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2 반란' 두 전직 대통령 유죄 입증하려 파키스탄·짐바브웨 쿠데타 판결까지 뒤져

입력 2013-03-29 17:00   수정 2013-03-30 00:43

권성 언론중재위원장 책 출간…'결단의 순간을 위한…판결읽기'

1996년 '12·12' 항소심 재판 맡아…'피의 보복' 끊어야 한다고 판단
'항장불살' 인용해 무기형 감형



성공한 쿠데타를 처벌할 수 있을까. 1996년 서울 고등법원 부장판사 시절 ‘12·12 군사반란’( 1979년)과 ‘5·18 내란사건’(1980년) 항고심 재판을 맡게 된 권성 서울고등법원 재판장(사진)이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사무용 캐비닛 6개에 달하는 방대한 증거자료는 그렇다 쳐도 법정에 선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무죄 주장을 반박할 관련 판결이 당시 국내엔 없었다.

권 재판장은 한 후배 판사의 도움을 받아 미국 법과대학 ‘로저널’들을 섭렵했다. 짐바브웨, 파키스탄 등에서 이미 여러 차례 쿠데타와 관련한 재판이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쿠데타는 혁명과 다르고, 쿠데타가 성공하더라도 혁명과 달리 기존 헌법질서의 효력을 상실시키지 않기 때문에 처벌이 가능하다”는 취지의 논리정연한 판결문이 나오게 된 배경이다.

권성 언론중재위원장이 12·12 군사반란 사건을 비롯, 재판장과 헌법재판관 시절 간여했던 판결문과 결정문을 알기 쉽게 요약 정리한 책을 펴냈다. ‘결단의 순간을 위한 권성 전 헌법재판관의 판결읽기’(도서출판 청람)라는 제목의 책이다. 권 위원장이 인하대 로스쿨 원장 시절, 학생이었던 신정현 변호사의 권유가 책 발간의 계기가 됐다. 권 위원장은 2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논술시험이나 면접시험 수험생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사기와 상술의 경계는 어디까지 인가’ ‘양심이란 무엇인가’ ‘전통인가 폐습인가’ 등 일상생활에서 자주 맞닥뜨릴 수 있는 다양한 고민에 대한 해답도 판례를 통해 제시했다.

1969년 부산지방법원에서 판사생활을 시작한 권 위원장은 서울행정법원장을 거쳐 2006년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퇴임하기까지 38년간 법복을 입었다. 그가 내린 선고 중에는 증언을 거부한 최규하 전 대통령에 대한 과태료 결정을 비롯해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결정, 행정도시특별법 헌법소원 등 역사적 사건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그는 “소수 의견을 많이 내면서 오해를 산 적도 많다”고 말했다. 1997년 7월 서울고등법원 재판장으로 있으면서 맡은 친일파 이완용 증손자의 30억원대 토지소유권 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권 재판장은 친일파 후손의 손을 들어줬다. 이 때문에 ‘매국노의 재산은 조국을 일본에 팔아넘긴 대가로 조성한 매국의 장물이다’며 판결에 대한 성토가 잇따랐다. 권 위원장은 “친일파 후손의 땅은 먼저 보는 사람이 임자라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판결 당시에는 반민족행위처벌법이 폐지된 상태여서 몰수가 불가능했다”고 회고했다. 2001년과 2002년 간통죄 위헌제청 신청 사건에 대해 8 대 1, 7 대 2로 합헌 결정이 내려졌을 때 위헌 의견을 냈고, 호주제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졌을 때도 합헌 쪽에 서기도 했다.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판결은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 관련 판결”이라고 말했다. 특히 1심에서 사형선고 받은 전 전 대통령을 무기징역으로 감형한 이유를 설명할 때는 상당한 부담을 느꼈다고 한다. 재판부 내 판사들 사이에선 “피의 보복과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이뤄졌지만 분노로 들끓는 여론이 문제였다. 이때 그가 동원한 것이 ‘항장불살’(降將不殺·항복한 장수는 죽이지 않는다)이라는 사자성어였다. 그는 “앞서 종로구청장 관련 사건에서 한자로 된 고사성어를 사용한 적이 있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 한 번 더 써봤는데 역시 효과가 있었다”고 나름의 재판 노하우를 전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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