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해커그룹 어나니머스

입력 2013-04-05 17:04   수정 2013-04-06 09:52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전체주의에 억눌린 2034년의 영국 런던. BTN 방송국에서 일하는 젊은 여성 이비 가 통금시간을 어기는 바람에 비밀경찰들에게 폭행당할 뻔하다 마스크를 쓴 남자 브이(V)에게 극적으로 구출된다.

그녀는 곧 브이가 중앙형사재판소를 폭파하는 걸 목격한다. 독재 정부는 긴급 건물 철거라고 거짓 발표를 하지만, 브이는 BTN 방송을 통해 이를 폭로한다. 그는 내년 11월5일 국회의사당을 파괴할 것이라며 그때 국민들이 포학한 정부에 맞서 봉기하라는 메시지를 내보낸다.

제임스 맥테이그 감독의 SF 영화 ‘브이 포 벤데타’ 얘기다. 휴고 위빙과 나탈리 포트만이 주연한 이 영화에서 브이는 디스토피아를 전복해 혁명을 꾀하는 무정부주의자다. 그의 가면은 ‘가이 포크스 가면’이다. 가이 포크스는 1605년 11월5일 영국 의회의사당을 폭파하려다 실패한 실존인물이다. 왕실은 왕의 무사를 기념하기 위해 매년 이날 불꽃놀이를 벌이지만 사람들은 가이 포크스의 실패를 아쉬워하면서 불꽃놀이를 한다. 이른바 가이 포크스 데이의 연원이다. 말하자면 ‘저항의 아이콘’이다.

그 ‘가이 포크스 가면’이 지난 4일 국제 해커그룹 어나니머스(Anonymous)의 영상에 등장했다. ‘북한 작전(Operation North Korea)’이란 제목의 이 영상에 어나니머스(익명)의 상징인 이 가면으로 얼굴을 가린 한 남성이 김정일과 북한군 장교 등의 편집 장면과 함께 떠오른 것. 어나니머스가 북한의 대남 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 회원 9001명의 명단을 공개한 뒤 회원의 실체가 속속 밝혀지고 있다. 네티즌은 사이트에 적힌 이들의 이메일 주소와 이름을 확인하며 통합진보당 당원, 민주노총 간부, 대학 교수, 전교조 소속 교사, 기자 등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이들의 명단을 보면서 생각하게 되는 장면은 2006년 도너스마르크 감독이 만든 독일 영화 ‘타인의 삶’이다. 주인공인 비밀경찰 대위 비슬러의 시선을 통해 통일 독일 이전 동독의 억압적인 상황을 다룬 작품이다. 동독 정부는 비밀경찰인 슈타지를 이용해 국민들을 철저히 감시했다.

현실에서도 슈타지의 암약은 드러났다. 1974년 당시 현직 총리였던 빌리 브란트의 보좌관 귄터 기욤이 슈타지의 간첩이라는 사실이 밝혀져 독일을 충격에 빠트렸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1989년 직전까지 슈타지는 9만1015명의 직원을 거느리며 동독에 17만3081명, 서독에 1553명의 첩자를 두었다고 한다. 통일 이후 이들의 명단은 공개됐다. 우린 어떤가. 곳곳에서 장탄식이 들려온다. “어차피 통일되면 다 드러날 이름들이지만 그게 이렇게 빨리 밝혀질 줄이야.”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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