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먼·리드베터 못지않은 '토종 코치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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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4-30 16:53   수정 2013-04-30 23:42

박인비·전미정, KPGA 프로 약혼자·형부가 스승
"명성보단 맞춤레슨"…유소연·이동환도 한국 코치



세계에서 가장 골프를 잘치는 타이거 우즈와 세계랭킹 2위 로리 매킬로이에게도 스윙을 봐주는 코치가 있다. 유명 선수를 가르치는 코치들에게는 세계 각지에서 레슨을 받고 싶어하는 선수들이 줄을 선다. 우즈를 가르쳤던 부치 하먼, 행크 헤이니, 숀 폴리 등과 데이비드 리드베터 등 ‘명코치’들은 시간당 수천달러에 달하는 고가의 레슨비를 받고 있다. 한때 국내 선수들이 미국에 진출하면서 유명한 외국인 코치를 찾아다니는 것이 유행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여자 프로골프 세계랭킹 1위를 달리고 있는 박인비, 지난해 일본 여자프로골프 상금왕 전미정, 지난해 미국 PGA투어 퀄리파잉스쿨 수석 합격자 이동환, 지난해 미국 LPGA투어 신인상 수상자 유소연 등 내로라하는 톱프로들이 모두 한국인 코치를 두고 있다. 세계적인 명코치들의 손을 거치지 않고 ‘토종 스승’으로도 세계 정상에 설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것.

박인비의 코치이자 약혼자인 남기협 씨(32)는 KPGA 프로다. 박인비는 2001년부터 3년간 리드베터, 2004년부터 2008년까지는 하먼으로부터 스윙을 배웠으나 “지나치게 기계적인 스윙 메커니즘에 얽매여 리듬과 밸런스를 잃어버렸다”고 한다. 이후 2011년 말부터 8개월간 남씨와 스윙 교정 작업을 했다. 박인비는 “릴리스하고 난 뒤 폴로스루를 바꿨다. 오랫동안 골프를 쳤지만 임팩트 직후 클럽이 어떤 길로 빠져나가야 좋은지 몰랐다. 그냥 감에 의존해서 샷을 했는데 오빠가 터득한 노하우를 알려줬다”고 말했다.

남씨는 자신이 선수 생활을 하면서 오랜 시행착오 끝에 폴로스루 이후 클럽이 지나간 ‘스윙의 길’에 따라 볼의 비행(飛行)이 다양해진다는 것을 박인비에게 전수해줬다. 박인비는 “백스윙과 다운스윙 교정으로 볼을 잘 맞히는 것은 금방 익힐 수 있지만 폴로스루에서 자신만의 ‘스윙의 길’을 찾는 것은 쉽지 않았다”며 “오른손이 왼손을 덮는 식의 릴리스를 왼손이 리드하는 릴리스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박인비는 “언뜻 보기에 모양은 비슷하지만 실제는 다르다. 골프 스윙의 원리를 터득했다”고 했다.

일본 여자프로골프의 ‘넘버 원’ 전미정의 코치는 형부인 김종철 KPGA 프로(40)다. 김씨는 전미정이 국내에 있을 때부터 코치를 맡다가 전미정의 언니(전미애)를 알게 돼 결혼에 골인했다. 2008년부터는 아예 일본으로 건너와 전미정의 전담코치가 됐다. 일본 진출 당시 평균 드라이버샷 거리가 235야드 안팎에 머물렀으나 스윙아크 확대와 체중이동 훈련을 통해 거리를 20~30야드 더 늘렸다. 전미정은 “형부가 그동안 봐준 스윙아크에 익숙해지고 안정되면서 멘탈도 강해져 좋은 성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미국 PGA투어 퀄리파잉스쿨을 수석으로 합격한 이동환(CJ오쇼핑)은 무명의 아마추어 스승 송삼섭 씨(54)로부터 골프를 배웠다. 송씨는 오른쪽 팔이 없는 장애인이다. 송씨는 이동환이 중학교 1학년이던 시절 만나 자신이 연구해온 ‘이미지 트레이닝’이라는 독특한 교습법으로 지도했다. 1주일에 서너 차례 커피숍에서 만나 3~4시간 동안 눈을 감은 채 오로지 생각만으로 실전 같은 라운드를 했다.

이동환은 군복무 시절에도 이미지 트레이닝으로 국내와 일본의 투어를 소화했다. 미국 PGA투어에서도 이 방법으로 끊임없이 훈련을 하면서 투어에 적응해나가고 있다. 코스들이 낯설어 아직 제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으나 지난주 취리히클래식에서 첫 ‘톱10’에 진입했다. 송씨는 현재 김해에서 주니어 선수들을 가르치면서 ‘이미지 트레이닝’ 훈련법을 체계화하고 있다.

이들 외에 유소연은 어린 시절부터 조수현 코치(현 세종대 평생교육원 교수)로부터 골프를 배웠고 지금도 지도를 받고 있다. 김효주(롯데)는 국가대표 코치를 지낸 한연희 씨에게서 골프 스윙의 모든 것을 사사했다. 이인우 KPGA 프로는 “똑같은 스승에게 배워도 스윙 스타일에 따라 결과는 전혀 다르게 나타난다”며 “세계적인 명코치도 자신과 맞지 않으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는 것을 자주 봤다”고 지적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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