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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지하경제 양성화, 부작용도 생각하면서

입력 2013-04-03 17:17   수정 2013-04-03 21:56

박근혜 대통령이 복지 재원 마련 방안 중 하나로 제시했던 지하경제 양성화 대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국세청 관세청 등 유관부처들은 어제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GDP의 20~25%에 달하는 국내 지하경제 비중을 GDP의 10~15% 선으로 끌어내리겠다고 밝혔다. 구체적 방안도 제시했다. 현금영수증이나 세금계산서를 의무적으로 발행해야 하는 금액과 대상 업종을 확대하고, 탈세 제보에 대한 신고 포상금을 올리며, 관세조사를 강화하고, 금융정보분석원(FIU) 정보의 국세청 제공 범위를 확대하는 등의 조치들이다.

지하경제 양성화에 반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는 세수도 늘리고 더구나 사회정의에도 부합한다. 문제는 현실적으로 난관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데 있다. 우선 지하경제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부터 불명확하다. 흔히 자영업자들의 탈세를 떠올리지만 매춘 도박 마약거래 리베이트 뇌물 등도 포함시켜야 하는지 애매하다. 가족간 돈을 주고 받는 금전 공여도 지하경제로 본다면 그 범위는 무한정이다. 그렇게 되면 지하경제가 아니라 우리의 가족 관계에까지 영향을 줄 것이다.

양성화 방식도 문제다. 지금처럼 여러 부처들이 경쟁적으로 뛰어들다 보면 예기치 않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강도 높은 전방위 세무조사는 가뜩이나 힘든 기업과 자영업자들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으로 다가온다. 최근 국세청이 증권사에 개인 간 비상장주식의 장외거래 내역을 제출하라고 하자 장외시장의 거래량이 절반 아래로 줄어드는 등 사실상 마비상태를 보이고 있는 것도 그런 사례다. 부처 간 과잉 경쟁으로 볼썽사나운 일도 생겼다. 며칠 전 관세청은 1500억원대의 역외탈세 사건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국세청은 자신들이 조사 중인 사건을 관세청이 가로챘다며 볼멘소리라고 한다.

물론 탈세 적발은 필요하고 지하에 있는 것은 끌어올려야 한다. 하지만 아무리 취지가 좋아도 지나치면 곤란하다. 지하경제 양성화도 마찬가지다. 자칫 국민들에게 고통만 안길 수 있다. 더구나 지하경제 양성화로 걷을 수 있는 세금이 정부 목표(5년간 28조5000억원)에는 턱없이 못 미칠 것이란 시각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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