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다운증후군 발레리나의 '지젤'

입력 2013-03-27 16:59   수정 2013-03-28 02:46

장애 극복한 소녀의 아름다운 연기…그 어떤 발레리나의 춤보다 감동적

최태지 <국립발레단 예술감독 taejichoi3@hotmail.com>



나는 사업을 하는 부모님 밑에서 오빠 2명, 언니 1명 4남매의 막내로 일본에서 태어났다. 어머니는 아버지 사업을 현장에서 도우셨기 때문에 낮에는 집에 있지 않을 때가 많았다. 그래도 나는 어머니를 찾지 않고 집 옆에 있던 아버지 회사 사무실을 놀이터 삼아 사무실 직원들과 재미있게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께 한국에서 손님이 찾아왔다. 나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책상에 앉아 두 분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손님은 한국에서 장애인올림픽 개최를 위한 모금 운동을 하는데 아버지께 동참을 권유했다. 재일교포로서 한국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던 부모님은 한국에서 일어나는 모든 행사에 관심이 많았고 적극 참여하셨다. 나는 그때 처음으로 장애인올림픽이 있다는 걸 알게 됐고, 나중에 어른이 되면 부모님이 하셨던 것처럼 내가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꼭 참여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얼마 전 나에게도 기회가 왔다. 나경원 평창동계스페셜올림픽 세계대회 조직위원회 위원장이 직접 전화를 걸어와 대회의 문화예술프로그램 운영위원회 위원을 제안했다. 나는 흔쾌히 승낙했고, 좋은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국립발레단 단원과 지적장애인이 함께 참여하는 의미 있는 공연을 준비했다. 몇 년 전 방송 출연에서 발레리나가 꿈인 지적장애인 여학생을 만났다. 그 학생은 몸이 불편한데도 발레에 대단한 열정을 갖고 있었고, 나는 그 모습에 큰 감동을 받았다. 그때의 인연을 시작으로 그 여학생은 발레단 부설 발레아카데미에 장학생으로 선발됐고, 지난 평창동계스페셜올림픽 문화행사에 발레단 단원과 함께 무대에 올랐다. ‘지젤’의 페전트 파드되(소작농 2인무) 중 여자 솔로를 춘 그 학생은 비록 완벽한 테크닉을 구사하진 못했지만 자신의 역할에 완전히 몰입해 연기했다. 객석에서는 기립박수가 나오기도 했다. 순수하고 열정적인 그녀의 춤은 내가 지금껏 봤던 그 어떤 무용수의 춤보다 더 아름답고 감동적이었다.

내 부모님은 사업을 하셨기 때문에 모금 운동에 동참하셨고, 나는 국립발레단의 예술감독으로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특별한 공연을 준비했다. 내가 가진 재능을 통해 사회에 보탬이 됐을 때 힘이 생기고 행복을 느낀다. 앞으로도 부유하거나 부유하지 않거나, 장애가 있거나 없거나 모든 사람이 발레를 배우고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최태지 <국립발레단 예술감독 taejichoi3@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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