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지각하는 사람들

입력 2013-04-18 17:28   수정 2013-04-19 03:46

똑같은 시간에 출근해 똑같이 퇴근? 지금 시대에 창조적이지 못한 생각

이현종 <HS애드 대표크리에이티브디렉터 jjongcd@hsad.co.kr>



회사 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대개 느끼는 것이지만, 아침 시간 5분을 당기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그리고 꼭 지각하는 사람이 지각하는 것은 무슨 법칙 같기도 하다. 사원 시절을 생각하면 내가 그런 사람이었다. 사람 좋은 팀장은 참다 참다 본인이 지을 수 있는 가장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야단쳤지만 -나에겐 울먹이는 것처럼 들렸는데- 지각을 밥 먹듯이 하는 내 버릇은 잘 고쳐지지 않았다.

어느 날 팀장은 작전을 바꿔 일찍 오는 날엔 도서상품권을 주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두어 번 상품권을 받는 재미로 일찍 나온 나는 칭찬을 받았고, 팀장은 본인의 리더십에 흡족해하며 그렇지 않아도 큰 입이 인자한 미소로 더 커지게 되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내 병은 재발했고 팀장의 번민은 거듭됐다. 생각하면 정말 요순 임금이요, 부처님 반 토막 같은 사람이었다. 그걸 그렇게 내버려두다니, 잘라버리든지 다리몽둥이를 분질러놓든지 해야지. 그렇지만 사실 나에게도 할 말은 있었다. 그 당시 난 시간개념 없이 일을 했기 때문이었다. 아이디어에 빠져 있다 보면 새벽이고 밤이고 없었다. 일이 재미있어서 하다 보니 허구한 날 새벽 한두 시가 보통이었다. 물론 밤에 일하는 것이 편한 탓도 있었다.

미친 놈이었지만 나름대로 성과도 있었으니 팀장으로선 기특한 면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내 직업이 요즘말로 창의력을 요하는 분야라, ‘나인 투 파이브’가 대쪽같이 지켜지는 것이 이상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회사는 회사라는 것이 통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 출근하고 언제 퇴근하느냐는 나의 관심 밖이었다. 거짓말 같지만 월급이 얼마인지도 몰랐다. 일, 잠, 술이 전부였다. 출근 시간을 따져 묻는 건 열정을 식게 만드는 묘약이었다.

그러다 회사를 운영하며 나보다 더한 강적을 만났다. 아예 오후 출근이다. 물론 퇴근은 보통 새벽 서너 시다. 도저히 바꿀 수가 없다고 한다. 무슨 자기가 송창식도 아니고. 한번은 프랑스에 촬영을 갔는데 그곳에서 마침내 정상인의 생활을 경험했다고 한다. 아~ 나의 업보로다. 오랜 세월 농사가 주업이었던 나라에서 디오니소스형 인간들은 비판의 대상이 돼 왔다. 따지고 보면 그들에게 다소나마 온정의 눈길을 보내기 시작한 건 얼마 되지 않았던 것 같다. 사견이지만 국민 모두가 똑같은 시간에 출근하고 똑같은 시간에 퇴근하는 것은 창조적이지도 않을 뿐더러 생산적이지도 않은 것 같다.

이현종 <HS애드 대표크리에이티브디렉터 jjongcd@hs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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