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공공외교, 세계의 마음을 훔치는 무기

입력 2013-04-11 17:46   수정 2013-04-11 21:34

'소프트 파워'가 중요한 시대엔 국가 호감도가 외교정책을 좌우
대한민국 매력 키우는 노력 절실

김동률 < 서강대 MOT대학원 교수·매체경영학 yule21@sogang.ac.kr >



2007년 11월26일 로버트 게이츠 당시 미국 국방장관은 캔자스주립대에서 비감에 찬 표정으로 청중에게 말했다. 당면한 이라크 전쟁의 수렁에서 벗어나기 위해 미국이 필요한 것을 솔직히 밝히고 도움을 청하기 위한 자리였다. 그는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군비 확장도 병력 지원도 아니라고 말한다. 놀랍게도 그는 전쟁 승리의 요건으로 세계인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미군이 피를 뿌리는 이라크전이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한 고귀한 희생이라는 공감을 세계인으로부터 얻어내지 못한다면 전쟁은 인류 역사에서 부끄러운 대목으로 남게 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하겐다즈라는 아이스크림이 있다. 이름부터 시작해서, 냉동차 바깥 장식만 보면 완전히 덴마크 제품이다. 그러나 이 아이스크림은 미국 필스버리사 제품으로 뉴욕 브루클린에서 시작한 후 줄곧 뉴저지에서 생산되고 있다. 자사의 컨테이너 바깥에 덴마크 지도를 인쇄한 뒤 코펜하겐을 의도적으로 표시했다. 세계 소비자들에게 낙농 강국인 덴마크를 연상시켜 팔아먹기 위한 고도의 전략이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가? 그만큼 국가 호감도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시중에 나와 있는 중국 가전 제품인 하이얼은 세계시장에서 놀랄 만한 성공을 거두고 있다. 품질도 상당하지만 이름 덕도 톡톡히 보고 있다. 독일어처럼 들리는 이름 덕분에 서구시장에서 마치 독일제라는 인식을 심어준다. 독일의 힘을 이용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일제나 독일제가 더 안전하다고 생각하며 이런 심리적인 안정을 위해 상당히 비싼 값을 기꺼이 지급한다. 물건을 구입하는 데에도 국가 호감도가 작용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국가에 대한 호감도는 여행지를 고를 때, 또는 소비자가 특정국가 상품을 구매할 시간과 노력, 걱정을 간단하게 해결해 준다. 실제로 사람들은 일정한 방식으로 국가를 인식하고, 또 개별 국가는 나름대로 품격과 특성을 가진다. 이런 인식이 한 국가의 외교, 투자, 방문, 스포츠, 정치, 무역, 문화 활동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 같은 국가 호감도나 인식의 바탕에는 ‘공공외교’가 작용하고 있다.

새로이 출범한 박근혜정부에 주어진 외교안보적 과제는 실로 막중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절대빈국에서 성공모델로 자리잡은 대한민국의 실상을 정확하게 알리고 그들의 호감과 지지를 얻어내는 것이다. 나라 밖 사람들의 마음을 사는 공공외교의 중요성이 여기에 있다. 정부만을 대상으로 하던 전통적 외교방식은 세계화로 인해 지금 시대에서 하루가 다르게 무력해지고 있다. 개개인이 가지는 국가 호감도가 중요하고 결국은 이로 인해 공공외교가 더욱 절실해지고 있는 것이다.

아일랜드는 한국인에게 호감도가 가장 높은 나라 중의 하나로 꼽힌다. 이유는 비교적 간단하다. 아득한 유년 시절부터 흥얼거려 왔던 ‘대니 보이’란 노래가 한몫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사람들은 저마다 특정국가에 대한 자신만의 호의에 따라 좋아하기도 미워하기도 한다. 민감한 외교 갈등이 발생하더라도 그 국가와 기꺼이 협력하고자 하는 마음은 개인의 호감이 모여서 작용하게 된다. 특정 국가에 대한 대중의 호감이 그 국가를 바라보고 대하는 외교 정책을 결정하게 된다는 의미다.

국가의 성공과 영향력은 ‘부드러운 힘(soft power)’과 ‘강한 힘(hard power)’ 간의 균형으로 이뤄져 있다고 미국의 저명한 국제정치학자인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교수는 말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한국처럼 작은 나라가 강력한 힘을 휘두를 가능성은 거의 없다. 유라시아 대륙에 달려 있는 이 작은 나라가 구사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무기는 부드러운 힘이다. 세계인들의 마음을 훔치기 위해서는 매력적인 국가가 돼야 한다. 매력적인 국가야말로 성공적인 외교정책의 가장 확실한 자양분이다. 그래서 공공외교가 시대의 화두가 된다.

김동률 < 서강대 MOT대학원 교수·매체경영학 yule21@sogang.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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