융복합
대학 총장은 전통적 역할과 CEO·홍보맨도 맡아야




<대담 최인한 한경닷컴 뉴스국장>

"지금의 시대정신은 '행복'입니다. 총장이 되면서 '학생이 행복한 대학'을 강조했어요. 단순한 서비스 제공이 아니라 학생이 주체가 되자는 의미입니다. 3년 넘게 학생들에게 다가서는 노력이 어느 정도 뿌리를 내렸다고 생각합니다. 남은 반년의 임기 동안 '건강한 법인 정상화'를 잘 마무리 짓고 싶습니다."

홍덕률 대구대 총장(56·사진)은 2009년 취임과 함께 '학생 행복'을 대학 운영의 화두로 던졌다. 사회학자인 그가 바라본 시대정신은 '행복'이라고 판단했기 때문. 다소 추상적 개념이었지만 홍 총장은 임기 동안 성실하게 학생들을 만나며 실천해 왔다. 새 정부가 내건 '국민행복시대'와도 겹치는 사회학적 통찰력이었던 셈.

그렇다고 경영을 외면한 건 아니었다. 각종 사업과 평가 수치에서 큰 성과를 냈다. 지난해 '산학협력선도대학 육성사업' '대학교육역량강화사업' '산학연협력 기술개발 지원사업' 등 굵직굵직한 국책사업 유치에 성공했다. 2012년 한 해만 280억 원의 국고 지원을 확보했다.

올 10월 임기를 마치는 홍 총장은 남은 과제로 '건강한 법인 정상화'를 꼽았다. 학교로선 의외의 속사정이 있다. 지난해 말 고인이 된 '신바람 박사' 황수관 박사가 유독 안타깝게 됐다. 황 박사는 대구대 재단인 학교법인 영광학원 이사(교육과학기술부 추천)였다.

그런데 이사회 의결에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던 황 박사가 유명을 달리하면서 문제가 복잡해졌다. 각종 사안에 대한 이사회 결정이 5대 5로 갈리는 경우가 잦아진 것. 홍 총장은 "학교가 발전할 수 있도록 법인이 의견을 모아주고 학교와 힘을 합쳐 나갔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에 대한 사회의 요구가 변화했듯 대학총장도 전통적 역할에다 최고경영자(CEO)와 일선 홍보맨까지 도맡는 다중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홍 총장을 12일 경북 경산 대구대 총장 접견실에서 만났다.

- 임기 마지막 해를맞았습니다. 남은 임기 동안의 계획은.

"6개월 정도 남았습니다. 큰 계획을 세우기에 충분치 않은 시간이죠. 하지만 요즘 대학 환경이 녹록치 않아요. 어느 대학이든 1~2개월이라도 느슨해지면 경쟁에 뒤처지게 됩니다. 임기 마지막 날까지 대학 생존과 발전에 하루도 허투루 보내지 않을 겁니다. 학생들을 위한 교육 서비스, 편제 조정, 국책사업 유치 같은 일들이 차질 없도록 해야죠.

임기 중 '건강한 법인 정상화' 마무리가 최대 과제입니다. 현재 법인이 정상화 됐지만 그간에 잠복해 있던 갈등이 표출되는 경우가 더러 있어요.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던 황수관 이사가 돌아가셔 이사회 운영이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더 이상 소모적 갈등 없이 학교와 재단이 손잡고 대학이 처한 위기를 헤쳐나가는 게 저의 간절한 바람입니다."

- '학생이 행복한 대학'은 어떤 겁니까. 자세히 말씀해주시죠.

"제가 사회학을 전공했는데 지금의 시대정신은 행복이라고 봤어요. 한때는 먹고 사는 것, 한때는 민주주의가 중요했죠. 지금 시대엔 가치와 키워드가 행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교육철학의 문제고 추상적 개념이라 구성원들이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릴 수 있죠. 하지만 학생들이 신나고 즐겁게, 편리하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학생이 대학의 주체가 되고, 학생을 최우선 가치로 두겠다는 의미입니다. 원래 대학의 존립 이유는 학생 교육이잖아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대학 운영에서 학생은 뒷전이 되고 총장의 권위나 재단의 이해관계가 우선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본말이 전도된 거죠. 늘 학생을 최우선으로 두고 대학 경영의 패러다임을 근원적으로 바꾸자고 강조합니다."

- 사회학자로 방송에서도 많이 활약하신 걸로 압니다. 대학의 역할이 어떻게 바뀌고 있습니까.

"우리 사회가 총체적으로 급변하고 있죠. 대학도 마찬가지입니다. 사회가 요구하는 게 달라졌습니다. 과거엔 대학 간판만 걸어놓으면 학생 충원에 신경을 안 써도 됐어요. 교수들은 연구만 열심히 하면 됐죠. 지금은 아니거든요. 새로운 시대는 대학이 지역산업과 지역기업 발전에 기여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창조경제'를 강조하고 있지 않습니까. 정확한 방향 설정입니다. 창조경제의 주체가 대학과 연구·개발(R&D)이죠. 대학이 한국 경제의, 지역 대학은 지역 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창조경제의 핵심적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봅니다."

- 최근 각 대학총장들이 브랜드 제고, 기부금 유치 등을 위해 많이 뛰는데요.

"요즘 대학총장에게 요구되는 것은 상당히 다중적입니다. '학문의 전당 최고 지도자'란 전통적 역할부터 CEO, 홍보맨도 요구받죠. 학생들을 위한 교육자 역할도 해야 합니다. 학생 유치와 교육, 취업도 외면할 수 없습니다. 훌륭한 직업인 배출과 대학의 생존 보장에다 지역사회와 연계해 대학 브랜드를 올리는 역할까지 아울러야죠. 복합적이고 난해한 역할입니다. 총장에겐 가혹하고 힘든 요구지만 지금 시대에선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합니다."

- 대구대의 홍보 마케팅 전략이 궁금합니다.

"홍보 부서에 준 중요지침이 '탈(脫)지역'입니다. 대구대가 대구·경북 지역에선 상당히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수도권 사람들은 대구대를 잘 몰라요. 인구의 반이 수도권에 몰려 사는데 수도권 사람들이 모른다는 건 치명적이거든요. 수도권 홍보 강화 차원에서 서울역 역사에 2년 넘게 조형물을 전시해 탈지역 효과를 많이 봤습니다.

글로벌·온라인 홍보도 필요합니다. 지난해 몽골 울란바토르에 대구대 사무소를 열었습니다. 제가 취임할 땐 몽골 유학생이 한자릿수였는데 지금은 80~90명까지 늘어났어요. 한국 유학을 희망하는 몽골 학생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일본, 중국 등 현지에서 대구대를 알리는 노력과 온라인을 통한 홍보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 대구대가 특성화에 성공한 분야는 어떤 게 있습니까.

"특성화가 우리시대 대학정책의 핵심 화두죠. 박근혜 정부 대학정책에서 강조하는 것도 특성화라고 봅니다. 다행히 대구대는 태생적 강점을 갖고 있습니다. 전신이 한국사회사업대학이었어요. 지금은 종합대로 전환했지만 특화된 분야를 갖고 있었습니다. 그 전통이 이어져 '재활과학대학'이 독립된 단과대로 있는 곳은 전국에서 대구대가 유일합니다.

설립자가 1940~1950년 대 장애인들을 위한 맹아학교, 농아학교 같은 특수학교를 세웠습니다. 당시 전문가가 부족했어요. 특수교사, 사회사업 실천가 등 전문인력을 키워내려고 우리 대학을 설립한 겁니다. 사회복지, 특수교육, 재활 등의 분야에선 역사와 전통, 배출한 인재와 역량이 월등하죠. 특성화를 강조하는 지금 대구대에 유리합니다."

- 차별화로 이어진다는 얘기인데요. 구체적 사례는.

"특수교육과 사회복지, 재활 같은 기본적 특성화 분야에 접목시키는 거죠. 요즘 말하는 융합입니다. IT나 디자인, 법학 이런 분야를 장애인 재활이나 사회복지와 연결시킵니다. 예를 들어 지체장애인들이 쉽게 운전할 수 있는 차량을 만든다든지, 장애인들이 일상에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을 고안하는 거예요.

우리 학생들이 세계3대 디자인대회에서 상을 휩쓸었는데 별게 아니에요. 침대에 누워 생활해야 하는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다름없이 터치해 켤 수 있는 아주 긴 전등 스위치가 수상작이었습니다. 인식의 전환이 핵심인 거죠. 법학도 장애인 관련법을 전공 분야로 특화할 수 있어요. 융합과 특성화를 함께 추진할 수 있는 기본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습니다."

- 대구대 자랑 좀 해주시죠.

"많은 분들이 우리 학생들의 인성을 칭찬합니다. 이유가 있어요. 우리 대학의 오랜 전통으로 장애 학생들이 스스럼없이 일반 학생들과 어울려 생활하고 있거든요. 자연스레 인성교육이 됩니다. 저도 입버릇처럼 얘기합니다. '스스로만 생각하는 차가운 지식인보다 어렵고 소외된 이웃들과 함께 살아가는 따뜻한 지식인이 되어달라'고요.

대구대 졸업생들은 주위 사람을 배려할 줄 알고 겸손하다고들 해요. 대구대의 건학정신이 스며든 덕분입니다. 우리 사회가 급격히 성장하면서 출세와 성공, 경쟁만 얘기했는데 21세기 인재상은 다르죠. 인성과 배려, 융합과 창의 같은 덕목이 중요합니다. 우리 대학이 길러내는 인재가 지금 시대의 인재상과 부합한다고 생각합니다."

◆ 홍덕률 총장은…

인천 제물포고와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같은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대구대 교수로 부임해 홍보비서실장, 교수협의회 부의장 등을 지냈다. 2009년 11월 제10대 총장에 취임했다. 한국지역사회학회장, 대통령자문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다. (재)경북행복재단 이사장과 녹색경북21 회장 등으로 활동 중이다. 시사토론(대구 KBS '생방송 화요진단') 사회자를 맡은 바 있다.

경산=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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