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블랙아웃, 남의 일 아니다

입력 2013-04-22 17:30   수정 2013-04-22 22:15

적정수준 못미치는 전력 예비율
수요관리·절전정책으론 부족…안정성 확보 위한 인프라 늘려야

문영현 <대한전기학회장, 연세대 교수·전력공학 moon@yonsei.ac.kr>



최근 우리는 유례없는 전력난을 겪고 있다. 여름과 겨울, 1년에 두 차례씩 전력부족으로 가슴을 졸이는 형편이다. 전력관련 수치(표)를 보면 깜짝 놀랄 지경이다. 적정 수준에 턱없이 못 미쳐 정상적인 운영이 불가능할 정도이기 때문이다. 언제 이렇게 가슴 졸이는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가늠할 수조차 없다.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인 것이다.

우리는 지금 대정전(大停電)으로부터 안전한가. 많은 사람이 궁금해 하는 질문이다. 그 답은 매우 부정적이다. 여름, 겨울철의 최고 부하시에는 발전소나 송전선에 사고가 발생하면 대정전을 유발할 수 있는 상황이다. ‘지난 겨울을 잘 넘기지 않았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사실 위험성이 매우 컸지만 ‘강요된 절전’(사실상 제한송전)으로 위기를 넘긴 것이다. 위기를 잘 넘긴 것은 찬사를 보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이런 식의 계통운용은 정상적인 것이 아니며 적절한 대책을 세울 기회마저 잃게 만든다.

전력부족이 이토록 심각한데 일각에서는 몇 년 후면 전력이 남는다는 말이 돌고 있다. 이는 전력부족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견강부회가 아닐는지. 수급계획상 설비예비율이 20%를 웃돌아 일시적으로 공급에 다소 여유가 생기는 기간이 있다. 이 충분치 못한 일시적 여유전력을 두고 ‘남는다’고 말하는 것이다. 비용절감만 추구하는 안전불감증이 아니겠는가. 민간발전사업자들은 전력공급에 여유가 생기면 수익이 급격히 떨어진다. 그들을 대변하는 엄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남는 전력은 결코 없다.

전력이 부족하다고 해서 대정전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전력에 여유가 있는 북미, 유럽에서 대정전이 발생한다. 왜 그럴까. 대정전 발생을 인위적으로 막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은 지난 겨울을 잘 넘겼다고 자신감에 차 있는 느낌이다. 수요조절만 잘 한다면 앞으로도 별 걱정 없다는 식이다. 그러나 과도한 수요조절은 극약처방이다. 원칙이 무너지면 전력수급기반은 끝없이 잠식되고 만다. 지난 몇 년간 한국전력의 적자경영으로 전력시설의 유지보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곳곳에 사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까닭이다. 전력시설에 피로가 쌓이고 있는 것이다. 일단 전력기반이 무너지면, 조그마한 사고도 파급사고를 일으켜 대정전을 유발할 수 있다. 진실로 우려하는 바는 이런 사태에 이르는 것이다. 산업인프라는 한번 무너지면 다시 일으켜 세우기가 매우 어렵다.

물론 수요관리나 절전정책을 적극 수용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근본대책이 확고히 다져진 후에 보완하는 형식이 돼야 한다. 달리 쉬운 길을 택한다면, 나중에 더 큰 참화를 불러 올 것이다.

2년 전 ‘9·15 정전사태’를 겪었음에도 그간의 정부 대응은 안이하기 짝이 없었다. 서둘러 발전소를 지어도 늦은 감이 있는데, 주무부 장관은 ‘플러그 뽑기’ 절전 캠페인을 벌이고 있었다. 이유는 적자경영으로 한전이나 정부가 재원조달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정전대책을 발전소 건설이 아닌, 수요관리와 절전이라는 쉬운 길에서 찾은 것이다. 그 연장선상에 있는 제6차 전력수급계획은 결코 여유있는 계획이 아니다. 낮은 성장률, 예비율도 문제지만, 검증되지 않은 부하관리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이 모두가 전력수급 안정을 저해하는 요소다. 이제라도 제대로 된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전력수급기반이 어디까지 잠식될지 모른다.

전력산업은 모든 산업의 기초인프라다. 대정전은 국가 재난차원에서 대책을 세워놓아야 한다. 전력수급정책은 안정성 확보가 최우선이다. 정치논리나 경제논리로부터 안정성을 지켜낼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전력수급을 전적으로 책임지고 지휘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가 반드시 필요하다. 올 여름도 전력상황은 살얼음판을 걷게 될 것이다.

문영현 <대한전기학회장, 연세대 교수·전력공학 moon@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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