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재정위기 국가의 굴레

입력 2013-04-11 17:55   수정 2013-04-11 21:40

김현석 산업부 기자 realist@hankyung.com


이탈리아 경제의 중심지인 밀라노에서 볼로냐로 이어지는 8차선 외곽순환도로 ‘탄잔지알레’. 지난 7일(현지시간) 식사 약속 때문에 시 외곽 카루가테 인터체인지(IC)로 나갔더니 차량들이 원형교차로에 엉켜 있었다. 이케아, 까르푸 등 대규모 쇼핑타운을 끼고 있는 곳이어서 교통량이 많다.

탄잔지알레를 드나들려면 대부분 원형교차로를 거쳐야 한다. 현지 가이드는 “재정 적자로 예산이 줄자 정부가 2~3년 전부터 교차로 신호등을 없애고 대신 원형교차로로 바꾸고 있다”며 “예산을 아끼려고 교통량이 적은 곳에 맞는 시스템을 억지로 도입하다 보니, 차가 막히고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탈리아 곳곳에선 재정 적자의 그늘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밀라노의 대표적 관광지인 두오모(대성당)에서는 보수공사가 계속되고 있는데, 보수하는 곳을 가린 가림막에 아일랜드 술(베일리스) 광고가 붙어 있었다. 숭례문 보수 현장에 외국 술 광고를 붙여 놓은 셈이다. 로마 콜로세움도 벽돌이 떨어지는 등 붕괴 조짐이 있지만, 예산 부족으로 2년째 보수가 지연되고 있다는 뉴스 보도도 접했다.

재정 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119%에 달하는 이탈리아는 2008년 이후 유럽 위기의 중심지가 됐다. 무상 의료 등 예산을 방만하게 쓴 데다 피아트 등 주력 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며 세입이 줄어든 게 원인이다.

2004년부터 적자를 내온 피아트는 지난해 10월 나폴리 인근 공장 가동을 멈췄다. 판매 부진 탓이다. 5500여명의 노동자가 200일 가까이 휴직 중이다. 280년된 주방용품회사 리카르도지노리는 최근 화의절차에 들어갔다. 모터사이클업체 두가티는 작년 4월 독일 아우디에 인수되는 등 기업 매물도 쏟아진다. 현지 기업정보업체 서브드그룹에 따르면 2012년 폐업한 기업이 4만5000여개로 전년보다 16% 증가했다. 불황도 불황이지만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최근 보고서에서 지적했듯 △무거운 세금부담 △비효율적 행정·규제로 인한 나쁜 사업 환경 △사회 기반시설 부족 등이 주요 원인이다.

돈을 버는 기업이 줄면 일자리도 감소하고, 국가 재정도 망가지게 된다. 경제활성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이뤄져야 나라가 제대로 굴러가고 복지도 가능하다는 걸 이탈리아에서 봤다.

김현석 산업부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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