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저도 발레 배우고 싶어요"

입력 2013-04-03 17:17   수정 2013-04-04 04:41

사교육비 부담에 못배우는 아이들…예술가 양성 국가지원 늘어났으면

최태지 <국립발레단 예술감독 taejichoi3@hotmail.com>



국립발레단은 연간 130회 정도의 공연을 무대에 올리고 있다. 그중 40회는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서, 나머지 90회는 지방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면서 공연을 하고 있다. 몇 년 전에는 땅끝마을 해남에서도 공연을 한 적이 있다. 이 공연에서는 관객의 대다수가 초·중등학교 학생들이었다.

서울 공연에서는 관객들 대부분이 20~50대인 것에 비해 해남 공연에서는 학생들이 많아서 매우 놀랐다. 한편으로는 발레를 처음 접하는 학생들이어서 혹시 떠들거나 집중을 하지 못할까 봐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학생들의 집중력은 그 어떤 관객들보다 높았다. 휴대폰 벨소리 한 번 울리지 않았고 학생들은 의자 등받이에 기대지도 않고 무대 쪽으로 몸을 기울이고 있었다. 또한 감동받을 때마다 박수와 환호성을 보냈다. 공연이 끝나고 학생들이 “저도 발레 배우고 싶어요! 어떻게 하면 발레를 할 수 있어요?” 하고 질문을 하기도 했다. 그동안 발레를 본 적도 배운 적도 없는 학생들은 처음 본 발레가 신기하고 재밌었던 것이다.

나는 지방 공연을 갈 때마다 이런 학생들을 많이 접한다. 그때마다 항상 아쉬웠던 건 아이들이 발레를 하고 싶지만 어디서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모르고 있다는 것과 발레 교육을 위한 사교육비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발레 역사를 보면, 발레는 프랑스 왕실에서 루이 14세 왕이 자신의 권위와 사교를 즐기기 위해 췄던 춤이다. 이후 루이 14세가 무대에서 은퇴하면서 발레학교를 만들었고 이 학교에서 양성된 무용수들을 모아서 발레단을 탄생시켰다. 이때부터 발레의 무대는 왕실에서 극장으로 옮겨졌다. 이처럼 왕실에서 탄생한 발레를 고급 예술이라고 많이들 생각하지만 왕실에서 극장으로 넘어오면서 발레는 더 이상 귀족문화가 아닌 대중문화가 됐다. 오늘날은 세계 어디서나 재능 있는 어린 학생들을 선발해 국가가 지원하고 무용수를 양성하고 있다. 국립발레단과 국립발레학교는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발레를 배우고 싶고 발레에 재능은 있지만, 사교육비의 부담 때문에 발레를 배울 수 없는 학생들이 전국 방방곡곡에 많이 있을 것이다. 이들을 국가가 선발해 기숙사가 딸린 발레학교에서 발레 테크닉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교양수업을 함께 제공함으로써 진정한 무용가, 예술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국가적 지원이 필요한 시기가 왔다고 생각한다. 문화선진국에 있는 발레학교가 우리나라에도 생기기를 나는 오늘도 꿈꾼다.

최태지 <국립발레단 예술감독 taejichoi3@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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