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과장 & 李대리] 법인카드란…사원에겐 '가질수 없는 너~' 팀장에겐 가족 회식권

입력 2013-03-18 17:16   수정 2013-03-19 01:54


사내 헬스장은 직원들이 운동을 할 수 있도록 마련된 공간이다. 그러나 남자 직원들에게는 ‘프로야구 경기를 시청하는 공공장소’, 여자 직원들에겐 ‘일일 다이어트 체험소’로 통한다. 책상 위에 놓인 거울도 의미가 다르다. 여직원들에겐 미모를 가꾸는 데 쓰이는 물건이지만, 이를 상사의 움직임을 파악하기 위한 백미러로 활용하는 직원들도 적지 않다.

개그콘서트의 인기 코너 ‘현대 레알사전’에서는 직장인들이 바라는 회식을 ‘사장님이 카드만 주고 꺼졌으면 하는 이벤트’로 재정의했다. 개콘의 이 코너를 패러디해 ‘직장인 레알사전’을 만들어 봤다. 직급별로 직장인들의 다양한 고충을 반영한 새로운 정의들이 속속 탄생했다.

◆법인카드:업무상 필요한 비용을 집행할 수 있는, 법인을 상대 로 발급되는 신용카드

1. 사원-가질 수 없는 너

2. 대리-지닐 수 있되 쓰지 못하는 그림의 떡

3. 과장- 거래처 접대 후 욕 먹게 만드는 밉상

4. 팀장-가족 회식 상품권

사원이나 대리에게 법인카드는 요원한 물건이다. 법인카드를 쓸 수 있다 하더라도 한도에 따라 효력은 크게 달라진다. 업황이 좋을 때는 거래처 접대도 자신있지만 회사가 어려워지고 한도가 낮아지면 저녁은 피하고 점심만 먹게 된다. 지출이 한도를 넘기면 자신의 주머니에서 돈이 나가는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카드 영수증을 처리하는 재무팀 직원들에겐 가위로 잘라버리고 싶은 일거리일 뿐이라고.

◆엘리베이터:동력을 사용하여 사람이나 화물을 아래위로 나르는 장치

1. 갓 입사한 김 사원-문 앞에서 열림과 닫힘 버튼을 번갈아 눌러야 하는 기계조정실

2. 사내커플인 최 대리-은밀한 스킨십이 이뤄지는 짜릿한 공간

3. 흡연자 이 과장-담배 냄새 숨기려 최대한 구석에 처박히는 곳

4. 3층 근무하는 박 부장-탈까 말까 항상 고민하는 난해한 이동수단

5. 다수의 직장인들-특정인과 눈 마주칠까봐 위쪽 숫자판을 보며 속으로 1부터 차례대로 세는 산수 학원

사내 다양한 사람들이 가장 빈번히 마주치는 장소지만 가장 조용한 곳이 바로 엘리베이터 안이 아닐까. 엘리베이터만 타면 거울 쪽으로 돌아서 머리부터 다듬는 직원부터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는 사원, 유난히 짧으면서도 긴 엘리베이터 이동 시간이다.

◆워크숍:회사 내 직원들이 어떤 문제를 해결하거나 정보를 얻기 위해 부서나 팀별로 모이는 것

1. 김 팀장-“내 밑으로 다 모여”라고 큰 소리치며 기분 좋아하는 날(상무 참석 안 할 경우)

2. 이 차장-김 팀장 뻗은 후 기다렸다는 듯 “내 밑으로 다 모여” 하는 날

3. 최 과장-김 팀장, 이 차장 술로 보내고 대리, 사원들 모아놓고 “내 밑으로 다 모여!” 하는 날

4. 박 사원-김 팀장, 이 차장에 이어 쓰러진 최 과장까지 자리에 모셔다 눕히고 뜨는 해를 바라보는 것

1박2일 워크숍은 주로 일보다는 친목에 중점을 둔 회사 모임이 된다. 게다가 부장이나 차장급은 가정에서 벗어나 하루 공식적으로 허락받은 외박날이 아닌가. 마음껏 술을 먹을 수 있다는 자유에 취해버린 그들을 보살펴야 하는 사원들만 그렇게 피 같은 주말을 버린다.

◆캐주얼데이:자유로운 사고와 유연한 조직문화를 위해 자율복 입고 오는 날

1. 사원-퇴근 후 바로 클럽으로 직행할 수 있는 날

2. 대리-명품 패션 아이템 자랑하는 날

3. 과장-옛날 청바지 꺼내 입다 허벅지 쓸려 연고 바르는 날

4. 팀장-양복바지에 점퍼 걸치는 날

5. 사장-같은 정장에 넥타이만 안 매는 날, 괜히 만든 날

창의적인 기업문화를 위해서라지만 황 팀장에게 캐주얼데이는 여전히 어색하다. 청바지는 안 맞고 등산복을 입을 수도 없는 노릇. 다른 직원들은 캐주얼데이를 기다린다지만 그는 잊고 양복을 그대로 입고 출근하기도 일쑤다. 캐주얼데이 때 유독 튀는 그의 패션에 그저 “아, 오늘 외부 미팅이 있어서”라고 둘러댈 수밖에 없다고.

◆월급날:한 달을 단위로 하여 지급하는 급료가 나오는 날

1. 신입사원-‘진짜 빨간 내복 사야하나’ 고민하는 날

2. 여직원-고생한 나에게 신상 선물하는 날

3. 남직원-여자친구 신상 사주러 가는 날

4. 부장-예전에 누런 봉투로 받던 때가 새삼 그리운 날

신입사원이든 임원이든 용도야 다양하지만 월급날 모든 직장인들의 공통점은 ‘돈이 들어오는 날’이 아니라 ‘돈이 나가는 날’이라는 것. 빨간 내복이든 신상이든 소리 소문 없이 카드비로 빠져나가는 통장이든, 어쨌든 월급의 존재만으로도 감사한 직장인들이다.

◆구내식당:학교, 직장, 역 등 건물 내부에 있는 식당

1. 신입사원- 짠돌이 선배가 밥 산다며 데려가는 곳

2. 남직원-건물 내 다른 회사 여직원 탐색하는 곳

3. 여직원-커피값보다 밥값이 싼 유일한 곳

4. 임원-‘나도 이런 데서 밥 먹는다’며 빈티 내는 곳

대기업에서 근무하는 서 대리는 아침에 출근하면 구내식당 메뉴부터 훑어본다. 그리고 오늘의 점심장소를 결정한다. 물론 메뉴도 중요하지만 후배에게 밥을 사줘야 하거나 용돈이 바닥을 드러낼 때가 다가오면 무조건 구내식당이다.

◆메신저:온라인 상에서 대화를 주고 받을 수 있는 매개체

1. 김 대리-야한 사진 공유하는 축복의 통로

2. 황 과장-부장을 씹는 수단, 들키면 끝장

3. 이 부장-안 따라주는 손가락 때문에 마음만 급해지는 창

어떤 이들은 메신저를 ‘회사 생활의 유일한 낙’으로 꼽는다. 이 즐거움을 유지하려면 주변 기척을 살피고 메신저 창을 숨기는 기술을 익히는 것은 기본. 온갖 얘기들을 터놓을 수 있는 수단이지만 업무 집중도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사내 메신저를 차단하는 기업들도 있다. 대안으로 카카오톡 그룹채팅으로 옮겨간 직장인들은 휴대폰을 들여다 보는 시간이 늘고 있다.

◆사원증:직원의 직장 및 직급을 나타내는 표식

1. 신입사원-‘나 이 회사 다닌다’ 괜히 뽐내고 싶은 것

2. 남직원-출퇴근 도장

3. 여직원-숨기고 싶은 증명사진

신입사원들에게 첫 입사 후 목에 거는 사원증은 자신감과 자긍심을 불어넣어 준다. 그러나 몇 년 지나면 남자직원들에겐 그저 ‘보안도어를 여는 열쇠’일 뿐이고, 여직원들은 사진이 안 보이는 쪽으로 뒤집어 놓는 데 신경을 쓰게 된다.

◆회사 점퍼:회사에서 지급하는 유니폼, 또는 작업복.

1.신입사원-공산당 인민복

2. 김 부장-몸과 일체화된 살가죽과도 같은 존재

한창 때인 신입사원들에게 회사에서 주는 똑같은 디자인의 색만 다른 점퍼는 칙칙한 패션일 뿐이다. 회사 점퍼를 회사에서 입는 것은 더더욱 참을 수 없어 하는 이들과 달리 김 부장에겐 출퇴근 때도 입는 교복 같은 패션이다.

◆야근:퇴근시간이 지나 밤늦게까지 하는 근무

1. 권 부장-회사 돈으로 저녁 먹고 오락도 실컷 할 수 있는 시간

2.임 과장-매일 미뤄온 업무 한꺼번에 처리하는 시간

3. 강 대리-100일 데이트 취소하고 임 과장 밀린 업무 도와주는 시간

4. 백 사원-뭘 해야 할지…멍 때리다 가는 시간

임 과장처럼 밀린 업무를 처리하는 자의가 아니라 타의로 야근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퇴근시간이 다가오면 부장과 눈을 마주치지 않는 것이 방법이다. 그러나 야근을 피하니 특근이라고. 직장인들이 “퇴근하기 전에 나 좀 봐”란 말보다 더 끔찍해 하는 말은 “이번 주말에 뭐해?”라고 한다.

◆휴게실:정수기, 냉장고 등을 갖춰 직원들이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

1. 사원-상사 마주칠까봐 사용하지 않는 공간

2. 대리-다른 부서 사람들과 수다 떠는 곳

3. 과장-회사 커피, 간식 마음껏 먹고 마시는 곳

4. 부장-남이 넣어둔 냉장고 음식 꺼내먹는 곳

예전엔 사내 흡연실이 마련돼 있었지만 금연 열풍으로 흡연실은 직원들의 휴게공간으로 바뀌었다. 이름은 바뀌어도 기능은 유사해 사내 인사 관련 정보를 가장 먼저 입수할 수 있는 장소다. 김 과장도 탐문을 위해 하루 5~6잔의 커피도 거뜬히 감당하며 온종일 들락거린다.

◆화장실:대소변을 보도록 만들어 놓은 곳

1. 신입사원-혼났을 때 가서 몰래우는 곳

2. 여직원-세면대 밑에 파우치 넣어놓고 매일 아침 변신하는 곳

3. 부장-조간신문 읽는 곳

4. 임원들-직원들 만날까 되도록 안 가는 곳

5. 대부분의 직원들-술 먹은 다음 날 쪽잠 자는 곳

사내에서 화장실만큼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는 장소가 또 있을까. 모두로부터 벗어난 독립된 공간에서 마음의 안식을 얻는다. 신문을 보는 휴게실이기도 하고 잠이 부족할 땐 수면실이 되기도 한다.

윤정현/고경봉/김일규/강영연 기자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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