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국제 금값 폭락 사태와 '인디애나 존스 위기설'

입력 2013-04-21 17:57   수정 2013-04-21 23:57

금값 폭락…금융위기 서막
어느 때보다 위험관리 신경쓸 때



간단한 퀴즈부터 풀어보자. 1987년 세계 주식시장 폭락, 1997년 아시아 통화가치 폭락, 2007년 미국 주택가격 폭락 사태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답은 ‘사태 직후 모두 금융위기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최근 국제 금값 폭락 사태가 차기 ‘금융위기 전주곡’이 아닌가 하는 시각이 급부상하고 있다.

6년 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 사태 직후 금융시장 구성원과 금융상품, 금융감독 등에서 발생하게 될 변화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JP모건 보고서’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기 때문에 탐욕과 공포의 줄다리기 속에서 탐욕이 승리할 때 거품이 형성되고, 공포가 탐욕을 누를 때 시장은 위기를 맞는다는 것이 이 보고서의 핵심이다.

하이먼-민스키 모델에서도 인간의 욕망이 도를 넘어 탐욕 수준으로 변질하면 투자자들의 심리가 급변하면서 ‘돈을 잃을 수 있다’는 심리가 확산돼 결국은 거품이 붕괴되고, 그 과정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대표적으로 금융위기가 3년 또는 10년마다 반복된다는 ‘3년 주기설’과 ‘10년 주기설’을 들 수 있다.

JP모건은 지금까지 금융위기의 시장별 발생 패턴을 종합해볼 때 다음 금융위기는 신흥국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신흥국에서 발생한 마지막 위기는 1990년대 후반에 발생했던 러시아 모라토리엄(국가채무 불이행) 사태로, 10년이 넘으면서 신흥국은 공포의 기억이 잊혀져가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연일 강세 국면을 펼쳐 왔던 금을 비롯한 각종 신흥국 상품시장이 주목을 받아온 것은 이 때문이다. 정도 차가 있긴 하지만 상품시장은 섹터별로 가격 상승이 빠른 ‘슈퍼 스파이크’, 가격 상승 국면이 오래 지속되는 ‘슈퍼 사이클’, 모든 상품값이 오르는 ‘퍼펙트 스톰’이 발생했다. 거품 형성기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모습이다.

특히 금값 상승세는 무서울 정도였다. 2010년에 나돌았던 ‘인디애나 존스 위기설’이 월가에서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국내에서도 인기를 끌었던 인디애나 존스는 부자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고난을 극복하고 금을 발견한다. 하지만 그 순간부터 마음이 돌변해 혼자 독차지할 탐욕을 꿈꾸다 보면 정작 부자가 되지 못하고 악의 구렁텅이에 빠진다는 것이 이 영화의 골자다.

여러 변수가 있지만 미국 달러 가치 향방이 차기 금융위기 발생 여부에 결정적인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요즘처럼 달러 가치가 지속적으로 회복될 경우 그 자체가 금값을 하락시키는 요인일 뿐만 아니라, 미국 등 선진국의 양적완화 정책으로 금을 비롯한 상품시장에 유입됐던 자금이 급속히 빠져나올 경우 커다란 혼란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신흥국에서 위기가 찾아올 가능성을 모리스 골드스타인의 위기판단지표로 알아보면 한국을 제외하고는 높게 나온다. 이 지표는 단기 통화방어능력, 중·장기 위기방어능력에 해당하는 해외자금 조달과 국내저축능력, 자본유출 가능성 등으로 특정국의 위기발생 가능성을 판단한다. 주가수익비율(PER) 등 증시 거품 여부를 판단하는 지표도 신흥국의 주가는 적정 수준을 밑돌고 있다.

이 같은 결과는 양적완화 종료, 증거금 상향 조정 등으로 자금 부족 현상이 발생할 경우 주로 상품시장에 투자한 기존 자산을 회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리먼브러더스 사태처럼 ‘마진 콜(margin call·증거금 부족 현상)’이 발생하더라도 디레버리지(deleverage·자산 회수) 과정에서 증시로 전염돼 ‘나비 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적다.

이 때문에 신흥국 증시는 당장 붕괴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 일부 우려대로 상품가격 폭락이 증시로 전염돼 위기가 되는 가능성은 낮다는 의미다. 아직까지 신흥국 주가 거품이 극에 달한 상황이 아니고, 리먼 사태처럼 주가 폭락 직전에 극에 달하는 시장 모멘텀과 레버리지(차입비율)는 관찰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금을 비롯한 귀금속 값 폭락 사태 이전까지 상품시장의 강세 행진이 신흥국 시장과 연결돼 있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신흥국 상품시장에 유입되는 자금의 대부분이 매수에 치중(long-only)하는 자금 또는 국내 예금이라는 점은 이 시장의 과열 양상을 보여주는 확실한 증표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이 부존자원 싹쓸이에 나서면서 금융위기 이후 위협을 느낀 다른 국가들이 자원 확보 전쟁에 뛰어들어 다음번 위기는 ‘상품 위기’로 귀결되고, 위기 발생 시기도 10년 주기론보다 앞당겨질 수 있다는 경고를 최근 금값 폭락 사태가 입증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투자자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이런 점에서 일부 시중은행이 금값 폭락 이후 가격 반등을 겨냥해 마치 ‘스위트 스폿(sweet spot)’으로 금 투자를 권유하는 것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재테크 관점에서 ‘스위트 스폿’이란 최고의 수익이 기대되는 투자처를 의미한다.

금 가격은 시장 자체 요인보다 달러 가치, 사장 참여자 심리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결정돼 예측하기 어렵다. 금 투자할 때에는 위험관리에 특별히 신경써야 한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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