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키프로스

입력 2013-03-17 16:59   수정 2013-03-17 21:52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


키프로스(Cyprus)는 터키 남쪽 65㎞에 있는 인구 80만명의 섬나라다. 지중해에서 시칠리아 샤르데냐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섬이라지만 면적은 경기도 정도다. 하지만 그리스신화의 주무대 가운데 하나였고, 미케네 문명의 구리(銅) 산지로 유명했을 정도로 역사가 깊다. 구리(copper)의 어원(Cuprum)도 키프로스에서 유래했다.

키프로스를 배경으로 한 신화 스토리는 무궁무진하다. 대표적인 게 미와 애욕의 여신 아프로디테(로마신화의 비너스)다. 흰 거품(아프로스)이 키프로스섬 서쪽 파포스 해안에 닿아 여신으로 탄생한 게 아프로디테다. 보티첼리의 걸작 ‘비너스의 탄생’은 바로 이 장면을 그린 것이다.

하지만 키프로스 여인들은 나그네를 박대한 죄로 몸을 팔도록 아프로디테의 저주를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영어로 ‘Cyprian’은 키프로스섬 사람을 뜻하지만 음란한 여자, 매춘부란 의미도 된다. 금욕을 강조한 스토아학파의 창시자 제논이 키프로스 출신인 게 이채롭다.

교육학 용어인 ‘피그말리온 효과’도 키프로스왕 피그말리온에서 나왔다. 여성 혐오증을 가진 피그말리온은 상아로 여인상을 만들어 갈라테이아(우윳빛)라고 이름 붙이고 정성껏 사랑했다. 이를 가상히 여긴 아프로디테가 사람으로 만들어줘 결혼했다고 한다. 간절히 바라면 이뤄진다는 얘기다.

신들의 섬이자 장미가 많아 ‘향기의 고장’으로도 불리는 키프로스지만 역사에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중동과 터키를 겨눈 비수처럼 생긴 군사요충지이자 교통의 중심지였던 탓이다. 기원전 9세기 이래 그리스, 페니키아, 아시리아, 로마, 비잔틴제국에 이어 7~10세기 이슬람의 지배를 받았다. 12세기 십자군 기사단이 둥지를 틀었고 르네상스기엔 베네치아, 제노바의 기지가 됐다. 셰익스피어의 ‘오셀로’에서 주인공 오셀로는 키프로스 총독으로 파견된 베네치아 장군으로 묘사된다.

16세기부터 오스만튀르크 지배를 받으면서 터키계가 이주했다. 지금도 주민 구성은 그리스계 77%, 터키계 18%다. 1878년 영국령으로 편입됐고 20세기 들어 그리스와 터키의 첨예한 갈등 끝에 1960년에야 독립했다. 하지만 1974년 그리스계 장교의 쿠데타를 계기로 터키군이 진주해 나라가 둘로 쪼개졌다. 그리스계 키프로스는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은 반면, 터키계 북키프로스는 터키로부터만 국가로 인정받고 있다.

키프로스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에서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경제 비중은 유로존의 0.2%에 불과하지만 겨우 잠잠해진 재정위기를 새삼 일깨울까 걱정이다. 아름다운 풍광과 수천년 역사의 흔적이 즐비한 키프로스가 조속히 평온을 되찾길 바란다.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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