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게 팔아 크게 버는 박리다매 경영 '교과서'…日유통 1위 넘어 아시아 공략

입력 2013-04-04 15:30  

글로벌CEO - 오카다 모토야 <일본 이온그룹 CEO>

대들보에 바퀴를 달아라
유연성 강조한 가훈이 성공 밑바탕
중국 매장 反日시위대 거센 습격에도 장학사업·현지채용 늘리며 이미지 전환

동일본 대지진에도 끄떡없던 이유
물류창고·운송망 거미줄 분산…계열사 자체 배송으로 가격도 낮춰

연방제 경영으로 몸불리기
지방 소규모업체 인수 후 100% 출자…사장자리 그대로 맡겨 자율경영




일본 정부가 중국과 영유권 분쟁 중인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국유화하겠다고 선언한 작년 9월15일. 중국 산둥성 칭다오의 일본계 대형마트 자스코에 100여명의 시위대가 들이닥쳤다. 이들은 “일본 기업은 중국에서 나가라”고 외치며 유리창을 모두 부쉈고, 진열 상품들을 닥치는 대로 훔쳐갔다. 자스코 칭다오점은 그날 하루 동안 24억엔의 손실을 입었다.

하지만 다음날인 16일 자스코의 모기업인 이온(Aeon)그룹 최고경영자(CEO) 오카다 모토야(62·사진)는 기자회견에서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태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건물 수리 때문에 몇 주 정도 휴업은 하겠지만 중국 시장에서 철수할 생각은 전혀 없다. 중국 중산층을 떠나면 성장은 없다.”

한 달 뒤 자스코 칭다오점은 ‘이온’이란 이름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 칭다오 중·고교생을 대상으로 한 장학사업도 계속했다. 그리고 작년 말 이온그룹은 중국에서 현지 청년들을 대상으로 신입사원 채용설명회를 열었다. 이 행사엔 수백명의 중국 대학생이 몰렸다.

○“대들보에 바퀴를 달아라”

편의점 체인 ‘미니스톱’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이온그룹은 일본 최대 유통기업이다. ‘이온’(대형마트 체인), ‘맥스밸류’(슈퍼마켓 체인) 등 200여개 계열사를 갖고 있으며, 직원 수는 약 35만명에 이른다. 일본에서만 1만2250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과 중국 태국 등 아시아 11개국에 진출해 있다.

일본 경제가 지난 20여년 동안 침체에 빠지면서 유통업계가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도 이온그룹의 실적은 탄탄하다. 2012 회계연도 1~3분기(2012년 3~11월)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9.9% 증가한 4조1204억엔, 순이익은 2.9% 늘어난 376억엔을 기록했다. 지난달 말엔 일본 4위 유통회사 다이에를 인수했다.

오카다 CEO는 성공 비결로 창업주인 오카다 가문의 가훈을 꼽는다. ‘대들보에 바퀴를 달아라’라는 가훈이다. 대들보는 집 전체를 떠받치는 가장 중요한 기둥이다. 대들보가 흔들리면 집 전체가 무너진다. 그렇지만 한치 앞도 예상할 수 없을 정도로 변하는 시장 환경에 대처하며 생존하려면 집안의 대들보까지도 옮길 수 있는 유연성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중국에서 반일(反日) 시위대가 자사 점포를 습격했다는 소식을 듣고도 흔들리지 않는 대담함을 보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런 가훈이 있었다.

○아버지의 가르침, “소매업은 생활이다”

오카다 모토야는 1951년 일본 미에현 욧카이치에서 태어났다. 그의 가문은 욧카이치에서 1758년부터 대대로 ‘오카다야’라는 포목상을 운영해 온 부유한 집안이었다. 아버지는 오카다야를 굴지의 대기업 이온그룹으로 성장시키며 실질적 창업자가 된 오카다 다쿠야 이온그룹 명예회장이다. 동생인 오카다 가쓰야는 일본 정부에서 외무상과 부총리 등 요직을 지냈다.

오카다 명예회장은 1970년 오카다야를 효고현의 소매상 ‘후타기’, 오사카의 잡화점 ‘시로’와 합병한 뒤 이온그룹의 전신인 자스코를 세웠다. 그는 이른바 ‘연방제 경영’으로 점포 수를 급속히 늘려나갔다. 연방제 경영이란 지방의 소규모 유통업체들을 인수한 뒤 자스코가 100% 출자한 지방법인을 만들고, 다시 합병된 회사의 경영자를 사장으로 임명하는 방식이다. 오카다 명예회장은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기능은 본사가 가져가되 해당 지역의 점포 관리는 계열사의 자율에 맡겼다. 이런 방법을 통해 지역 소매상과 손잡으며 시장점유율을 높여나갔다.

그는 장남인 오카다 모토야를 후계자로 키우기 위해 조금씩 준비 단계를 밟았다. 우선 아들을 명문 와세다대 경영학과에서 공부하도록 하고, 1978년엔 창업 과정 교육으로 유명한 미국 밥슨칼리지로 유학보냈다. 1979년엔 자스코의 평사원으로 입사시켰다. 특별 대우는 전혀 없었다. 다른 직원들과 함께 창고에서 짐을 나르며 재고 관리를 하도록 하고, 점포 청소도 시켰다. 아들에게 끊임없이 다음의 말을 강조했다. “물건값을 올려 받아 돈을 벌 생각을 하지 말고, 가격을 내려서 돈을 벌 생각을 해야 한다. 소매업은 인간의 생활 그 자체다.”

오카다 모토야가 아버지로부터 사장 자리를 물려받은 건 입사 후 18년 만인 1997년이었다. 지난해 12월 서양식 경영시스템을 도입, CEO직에 올랐다.

○박리다매와 자체 유통망 관리로 승부

오카다 CEO는 2001년 자스코의 사명을 이온그룹으로 고치고, 본격적으로 시장 확대에 나섰다. 전략의 키워드는 ‘박리다매’였다.

이온그룹은 일본에서 원자재와 곡물 가격이 폭등했던 2007년 11월, 자체상표(PB) 브랜드 ‘톱밸류’ 5000개 품목 중 식빵과 간장, 생수, 세제 등 24개 품목의 가격을 내렸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의 모회사 세븐앤드아이홀딩스를 비롯한 경쟁사들이 한창 가격 인상을 하던 것과 대조적이었다. 계열 운송업체가 직접 상품 운반을 맡아 유통 중간마진을 없앤 덕분에 가격을 낮출 수 있었다. 가격 경쟁력에 힘입어 2010년부터 세븐앤드아이홀딩스를 제치고 일본 유통업계 매출 1위로 올라섰다.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당시에도 이온그룹은 큰 타격을 입지 않았다. 물류창고와 운송 경로를 다변화했기 때문이었다. 간사이와 간토 지역에 나눠 배치한 긴급 운송망을 활용, 지진 피해를 본 도호쿠 지역에서 지진 발생 2주 만에 생수와 우유, 쌀 등 식료품 판매를 재개했다. 그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100% 통제할 수 있는 공급망을 갖고 있었던 것이 불행 중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아시아 No.1’을 꿈꾸다

오카다 CEO는 지난 1월 니혼게이자이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올해 회사의 경영 주제는 아시아 시프트(Asia Shift·아시아로 이동)”라며 “일본 제일에서 그치지 않고 ‘아시아 제일’로 발돋움하길 꿈꾼다”고 말했다. 여전히 전체 매출 중 90%를 일본 내수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을 염두에 둔 얘기였다.

그는 “저출산과 고령화로 일본에선 앞으로 더 이상 성장 동력을 찾기 어려워질 것”이라며 “중국과 동남아시아 진출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이온그룹은 올해 1억달러를 투자해 베트남 호찌민을 비롯한 동남아 주요 대도시에 초대형 복합유통센터를 설립할 예정이다. 캄보디아 미얀마 등지에도 점포를 낼 계획이다. 또 신입사원 중 30%를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 출신으로 채우기로 했다.

작년 9월부터는 30~40대 직원들을 대상으로 ‘이온 DNA 전승 대학’이라는 사내 리더십 강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오카다 CEO는 “사내 교육을 강화해야 회사를 안정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다”며 “후계자 양성에 소홀하면 성장이 멈춰버린다”고 강조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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