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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칼럼] 외로운 늑대

입력 2013-04-19 18:00   수정 2013-04-20 00:17

1995년 7월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에 장문의 논문이 게재됐다. ‘산업사회와 그 미래’라는 비장한 제목의 장장 8페이지에 걸쳐 3만5000단어로 정리된 유려한 현대문명 비판문이었다. 글쓴이는 16세에 하버드대에 입학해 3년 만에 졸업한 천재 수학자 테오도르 존 카진스키. 미국을 떠들썩하게 한 것은 이 사람이 1978년부터 17년간이나 우편물 폭탄으로 무차별 테러를 가해 수십명을 살상한 얼굴 없는 테러범이었기 때문이었다. “더이상 테러를 않을 테니 내 글을 실어달라”는 요구를 받은 신문사는 미국 정부와 협의해 이 요구를 수용했다.

‘유나바머(unabomber)!’ 대학(university)과 항공사(airlines)에 폭탄(bomb)을 보냈다 해서 FBI는 그 테러범을 그렇게 불렀다. 그는 26세에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에서 종신 교수가 됐으나 반전(反戰)운동 등의 정치사회적 혼돈 속에 1년 만에 교수직을 던졌다. 이후 몬태나 숲속의 작은 오두막에서 은둔형 외톨이, 즉 외로운 늑대로 지내면서 현대문명을 비판하는 극단적 행동으로 테러를 자행했다. 결국 신문에 게재된 선언문을 본 친동생의 신고로 경찰에 체포됐고.

은둔형 외톨이나 폐쇄적 반항아들은 많은 경우 자신만의 근거지로 도피한다. 그러나 본인의 의지를 사회에 직접 전달하겠다고 나서면 곧바로 끔찍한 사고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그들의 메시지는 극단적이어서 대개는 문명 부정적이거나 종말론적이다. 요구는 비타협적이고 교조적이다. 카진스키가 전자라면 1996년 벽두 대규모 인질극으로 시작해 러시아와 시가전을 벌인 자칭 외로운 늑대, 체첸 반군은 후자 쪽이다. 어느 쪽이든 사회적 부적응이나 도덕적 분노가 깔려 있다.

이렇게 ‘외로운 늑대’라는 단어가 나왔다. 이 말은 현대사회의 병리까지 포함하는 학문적 개념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극우 인종주의자들의 자생적 테러리스트를 지칭했던 이 말은 잠잠해질 만하면 다시 나타나곤 한다. 미국 언론들은 이번 보스턴 마라톤 테러의 주범도 외로운 늑대 유형의 인물로 추정하고 있다.

늑대는 일부일처제로 가족을 이루고, 가족을 바탕으로 사회생활을 하는 동물이다. 늑대가 자연 생태계에서 최상위 포식자로 자리잡은 것도 바로 철저한 위계 속에 집단생활을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늑대 가운데는 스스로 집단을 이탈하거나 무리에서 쫓겨난 외로운 늑대들이 늘 있다는 점이 독특하다. 늑대의 무리생활과 인간들의 사회생활도 흥미로운 비교거리다. 늑대나 사람이나 고독한 이단아들은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자기만의 궁극적 해법을 추구하는 것일까. 외로운 늑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회안전망을 더 촘촘히 짜는 것이 좋겠다.

허원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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