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 맡긴 러 "자원 담보로 70억유로 지원 검토"
발끈한 獨 "러 참견은 위험" … 22일 은행영업 촉각

러시아 대통령궁인 크렘린. 니코스 아나스타시아디스 키프로스 대통령은 19일 밤 11시(현지시간) 이곳으로 긴급 전화를 걸었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다급한 목소리로 “키프로스 의회가 방금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과 국제통화기금(IMF)의 10억유로 구제금융안 비준을 반대 36표, 기권 19표로 부결시켰다”며 협조를 요청했다.
키프로스가 러시아에 도움을 청한 것은 자국 은행예금 총액 700억유로 가운데 34%인 240억유로(약 34조원)가 러시아 자금이기 때문이다. 키프로스 정부가 유로존과 IMF의 요구에 따라 구제금융 비준안에 예금자에게 부담금(2만~10만유로는 6.75%, 10만유로 이상은 9.9%)을 물리는 조건을 달았는데 여기에 친(親)러시아 인사가 대거 포진해 있는 의회가 찬성 한 표 없이 강력하게 반대한 것이다.
○구제금융 협상 뛰어드는 러시아
아나스타시아디스 대통령은 곧바로 미할리스 사르리스 재무장관을 러시아로 보냈다. 예금자 부담금 부과에 대해 “불공정하고 위험한 결정”(푸틴 대통령)이라며 반대하는 러시아로부터 자금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다.
러시아로서도 키프로스 금융 시스템의 붕괴를 손 놓고 지켜볼 수 없는 상황이다. 키프로스 은행에 있는 러시아 자금은 국내총생산(1조8580억달러)의 1.6%에 이른다. 키프로스가 부도나면 그대로 잠긴다.
키프로스를 통한 금융 거래가 중단되면서 러시아 민간 기업의 활동도 지장을 받고 있다. 영국 최대 법무법인 스콰이어샌더스는 “러시아 기업이 키프로스를 거쳐 진행할 예정이던 수십억달러 규모의 기업 인수·합병(M&A) 5건이 이번 사태로 중단됐다”고 전했다.
러시아 재벌(올리가르히)의 자금 사정이 녹록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한 국내 러시아 전문가는 “대부분의 올리가르히는 유동성이 넉넉하지 않아 키프로스에 자금이 묶이기를 원치 않는다”며 “이들이 정치권을 압박해 러시아가 어떻게든 움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키프로스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필요한 170억유로 중 유로존이 제공하기로 한 100억유로를 제외한 70억유로를 러시아가 지원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다.
러시아가 국영가스기업 가즈프롬의 계열사인 가즈프롬은행을 통해 키프로스 은행에 최대 30억유로를 수혈해 줄 것이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우려하는 EU
유로존의 심기는 편치 않다. 구제금융을 미끼로 러시아가 키프로스의 천연자원 개발권에 눈독을 들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키프로스 인근 해역에는 34억㎥의 천연가스와 2억3500만t의 석유가 매장돼 있다. 유럽 대륙과 가까워 물류비가 적게 드는 만큼 경제성도 높다.
당장 구제금융안을 주도했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반발하고 나섰다. 메르켈 총리의 한 측근은 “러시아와의 구제금융 협상은 유럽연합(EU) 단합을 저해하는 것”이라며 “키프로스의 구제금융 협상은 트로이카(EU·IMF·유럽중앙은행)를 상대로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로존 관계자도 “키프로스가 위험한 도박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간은 충분치 않다. 키프로스 은행들의 영업 재개가 22일이기 때문이다. 니코스 데메트리아디스 키프로스 중앙은행장은 “은행들의 영업이 재개되면 전체 은행 예금의 10%가 넘는 75억유로가 일시에 빠져나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키프로스 의회는 뱅크런(대량 예금인출)을 막기 위해 영업정지를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이 경우 금융에 대한 신뢰가 영구적으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 문제다.
노경목/추가영 기자 autonomy@hankyung.com
▶급등주 자동 검색기 등장...열광하는 개미들
▶[한경 스타워즈] 대회 한 달만에 전체 수익 1억원 돌파! 비결은?
▶ 日 재벌 회장 "김연아 '우승' 사실은…"
▶ 이봉원, 손 대는 사업마다 줄줄이 망하더니
▶ 女직장인 "밤만 되면 자꾸 남편을…" 고백
▶ 고영욱, '화학적 거세'는 안심했는데 '덜덜'
▶ "이효리 제주도에 신혼집 마련" 알아보니
[한국경제 구독신청] [온라인 기사구매] [한국경제 모바일 서비스]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온라인신문협회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