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해커그룹 '어나니머스' 영웅인가 무법자인가

입력 2013-04-12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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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5년 11월5일 가이포크스는 영국 웨스트민스터 궁전을 폭파하려다 실패한다. 왕실은 왕의 무사(無事)에 안도했지만 민중들은 그의 실패를 아쉬워하며 불꽃놀이를 했다. 이른바 가이포크스 데이의 연원이다. 이후 그의 얼굴을 비현실적으로 표현한 가면이 등장했고 가이포크스의 가면은 저항의 아이콘이 됐다. 지난 4일 국제해커그룹인 어나니머스(Anonymous)가 북한의 대남 선전용 웹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를 해킹해 회원 9001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대외적으로 어나니머스의 실체가 알려지지 않았지만 가이포크스 가면은 그들을 상징하는 대표 이미지이다.

#北사이트 회원 명단공개 파문

어나니머스의 한국 해커들은 4월4일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의 ‘우리민족끼리’ 사이트를 해킹해 가입자의 정보를 빼내고 신상정보까지 공개했다. 그들은 “북한 정부가 핵무기 개발을 포기할 것” “김정은 사퇴” “북한을 직접 민주주의체제로 바꿀 것” “모든 시민에게 검열 없는 인터넷 접속 제공할 것” 등의 요구사항을 들어주지 않으면 추가 해킹도 불사하겠다고 했다. 오는 6월25일 북한 내부 인터넷망을 해킹해 북한 핵시설 전산망을 공격할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과거 이란 핵시설이 미국의 컴퓨터 악성코드 공격을 받아 손상된 것과 비슷한 유형의 피해를 북한 핵시설에 가하겠다는 것이다.

어나니머스는 전 세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국제 해커들의 모임이다. ‘우리가 군단이다’란 슬로건을 내걸고 2000년 후반부터 공개활동을 시작했고 정의와 표현의 자유, 인터넷 검열 반대 등을 주장한다. 이 단체는 핵심인물이 따로 있지 않고 누군가 공격계획을 제안하면 그 취지에 찬성하는 전 세계의 개인 해커들이 동참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이들은 조직의 실체가 불분명하고 누구나 어나니머스 회원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 어나니머스 해킹의 희생양이 된 국가나 정부기관은 한 둘이 아니다. 이스라엘과 이란 정부 사이트는 물론 미국 CIA·FBI·정부사이트까지 해킹당했다. 이번엔 북한 ‘우리민족끼리’ 사이트 회원들의 상세한 신원정보까지 무단으로 공개했다.

#닮은꼴 사이트 위키리크스
어나니머스의 한국 해커들은 4월4일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의 ‘우리민족끼리’ 사이트를 해킹해 가입자의 정보를 빼내고 신상정보까지 공개했다. 그들은 “북한 정부가 핵무기 개발을 포기할 것” “김정은 사퇴” “북한을 직접 민주주의체제로 바꿀 것” “모든 시민에게 검열 없는 인터넷 접속 제공할 것” 등의 요구사항을 들어주지 않으면 추가 해킹도 불사하겠다고 했다. 오는 6월25일 북한 내부 인터넷망을 해킹해 북한 핵시설 전산망을 공격할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과거 이란 핵시설이 미국의 컴퓨터 악성코드 공격을 받아 손상된 것과 비슷한 유형의 피해를 북한 핵시설에 가하겠다는 것이다.

어나니머스는 공개적으로 폭로 전문 사이트인 위키리크스(wikiLeaks)를 지지한다. 실제로 위키리크스에 대한 자금 결제를 차단한 마스터카드 웹사이트의 디도스(DDoS: 여러 공격자를 분산 배치해 동시에 서비스 제공을 할 수 없게 하는 해킹 방식) 공격을 어나니머스가 주도하며 확실한 우호군을 자처한다. 위키리크스는 2006년 12월 등장했고 정치·외교 분야의 공문서뿐만 아니라 기업들의 비밀문서까지 빼내 폭로한다. 창업자인 줄리언 어산지가 “미국의 대형 은행 관련 문건을 폭로하겠다”고 하자 ‘그 은행’으로 소문난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주가가 단숨에 7%나 폭락할 만큼 그들의 힘은 막강하다. 2011년 9월2일 위키리크스는 미국 외교문서 25만1287건을 공개하기까지 했다. 이 문서에는 각국의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혀있고 극히 개인적인 사생활 정보까지 담겨있음에도 위키리크스는 전혀 개의치 않고 문서 전체를 공개했다.

위키리크스의 끊임없는 기업·정부의 정보 폭로에 그들을 마치 ‘의적(義賊)’처럼 보는가 하면 글로벌 정보 민주화를 실현했다는 우호적인 시각도 있다. 하지만 그들의 이러한 행동은 정보의 투명성이라는 절대적인 원칙을 위한 것으로 포장한 채 세상의 관심을 끌고 또 다른 악의를 숨긴 행동일 수도 있다. 위키리크스의 무분별한 정보 공개는 그들이 비판하는 정보를 쥐고 있는 권력만큼이나 무책임하다.

#폭로 vs 정보보호

30년 전 미국의 베트남전쟁 비리를 담은 기밀문서 ‘펜타콘 보고서’의 유출 사건이 있었다. 펜타곤 보고서 책임자였던 대니얼 엘스버그는 보고서 내용을 세상에 알리고자 보고서 7000쪽을 복사해 뉴욕타임스에 넘겼다. 어나니머스나 위키리크스가 해킹으로 정보를 빼내는 것과 비교하면 정보 폭로의 기술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알 수 있다.

해킹기술이 발달하면서 해킹과 정보 폭로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잦아지고 있다. 위키리크스와 어나니머스 같은 해커 단체·사이트들은 정보의 민주화가 이뤄지고 거대 기관과 개인 간의 정보 비대칭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정보 폭로는 사실관계를 떠나 사람들로 하여금 지레짐작으로 서로를 의심하게 하고 소모적인 사회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 더구나 인터넷을 통한 폭로는 부당하게 피해보는 사람이 많고 그 피해를 복구할 수 없어 심각성이 더 하다.

숨을 곳이 없는 투명한 사회에서 사람들의 행동은 달라진다. 국가에 의한 정보 독점이나 거짓 정보로부터 국민은 자유롭고 국민의 알권리가 우선돼야 함도 물론이다. 하지만 야구 경기의 포수와 투수 사이의 의사소통 수단인 손 동작 의미가 상대팀과 경기에 참여하지도 않은 모든 이에게 폭로될 필요가 있을까. 경우에 따라서는 모르는 게 약일 수도 있다.

손정희 한국경제신문 연구원 jhs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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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킹 당한 '우리민족끼리'는 북한의 對南 선전용 사이트

북한의 대남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북한의 조국평화통일위원회의(조평통) 인터넷 선동매체이다. 이 사이트는 조평통의 성명과 담화 내용 등을 게시하고 북한 신문인 ‘로동신문’ 등의 기사도 게재한다. 2010년 8월부터는 트위터와 유트브 계정까지 운영하며 영어와 중국어로까지 발간하는 기사도 사이트에 올려놓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일 해커그룹인 어나니머스에 의해 우리민족끼리 사이트가 해킹당했다.

이 사이트의 회원 가입자 9001명의 정보가 공개되면서 우리 사회에 파장이 일고 있다. 가입한 회원의 자세한 신원정보가 공개되었고 9001개 이메일 계정 중 국내 이메일 계정이 2000여개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메일(hanmail.net) 1446개 △ 네이버(naver.com) 221개 △ 다음(daum.net) 68개 등이다. 삼성과 LG 등 일부 국내 대기업 직원들이 쓰는 이메일 계정과 언론사 이메일 주소도 31개로 나타났다. 그러나 국내 회원으로 지목된 이들 중 업무나 연구 목적 또는 단순 호기심으로 가입한 이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우리민족끼리 가입자로 지목된 노동계의 한 관계자는 “10여년 전 일이라 가입한 사실조차 기억나지 않는데 이런 일이 생기니 어처구니가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른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일부에선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다른 측에선 국내 이메일 계정으로 가입한 사람들에 대한 마녀사냥식 신상털이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반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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