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만이라더니…중견·중소기업 1350곳, 7월 '증여세 폭탄'

입력 2013-04-17 17:17   수정 2013-04-18 04:14

일감 몰아주기 제재 경제계 강타 (3·끝) 실상은 전혀 다른 일감 몰아주기 과세

소규모 계열사 둔 中企 많아…"대상 빙산의 일각"
당사자조차 과세 몰라 '가산세 폭탄' 까지 우려




대기업에 자동차 부품을 납품하는 S사 강모 회장은 고민이 많아졌다. 오는 7월 말 신고 납부해야 하는 증여세 액수가 만만치 않을 것이란 최고재무책임자(CFO)의 보고를 받았기 때문이다. 강 회장이 증여세를 내야 하는 이유는 자녀들에게 재산을 물려줘서가 아니다. 2011년 말 상속·증여세법(상증법)에 일감 몰아주기 과세 규정이 신설됐기 때문이다.

특정 기업이 대주주 본인이나 친인척이 3% 이상 지분을 갖고 있는 계열사와 거래하는 비중이 30% 이상이면 ‘증여’한 것으로 간주해 세금을 매기는 규정이다. 이 규정은 대기업, 중소·중견기업 가리지 않고 적용된다. 강 회장도 자신이 대주주인 S사에 부품 소재 등을 납품하는 계열사 지분을 갖고 있어 과세 대상이 된 것이다.

○과도한 규제에 중소기업도 걱정

정치권과 정부는 그동안 “일감 몰아주기 관련 규제는 대기업을 겨냥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2011년 여야 합의로 통과시킨 상증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대기업 오너 일가가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줘 부당하게 이득을 챙긴다고 보고 증여세를 물리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법이 대기업, 중소기업을 가리지 않고 적용된다는 것은 나중에 알려졌다. 강 회장은 “일감을 몰아준 게 아니라 소재·부품 공급회사를 계열사로 만든 것뿐인데 증여했다고 세금을 때리는 게 말이 되느냐”며 “대기업 때린다고 만든 법에 중소·중견기업까지 피해를 보게 생겼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회계법인 삼정KPMG가 3만여개의 외부감사 대상 법인(자산 100억원 이상)을 잠정 분석한 결과 1350개의 중소·중견기업 대주주와 친인척이 상속·증여세 과세 대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삼정KPMG 관계자는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이 대기업 대주주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은 실상과는 전혀 다른 얘기”라고 지적했다. 재계는 자산 100억원 미만 기업으로 범위를 넓히면 과세 대상자는 몇 배로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경북 포항에 있는 수산물가공업체 Y사가 이런 사례다. 자산 규모가 54억원 정도인 Y사는 꽁치·고등어 통조림을 만들어 모회사인 S사에 공급한다. 2011년 기준 109억원의 매출 대부분은 S사와의 거래에서 발생했다. Y사 대주주 P씨는 S사 최대주주의 자녀다. 상증법이 개정되기 전 P씨는 증여세를 내지 않아도 됐지만 올해는 230여만원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Y사와 같은 사례가 많을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이 부품·소재를 납품하거나 원재료를 공급하는 계열사를 두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법 내용 모르는 중소기업 가산세 부담도

문제는 또 있다. 중소·중견기업 상당수가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입법 초기부터 대기업을 겨냥한 과세라고 홍보해왔기 때문에 자신이 세금을 내야 하는지도 모르는 중소기업인이 상당수”라고 전했다. 증여세는 과세 당사자가 신고 납부해야 하는 세금이다. 국세청이 과세액을 통보해주지 않는다. 잘 모르고 제때 세금을 안 내면 상당한 가산세도 내야 한다.

7월 말까지 신고 납부하지 않으면 세액의 20~40%를, 세금을 줄여 신고하면 세액의 10~20%를 가산세로 내야 한다. 또 세금을 낼 때까지 하루에 산출된 세액의 1만분의 3에 해당하는 불성실납부가산세까지 물어야 한다. 세법을 잘 몰라서 1억원의 증여세를 안 낸 중소기업 대주주가 1년이 지나 뒤늦게 납부하면 원래 납부해야 할 1억원에다 최대 4000만원의 가산세, 1095만원의 불성실납부가산세까지 내야 한다. 7월 산업계에 증여세 대란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조만간 정부와 국회에 상증법 개정을 요구하기로 했다. 조유현 중기중앙회 정책개발본부장은 “2011년 법 개정 당시에도 중소·중견기업이 더 큰 피해를 본다고 항변했지만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정부와 국회에 상증법 개정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태명/박수진 기자 chihi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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