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실의 산업정책 읽기] 창조경제? 벌써 식상하다

입력 2013-03-14 17:59   수정 2013-03-14 22:56

안현실 논설·전문위원, 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


“창조경제가 뭔가?”(나성린 새누리당 의원) “융합형·선도형 경제다. 경제민주화가 기반이다.”(현오석 경제부총리 내정자) “구체성이 없다.”(나 의원)

인사청문회에서 오간 얘기다. 현 내정자의 창조경제 답변은 박근혜 대통령 취임사 그대로다. 그런 창조경제가 여당 의원조차 와 닿지 않는 모양이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설계자로 알려진 윤종록 연세대 교수의 설명도 시원하지가 않다. 윤 교수는 “두뇌를 활용해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어내는 게 창조경제”라며 “가장 중요한 건 융합”이라고 한다. 추상적으로 들리긴 마찬가지다.

언제부터인가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과거와 다른 경제를 들고 나오는 게 관행이 됐다. 김영삼 정부 ‘신경제’, 김대중 정부 ‘지식기반경제’, 노무현 정부 ‘혁신주도경제’, 그리고 이명박 정부 ‘녹색경제’가 그렇다. 그 때마다 정부는 새 경제로 탈바꿈해야 한다며 법석을 떨었다. 하지만 결과는 하나같이 별로였다. 

말은 '미래', 행동은 '과거'

이런 경험칙 때문인지 ‘창조경제’ 약발도 그리 오래갈 것 같지 않다. 물론 박근혜 정부가 과거 정부와는 뭔가 다르다는 걸 보여주면 얘기는 달라질 수도 있다. 그러나 불행히도 앞선 정부들과 같은 길을 걸을 조짐이다.

당장 ‘정부 주도’ 타성부터 그렇다. 박 대통령은 한 중소벤처기업의 기술 시연을 보다 “왜 미래창조과학부를 안 만드느냐고 (국민들이) 시위할 것 같다”고 했다. 미래부만 만들면 창조경제가 금방 올 것처럼 말하는 게 아슬아슬하다. 현 내정자도 다르지 않다. 청문회에서 “기획재정부는 창조경제의 디자인을 담당한다”고 했다. 과거 경제기획원 시대로 되돌아가는 착각이 든다. 이스라엘의 창조경제를 들먹이지만 그게 어디 정부가 만든 건가. 시장은 제쳐 두고 정부가 설치면 다 될 것처럼 ‘정부 만능주의’ 사고가 팽배하다. ‘과학기술 결정론적 발상’도 비슷하다. ‘과학기술’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을 주문처럼 외치면 바로 창조경제라는 문이 열려 일자리가 쏟아질 것처럼 하는 게 그렇다. 영국의 산업혁명, 미국의 정보기술(IT)혁명이 오로지 기술 때문이었나.

"기업가에 자유로운 길 열라"

세상은 그리 ‘선형적(linear)’이지 않다. 한국이 창조경제를 못하는 게 과학기술 때문인지, 기업가정신 때문인지, ICT 때문인지, 규제때문인지에 대한 논의와 고민은 없다. 여야가 케이블방송(SO) 인·허가권, 법령 제·개정권을 방통위에 두느냐, 미래부에 두느냐로 싸우지만 정작 중요한 건 ‘규제 완화’다. ‘융합’을 외치지만 ‘경제민주화’라는 이름의 온갖 규제들이 융합을 죽이면 창조경제는 말짱 도루묵이 된다.

단기적 성과주의도 닮아간다. 1년짜리 예산, 5년짜리 계획으로, 30년짜리 문제를 바로 풀겠다고 덤비는 정부다. 김대중 정부 ‘5T(나노 등 5대 기술)’, 노무현 정부 ‘차세대 성장동력’, 이명박 정부 ‘신성장동력’이 어떻게 끝났나. 과거의 실패가 눈에 안 보이는지 박근혜 정부에서도 ‘100일 계획’ ‘창조경제 로드맵’ 얘기가 벌써 들린다. 이러니 정부가 멀리 보고 투자하기는커녕 기업 투자에 물타기나 하는 것으로 끝나고 마는 거다.

지난 여름 로버트 고든 미국 노스웨스턴대 교수는 ‘미국의 성장은 끝났나’로 뜨거운 논쟁을 몰고 왔다. 영국 경제주간 이코노미스트는 그의 주장을 인용하며 ‘혁신’이 점점 줄어드는 게 그 원인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그렇다면 혁신은 왜 점점 줄어드는가. 정부는 기업가들에게 자유로운 길부터 열어 주라는 게 이코노미스트의 충고다. 지금이라도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가 이쪽으로 방향을 틀면 어떤가.

안현실 논설·전문위원, 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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