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고용 늘리자면서 기업을 옥죄어서야

입력 2013-04-11 17:55   수정 2013-04-11 21:41

일자리 만들어내는 주체는 기업…성장 통한 자본축적이 전제조건
경제민주화에 짓눌려서는 곤란

김영용 <전남대 교수·경제학 yykim@chonnam.ac.kr>



졸업생들의 취업난으로 대학이 진통을 겪고 있다. 많은 대학이 입학에서 취업까지 학생들을 돌보며 취업률 높이기에 총력전을 벌이고, 학생들은 이른바 ‘스펙’ 쌓기에 여념이 없지만 취업률은 좀처럼 높아지지 않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경제 전체의 고용량이 늘어나지 않는 마당에 대학 간, 학생 간 취업 경쟁은 이미 있는 일자리를 서로 차지하려는 제로섬 게임이기 때문이다.

취업률 저조에 대해 대학 진학률이 너무 높다거나, 대학 교육은 부실한 반면에 학생들의 눈높이가 자신들의 수준에 걸맞지 않게 높아서 그렇다는 등 다양한 이유가 제시되고 있다. 모두 일리 있는 얘기지만 경제 전체의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기 때문이라는 진단보다는 설득력이 크게 떨어진다.

고용이 늘어나려면 원론적으로 두 가지 사항이 병행돼야 한다. 우선 노동 공급량이 수요량보다 많을 때는 임금이 내려가야 노동 수요곡선을 따라 고용이 늘어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노동조합이나 최저 임금법 등의 제도적 요인에 의해 임금이 내려가지 않는다. 일자리를 찾는 다수의 뜻이 이런 제약에 의해 실현되지 못하니 고용이 늘어날 수 없다. 따라서 임금이 상·하방으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노동시장을 자유화하는 것이 피할 수 없는 1차적 과제다.

다음으로 노동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야 고용이 늘어날 수 있다. 즉 노동에 대한 수요곡선이 지속적으로 우측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래야 노동공급 증가에 따른 임금 하락이 완화됨은 물론 도리어 상승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는 경제가 성장해야 가능한 일이다. 성장이 최선의 복지라는 것은 바로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 두 가지 방법 외에는 다른 길이 없다.

그렇다면 노동에 대한 수요를 늘리는 주체는 누구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활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기업이다. 기업을 북돋우고 이를 주도하는 기업가들의 왕성한 활동을 격려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된다. 그런데 요즈음 한국의 기업 환경은 이른바 경제민주화의 구호에 짓눌려 있는 형국이다. 사실 경제민주화가 가장 잘 이뤄지는 경제체제는 시장경제다. 자유시장에서 소비자들은 매일매일 기업들이 만든 상품에 대한 구매 행위를 통해 투표한다. 이런 투표 행위는 기업들로 하여금 소비자들의 가장 시급한 요구를 충족시키도록 유도하며, 어느 누가 표를 던졌든 죽은 표가 되지 않는다.

반면에 정치 세계에서는 일반적으로 과반수의 의사가 반영될 뿐이다. 경제민주화가 정치적 과반수를 획득한 정당이나 정권 담당자들의 자의적 경제 운용 방향을 의미하거나, 대기업집단의 출자구조와 지배구조, 그리고 특정한 사업방식을 문제 삼아 고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이는 경제시장에서 이뤄지는 소비자들의 민주적 투표 결과를 무시하는 것이다. 당연히 소비자 복지 감소라는 결과로 이어진다. 왜곡된 경제민주화를 경계하는 이유다.

한편 근래의 경제 성장 현상을 ‘고용 없는 성장’이라고 하지만 이는 타당하지 않다. 기계와 같은 자본재를 사용하는 것은 노동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지 노동을 절약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자본재가 많이 투입되면 이전보다 더 많은 양의 상품(X재)이 생산돼 그 가치가 낮아지므로 X재의 생산에 고용됐던 노동의 일부가 다른 곳으로 빠져 나가는 2차 현상이 발생한다. 즉 이전에는 소비자들의 시급한 요구에 따라 X재 생산에 잡혀 있던 노동이 이제 해방돼 새로운 사업 부문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자본 축적과 함께 가용해진 노동으로 새롭게 열린 사업 분야에서 휴대폰과 같이 예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물건들이 만들어져 소비자들의 손에 들어오게 된다. 물론 노동시장이 유연하다는 전제 하에서 그렇다.

노동시장을 비롯해 모든 시장이 자유롭게 움직이는 자유시장 경제체제에서 경제는 자본 축적과 함께 성장하고 성장과 함께 고용도 늘어난다. 아무리 선진 기술을 받아들여도 자본 축적 없이는 경제가 성장하지 못한다. 먹고 살기 바쁜 후진국에서 경제성장이 되지 않거나 더딘 이유도 자본 축적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자본 축적을 주도하고 소비자 요구를 좇는 데 분주한 기업가와 기업을 옥죈다면 고용은 늘어나지 않는다.

김영용 <전남대 교수·경제학 yykim@chonna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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