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ONG KOREA] 한국인 도전정신 '바닥'…10명중 1명만 "창업은 좋은 기회"

입력 2013-03-20 17:51   수정 2013-03-21 03:59

청조경제로 일자리 빅뱅 - (3) 기업가 정신'빈곤국'

작년 신설법인 7만개 '역대 최대'…기술 창업 비중은 23.9% 불과
융자 위주 지원책, 투자로 전환…패자부활 정책도 강화해야




유아용 교구업체 베이스디. 지난해 6월 이 회사를 창업한 이유진 사장(27)의 인생 선택지에는 애초부터 대기업이나 공무원은 없었다. 국민대 디자인학과 졸업 후 3년간 직장생활을 한 것은 창업에 필요한 경험을 쌓기 위해서였다. 퇴사 후 1년여를 매달려 자신의 전공과 직장 경험, 스마트폰을 융합해 세상에 없던 유아용 교구 ‘아카’(ACA)라는 제품을 개발했다. 이 사장은 “첫째 꿈(창업)은 이뤘으니 다음 꿈인 영속기업을 향해 내달리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 사장처럼 도전정신으로 무장한 창업자들이 늘어나면서 지난해 신설법인 수가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지만 아직 ‘제2 벤처 붐’으로 보기에는 이르다는 진단이 많다. 기술 창업보다는 생계형 창업 비중이 월등하게 높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창업 실패자의 재기 정책 보완 등을 통해 기업가 정신을 회복해야 기술 창업이 중심이 된 벤처 붐이 성장 잠재력 및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창조경제 생태계를 완성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기술 창업 10건 중 2건 그쳐

중소기업청이 발표한 ‘2012년 연간 신설법인 동향’을 보면 지난해 신설법인 수는 7만4162개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6만5110개 대비 13.9% 증가한 수치로 2000년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래 최대 규모다.

그러나 기술 창업으로 볼 수 있는 제조업 비중이 23.9%에 불과한 것은 한계로 지적된다. 지난해 기준 업종별 비중은 서비스업이 63.3%로 가장 높고 제조업, 건설업(10.0%), 농·임·어업(2.8%)이 뒤를 이었다. 생계형 위주의 단순 서비스업이 신설법인 10곳 가운데 6곳 이상인 셈이다.

김기완 한국개발연구원(KDI) 산업경쟁정책연구부장은 “숫자만 늘어난다고 좋은 게 아니다”며 “정책금융 지원 대상이 급증하면서 통계와 현실 사이에 괴리가 생긴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나마 젊은 층에서 창업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위안거리다. 지난해 30세 미만 창업은 전년 대비 24.3% 증가해 신설법인 증가세를 이끌었다. 여성의 활약도 두드러졌다. 절대 수치는 남성 창업이 6518개로 여성(2534개)의 2배를 넘었지만 전년 대비 증가율은 여성(17.8%)이 남성(12.8%)을 추월했다.

○기업가 정신 10년 사이 ‘곤두박질’

창업 저변은 넓어졌지만 기업가 정신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기업가정신 지수는 2000년 49.6(만점 100)에서 2008년 2로 곤두박질친 후 2009년에는 -2로 더 내려갔다. 다른 기관의 통계도 다르지 않다.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기업가정신 지수는 2000년 18.7에서 2009년 -0.3으로 급락했다. 이후 발표 데이터가 없지만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게 대한상의를 비롯한 연구기관 관계자들의 공통된 얘기다. 한국은행은 ‘제조업 사업체 증가율+(실질 설비투자 증감률-GDP 증가율)+민간 연구개발비 증가율’, 대한상의는 ‘(사업체 수 증가율+설비투자액 증가율+민간 연구개발비 증가율)/3’을 통해 지수를 산출했다.

이런 분위기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기업가정신 2012’에서도 읽힌다. OECD가 나라별 18세 이상 64세 이하 국민 약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창업을 좋은 기회로 본다’는 한국인은 11%에 그쳤다. 1위인 스웨덴(71%)과 천양지차다. 노르웨이(67%) 핀란드(61%) 칠레(57%) 중국(49%) 네덜란드(48%) 등과도 격차가 크다.

○“기업가 정신 살려야 벤처 르네상스”

보일러업계 1위 귀뚜라미보일러는 최진민 회장이 1962년 창업했다. 취사·목욕·난방 겸용 보일러 등 국내 최초 제품을 잇따라 선보이며 맨손으로 국내 보일러 시장을 개척했다. 경기 안산의 삼성전자로 불리는 인쇄회로기판(PCB) 업체 대덕전자는 김정식 회장이 공군 통신장교 경험을 살려 1972년 창업, 매출 6500억원(2011년) 규모로 성장했다.

최 회장, 김 회장 같은 기업가들이 더 많이 나올 수 있으려면 패자부활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배영임 중소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기업가 정신을 기반으로 한 하이테크 창업이 늘어나려면 창업에 실패해도 재도전할 수 있는 토양을 제공해야 한다”며 “위축된 기업가 정신을 살릴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배 연구원은 “보증, 융자 위주의 지원책도 투자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문했다.

기업가 정신 교육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고영하 한국엔젤투자협회 회장은 “창조경제를 실현하려면 종전의 암기·주입식 교육을 지양하고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우는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며 “중·고교 정규 과목에 기업가 정신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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