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포럼] 오·남용 심각한 행복지수

입력 2013-03-19 16:59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


바누아투 코스타리카 파나마 부탄 방글라데시의 공통점은? 행복지수 1위라는 나라들이다. 행복지수 상위권에는 쿠바 베네수엘라 베트남 등 중남미와 동남아 국가가 대부분이다. 대체로 열대·아열대 지역의 저개발국이다. 반면 미국의 행복지수가 150위라거나, 소득 5만달러인 싱가포르가 꼴찌라는 조사도 있다. 소위 ‘행복은 소득순이 아니다’는 주장이 나오는 근거가 된다.

오늘은 유엔이 정한 제1회 세계 행복의 날이다. 국민행복이 화두인 요즘 국내 언론에는 행복지수 관련 기사가 넘쳐난다. 카인즈(기사통합검색)에서 검색해보면 3만7900여건의 기사가 뜬다. 최근 6개월 새 보도된 행복지수만도 줄잡아 6~7종이다. 유엔 세계행복보고서, 영국 신경제재단(NEF)의 행복지수(HPI), 미국 갤럽의 행복도 설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국민 삶의 질 지수(BLI) 등이다.

기준 판이한 행복지수 홍수

한국의 행복도 순위는 유엔 조사에서 156개국 중 56위, 신경제재단에선 63위이고 갤럽에선 97위로 처진다. OECD 조사로는 36개국 중 24위, 보건사회연구원은 32위로 매겼다. 행복감이 높은 편이 아님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국가별 행복순위를 뜯어보면 당혹스러워진다. 예컨대 신경제재단의 행복지수 톱10은 중남미가 대부분인데, 유엔의 톱10은 덴마크 핀란드 등 선진국 일색이다. 희한한 것은 신경제재단에서 11위인 방글라데시가 유엔에선 114위로, 2위인 베트남은 65위로 떨어진다는 점이다. 반면 유엔에서 17위인 아랍에미리트(UAE)는 신경제재단에선 130위에 불과하다. 갤럽 조사는 더 황당하다. 싱가포르는 148개국 중 148위다. 그런데 갤럽이 2010년 148개국 성인 35만명을 조사한 이민가고 싶은 나라(인구대비 잠재적 순이민지수) 1위도 싱가포르였다.

행복지수가 중구난방인 것은 조사성격과 방법, 기준이 판이한 탓이다. 예컨대 갤럽은 어제 잘 쉬었는지, 많이 웃었는지 등 다섯 가지 질문의 ‘그렇다’ 응답률로 나라별 순위를 매긴다. 반면 신경제재단의 HPI는 기대수명, 행복감에다 ‘환경 발자국(토지로 환산한 의식주 비용)’을 반영했다. 원래 명칭이 ‘행복한 지구 지수(Happy Planet Index)’인데 그냥 행복지수라고 번역하니 혼선을 빚는다.

'원시=행복'이란 황당 다큐도

유엔은 건강 교육 생활수준 등 9개 범주(33개 지표)로 국민총행복(GNH)을 따졌다. 주관적으론 중남미 국가들이, 객관적으론 구미 선진국이 행복한 이유다.

문제는 이런 행복지수에 고무돼 원시 자연생활이 행복의 대안인 양 호도하는 생태주의 다큐멘터리가 버젓이 방송된다는 점이다. 원시부족을 미화한 SBS ‘최후의 제국’, 7만 인구의 바누아투를 소개한 EBS ‘행복한 섬’이 망각한 것은 한국 인구가 5000만명이란 사실이다.

토드 부크홀츠가 저서 ‘러시’에서 돌직구를 날렸듯이 행복하기 위해 쿠바로 밀입국하는 미국인은 없지만 그 반대는 무수히 많다. 그럼에도 유독 한국에서 행복지수는 위력을 떨친다. 타인의 시선에 민감하고 순위 매기기를 좋아하는 한국인의 특성과 무관치 않다.

객관적 삶의 질 측면에서 한국은 개도국들이 부러워하는 ‘엄친아’다. 유엔개발계획(UNDP)의 인간개발지수가 세계 12위로 지난 20년간 20계단이나 올랐다. 하지만 ‘이밥에 고깃국 먹는다’고 행복해 할 한국인이 아니다.

소득이 높아질수록 개개인의 욕구도 더욱 고도화된다. 결국 ‘행복=성취÷욕구’라는 등식이 말하듯, 성취를 높이든지 욕구를 줄이는 게 행복의 관건이다. 끊임없이 삶을 비관하고 타인과 비교하고 국가에 의지하려 할수록 행복은 멀리 도망간다.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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