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억짜리 아파트 맡기면 매달 204만원 받는다

입력 2013-05-01 14:36   수정 2013-05-01 16:33

주택연금, 노후준비 상품으로 인기…가입 서둘러야 유리

부부 모두 60세 넘어야 가입
9억이하 1주택자만 해당
연금 지급액은 해마다 조정

주택담보는 '적격대출'이 유리
금리 은행보다 싼 연 3.74~4.11%




경기 분당에 살고 있는 김선정 씨(62)는 지난해 4월 남편 명의의 아파트로 주택연금에 가입했다. 아파트 시세는 가입 당시 기준 7억9000만원. 아파트를 맡기는 대가로 세 살 많은 남편과 그는 부부가 모두 사망할 때까지 매달 204만원씩 받을 예정이다. 그는 자녀들에게 집 한 채를 물려준 뒤 노후 봉양을 기대하기보다는 이 편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다.

몇 달간 주택연금을 수령하던 김씨는 매달 용돈을 보내드리던 친정어머니를 만나 주택연금에 대해 알려줬다. 이에 김씨의 친정어머니도 9월 1억8000만원짜리 아파트를 담보로 주택연금에 가입해 매달 97만원씩 받으며 살고 있다. 김씨는 “부부가 모두 사망할 때까지 연금이 나온다 하니 큰 질병에만 대비하면 노후 준비를 마치게 되는 셈”이라며 “100세 시대라는 기사가 나올 때마다 불안했는데 주택연금이 있어 걱정을 덜었다”고 말했다.

◆내집 한 채로 노후 대비 ‘인기’

김씨 가족처럼 은퇴했거나 은퇴를 앞두고 있는 이들에게 주택연금이 새로운 노후 대비 방식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 가계자산의 80%는 부동산이 차지하고 있다. 보유 중인 부동산의 대부분은 살고 있는 주택인 경우가 많다. 자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을 제외하고 금융자산만으로 노후에 안정적 소득을 얻기는 쉽지 않다.

주택금융공사가 운영하고 있는 주택연금 제도는 집을 맡기고 집값의 일부를 조금씩 나눠서 연금으로 받는 것이다. 일시금을 한꺼번에 맡긴 뒤 연금 형태로 나눠 받는 즉시연금과 비슷한데, 일시금이 주택이라는 것이 다르다.

주택연금의 원래 이름은 역모기지론이다. 집을 담보로 잡고 대출을 받는 모기지론과 기본적인 개념은 유사하지만 부부 모두 사망할 때까지 집에서 계속 살 수 있고 대출 상환 부담이 없다는 점이 다르다. 주택을 팔아서 현금을 마련해 생활비로 계속 쓰는 경우와 비교하면 주택연금이 훨씬 안정적이다. 30년, 40년 뒤에도 존재할지 장담하기 어려운 민간 금융회사와 달리 정부가 운영하는 주택금융공사가 연금 지급을 보증한다.

주택 가격이 내리더라도 당초 지급을 약속받은 금액이 꼬박꼬박 나오고, 만약 부부가 평균보다 일찍 사망해서 가입시기 산출했던 집값에 비해 연금수급액이 적었다면 차액의 상당 부분을 상속인이 가져갈 수 있다. 반대로 집값이 떨어지거나 부부가 평균보다 오래 살아서 연금수급액이 집값을 초과할 때는 추가 비용 부담 없이 공사가 이를 책임진다. 다른 민간 상품에 비해 연금 수급자에게 유리한 구조다.

주택연금에 가입하려면 조건이 있다. 부부가 모두 60세를 넘어야 하고 시가 9억원 이하의 1주택 소유자여야 한다. 박근혜정부가 주택연금 사전가입제도 도입을 준비하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50세부터 연금에 가입할 수 있지만, 집값의 일부를 대출금 상환에 쓸 수 있도록 먼저 현금으로 지급하는 것이 골자고 연금 지급 시기는 종전처럼 60세부터다. 만약 60세에 시가 3억원 주택으로 연금에 가입하면 매월 69만원 정도를 받을 수 있다. 연금지급액은 해마다 조정되는데, 최근에는 집값 상승률이 낮아지고 평균 수명이 늘어나 지급액이 평균적으로는 약간 감소하는 추세여서 가입을 서두르는 것이 유리하다.

2007년 제도 도입 후 가입자 수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지난 3월까지 모두 1만3932명이 가입했다. 가입자의 평균 연령은 72.3세인데 계속 낮아지는 추세다. 지금까지 가입한 사람들이 맡긴 주택의 평균 가격은 2억8000만원이고 이들은 매달 103만원을 부부 모두 사망할 때까지 받는다.

담보로 맡긴 주택의 유형은 아파트가 83.9%로 가장 많다. 담보주택은 대부분 국민주택규모 이하(77.2%)였으며 부부 가입자(60.3%)가 가장 비중이 크지만, 여성 혼자나 남성 혼자 가입하는 경우도 많다.

연금은 매달 같은 금액으로 받는 정액형(74.5%)이 가장 많다. 매년 월 지급금이 3%씩 감소하는 형태(감소형, 20.4%)나 초기 10년간 많은 금액을 받다가 11년째부터 초기의 70%만 받는 전후후박형(4.2%)을 택하는 이들도 있다.

◆주택담보대출은 ‘적격대출’이 유리

주택금융공사는 이외에도 시중은행을 통해 장기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상품인 ‘적격대출’을 운영하고 있다. 적격대출은 9억원 이하의 주택을 담보로 10~30년 동안 돈을 빌려주는 상품이다.

이렇게만 들으면 시중은행의 장기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상품과 다를 것이 별로 없다. 하지만 적격대출 금리는 시중은행 상품에 비해 다소 낮은 편이다. 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기준 시중은행이 팔고 있는 적격대출 금리는 연 3.74%(10년)~4.11%(30년)이다. 만기가 길수록 금리가 높고, 은행마다 조금씩 금리 차이가 나지만 신용등급 5등급을 기준으로 시중은행이 은행연합회에 공시한 주택담보대출 금리(만기 10년 이상)가 연 3.89~4.28%인 것과 비교할 때 평균 0.15%포인트가량 금리가 낮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시중은행이 직접 만든 상품과 적격대출에 차이가 없다. 똑같이 은행 창구에서 신청해서 대출을 받으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격대출이 더 금리가 낮은 이유는 은행이 대출을 내줄 때 드는 비용이 적게 들어가기 때문이다. 적격대출은 은행이 일정한 조건에 맞는 주택담보대출을 내주면 그 담보 자산을 주택금융공사가 모아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도록 하는 구조다. 대출 자금을 조달하기 쉽도록 ‘규격화된(적격)’ 상품이기 때문에, 은행들로서는 자체 상품보다 오히려 품이 덜 든다. 대량생산이 가능하면 상품 생산가격이 낮아지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고정금리다 보니 금리가 오르더라도 이자 부담이 늘어나지 않는 것도 매력적이다.

지난해 3월 처음 SC은행에서 상품을 선보인 뒤 9개월 만에 20조원어치가 팔리는 등 ‘공룡’으로 성장했다. 금리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 너무 인기를 끌어서 오히려 최근에는 한도가 예상보다 일찍 소진되는 것이 문제로 떠오를 정도다.

시중은행들이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비중을 높이려 하는 것도 적격대출 판매가 늘어난 요인이다. 정부는 2011년 가계부채 연착륙 종합대책을 내놓으면서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비중을 2016년까지 30%로 높이기로 했다. 이후 적격대출 등의 판매량이 급증하면서 은행권의 고정금리 대출 비중은 2011년 말 3.1%에서 작년 말 14.2%로 커졌다. 기존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이들이 장기 고정금리 상품으로 갈아타려는 수요도 상당하다.

정하원 주택금융공사 적격대출부장은 “공사가 배분한 적격대출 판매 한도가 소진되는 은행이 있을 경우 다른 은행에 남아 있는 여유분을 재배분하는 식으로 운영할 계획”이라며 “소비자가 불편을 겪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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