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 거절하는 은행…'역꺾기' 원하는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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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5-01 17:08   수정 2013-05-02 03:17

금융가 In & Out

예금 '디마케팅'에 금리 급락



대기업 자금 담당 임원 A씨는 최근 한 시중은행을 찾아 3개월 만기 정기예금(연 2.5%)에 2000억원을 맡기려 했으나 은행에서 곤란하다는 말을 들었다. 수십억원에 이르는 이자 부담 때문에 2000억원을 모두 받아줄 수는 없다는 게 은행의 하소연(?)이었다. 이 회사는 다시 이 은행에 1억달러짜리 수출환어음 매입 업무를 맡길 테니 예금을 받아달라고 제안했다. 이자 성격의 수수료인 수출환어음 매입 환가료(매입액의 3%)를 챙겨주겠다는 것이었다. 은행 측은 결국 부탁에 못 이겨 연 2.3% 금리에 1000억원만 받기로 했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고 있는 데다 가계 및 기업의 부실 증가로 돈을 굴릴 데가 마땅치 않은 은행들이 기업의 거액 예금을 기피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반면 글로벌 경기 악화와 규제 강화 등으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기업들은 은행 예금에서라도 안정적인 수익을 얻으려는 모습이다.

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의 정기예금 가중평균금리는 지난 2월 연 2.93%를 기록, 2년9개월 만에 연 2%대로 추락한 데 이어 3월에는 연 2.85%로 한 달 만에 다시 0.08%포인트 하락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예금을 받더라도 돈을 굴릴 곳을 찾기 어려워 이자를 높게 주고 예금을 끌어모을 이유가 없다”며 “은행마다 순이자마진(NIM)이 급락해 정상적인 이자를 주고 기업 예금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예금 금리가 지난 1년 동안(2012년 3월~2013년 3월) 0.86%포인트 하락한 데 비해 적금 금리 하락폭은 같은 기간 0.4%포인트에 그쳤다. 예금 금리 하락 속도가 적금 금리의 두 배 이상인 셈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한꺼번에 돈이 들어오는 예금에 비해 입금 시기가 분산되는 적금은 돈을 운용하기가 더 쉽고 카드·펀드·보험 등 다른 상품을 ‘교차판매’하는 데도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은행들이 사실상 예금에 대한 ‘디마케팅’을 벌이자 예금 금리가 갈수록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수출환어음 물량을 몰아줄 테니 예금을 받으라는 식의 ‘역꺾기’에 나섰다. 대출해주는 대신 예금, 카드, 방카슈랑스 등에 가입을 강요하는 ‘꺾기’가 반대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한 대기업 최고재무책임자(CFO) 관계자는 “예전에는 싸게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회사채 발생 등이 주요 업무였으나 요즘에는 0.01%라도 금리를 더 주는 은행을 찾아 자산을 운용하는 데 골몰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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