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돌며 깜짝미팅·설계사와 열띤 토론…김창수의 '듣는 리더십'

입력 2013-03-27 17:05   수정 2013-03-28 03:56

<<a href=http://sise.wownet.co.kr/search/main/main.asp?mseq=419&searchStr=000810 target=_blank>삼성화재 사장>

비금융권 출신 CEO의 소통
삼성화재 조직문화 '새바람'



삼성화재 직원들은 지난주 김창수 사장(58·사진)이 보낸 ‘최고경영자(CEO)의 열정 편지’를 받고 깜짝 놀랐다. 김 사장이 작년 초 취임한 후 1년여 만에 전 직원에게 발송한 첫 메일이어서다. 김 사장은 “지난 1년간 현장방문과 미팅, 산행 등을 통해 많은 사람을 만났지만 전국의 모든 직원과 설계사(RC)를 대면하기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었다”면서 “우리 인생이나 회사생활은 100m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수십년간 지속되는 마라톤인 만큼 긍정적인 사고와 열정이 중요하다는 얘기를 꼭 하고 싶다”고 말했다.

저금리·저성장 기조로 보험업계의 위기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손해보험사 1위인 삼성화재가 조직문화 혁신에 나서고 있다. 불황일수록 임직원이나 설계사 간 활발한 소통이 필수라는 판단에서다.

김 사장은 최근 사내 바둑 동호회가 생긴다는 얘기를 듣고 동호회 결성을 논의하는 자리에 예고 없이 나타났다. 여기에서 “삼성화재가 바둑과 인연이 깊은 만큼 동료애를 다지는 동호회가 돼달라”고 격려했다. 삼성화재는 1996년부터 국제대회인 월드바둑마스터스를 개최하고 있다. 한 직원은 “경영진과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 자리가 부쩍 많아졌다”고 전했다.

분기마다 영업 일선의 RC들을 초청해 활발한 토론을 유도하는 ‘RC 패널회의’도 정착 단계다. CEO가 RC들의 의견을 직접 청취한 뒤 마케팅 전략에 활용하는 자리다. 얼마 전엔 전국의 대표 RC들을 사장실로 초대하기도 했다. 이런 간담회를 열 때마다 대상자 외 배석자를 최소화해 거리낌 없이 얘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든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삼성화재는 또 임직원과 RC는 물론 자회사 직원들까지 실시간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을 구축했다. 직원 간 칭찬릴레이와 어린이기자단 활동 코너 등을 담은 ‘익사이팅(Exciting) 톡톡’이 대표적이다.

삼성화재 배구팀 블루팡스가 지난 시즌에 통산 5번째 우승을 차지한 것도 이 같은 ‘소통 혁신’의 결과라는 평가다. 블루팡스는 정규시즌 직전만 해도 주전선수의 노령화 등으로 6개 팀 중 4~5위 전력에 불과했다. 하지만 감독과 선수가 하나로 뭉쳐 초반 예상을 깨고 압도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김 사장은 작년 초 취임하기 전까지 금융권에서 근무한 경험이 없었다. 삼성화재 CEO가 된 후 안팎의 우려를 소통경영으로 정면 돌파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화재의 위험기준 지급여력(RBC) 비율은 작년 말 기준 435.5%로, 전체 손해보험사 중 가장 높은 것으로 기록됐다. 2012회계연도 3분기(작년 9~12월) 자기자본이익률(ROE) 역시 보험업계 최고 수준인 9.2%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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