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구호 디자이너 "움직이는 무대…무용도 패션처럼 파격 시도"

입력 2013-04-03 17:17   수정 2013-04-04 04:43

무용 연출 맡은'미니멀리즘 패션' 대표주자 정구호 디자이너

10~14일 국립극장서 '단' 공연
"내 옷 만드는 사람이 이런 일도 …"…관객들에게 색다른 재미 줄 것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에 들어서면 얼굴이 반쯤 가려진 검정색 의상의 남녀 무용수 모습을 담은 포스터가 눈에 띈다. 오는 10~14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하는 국립무용단의 ‘단(壇)’을 알리는 홍보물이다. 포스터를 바라보던 한 사람이 “딱 봐도 구호풍이네”라고 하자 지나가던 한 남자 무용수가 “맞아요”라고 화답한다. 패션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단순 미(美)가 돋보이는 의상에서 십중팔구 한 사람을 떠올릴 것이다. 포스터에 적힌 ‘안성수 안무, 정구호 연출’을 보지 않고도 말이다.

국내 ‘미니멀리즘 패션’(장식적인 디자인을 최소한 한 것)의 대표주자인 정구호 디자이너(사진). 제일모직 전무로 재직 중인 그는 ‘구호’를 비롯해 이 회사 9개 여성복 브랜드를 총괄한다. 2010년 ‘헥사바이구호’란 브랜드로 미국 뉴욕에 진출했고 매년 파리·뉴욕 컬렉션에도 참가하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바쁜’ 디자이너로 꼽히는 그가 무용연출가란 새로운 타이틀을 달았다. 작년 6월 현대무용 안무가인 안성수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안무한 국립발레단의 ‘포이즈’ 공연을 통해서다. 두 번째 연출작인 ‘단’ 준비에 한창인 그를 최근 국립극장에서 만났다.

“1993년 뉴욕에 살 때 조이스시어터란 극장에서 공연된 안성수 씨의 작품을 봤어요. 이전까지 무용은 제 관심 밖이었는데 그 공연을 보고는 창의적이고 아름다운 현대무용의 매력에 푹 빠졌습니다.”

그는 1997년 패션디자이너로 국내에 데뷔하기 전 뉴욕에서 안 교수 작품의 무용 의상을 만들었다. 1962년생 동갑내기인 두 사람의 인연은 한국에 돌아온 뒤에도 이어졌다. 그는 강혜련 등 다른 안무가들과도 작업했지만 주로 ‘볼레로’ ‘시점’ ‘제한’ 등 안 교수의 작품에 참여했다.

“예술적인 지향점이 비슷하고 성격도 잘 맞아요. 10여편의 작품을 함께했지만 한번도 다툰 적이 없어요. 평소 무용에 대한 아이디어를 주고받는데 그중 하나가 ‘포이즈’란 작품으로 구체화된 것이죠.”

안무가가 창작과 연출까지 담당하는 현대무용에서 안무와 연출을 구분하는 것이 생소했다. 그는 “안무에 옷을 입히고 틀을 만들어 무용의 완성도를 높이는 게 연출의 역할”이라며 “안무를 제외하고 보이는 모든 것을 책임진다”고 설명했다.

‘단’은 신분과 지위, 권력을 상징하는 제단을 등장시켜 인간 내면과 외면의 갈등, 조화를 그린다. 한국무용의 기본 춤사위에 다채로운 현대무용이 녹아든 몸짓과 좌우·상하로 움직이는 두 개의 제단, 무대에 직접 등장하는 조명 기구들의 빛과 움직임 등으로 표현된다.

회전무대가 등장했던 ‘포이즈’에 이어 ‘단’에서도 움직이는 무대(제단)에서 무용수들이 춤을 춘다. 무대를 움직이는 것을 금기시하는 무용 공연에서 파격적인 시도다. 그는 “패션을 포함한 모든 작품에서 제가 일관되게 하고 싶은 얘기는 ‘시점’에 관한 것”이라며 “시점 변화에 따른 차이점을 관객에게 보여주기 위해 움직이는 무대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말부터 이번 작품에 매달렸다. 회사에서 이런 ‘외도’에 눈치를 주지는 않을까. 그는 “회사 일과 시너지를 내지 못하는 작품은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번 공연도 ‘헥사바이구호’ 브랜드와 공동 마케팅을 벌인다.

“소비자들은 브랜드의 느낌을 공연에서 볼 수 있고, ‘내 옷 만드는 사람이 이런 것도 하는 구나’하는 재미도 얻을 수 있다고 봅니다. 아름다움에 대한 아이디어는 책상 앞에서 머리를 싸매고 있다고 나오는 게 아니잖아요. 종합적인 현대무용 작업을 통해 많은 영감을 받아요.”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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